[비트코인 A to Z⑪] 중국 정부의 ‘교란행위’는 항상 있어온 일…‘혁신’의 관점에서 지켜봐야
비트코인에 날아든 160번째 부고장
(사진) 비트코인을 ‘안전하고 효율적 지불 수단’이라고 평가한 벤 버냉키 Fed 전 의장/한국경제신문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비트코인은 강했다’ 저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매커니즘캠퍼스 출강]비트코인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강력한 거품 경고에 이어 JP모간의 수장은 ‘사기’라고까지 표현했다. 경제학 전공자들은 비트코인을 ‘튤립 열풍’에 비교하곤 한다.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1년 동안 7배 정도 올랐다는 사실 자체에서 ‘거품’이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3년 6개월 동안 7배 올랐다. 거의 3년 동안 움직임이 없다가 최근에 크게 오른 것이다.

경제학 전공자들은 비트코인을 사이비 화폐 현상으로만 본다. 하지만 비트코인 개발자와 투자자들, 이른바 비트코이너들은 비트코인이 반도체와 같이 인간이 생활하고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으로 본다.

비트코이너들은 비트코인이 반도체나 스마트폰처럼 사람들이 소통하고 거래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확신한다. 3년 6개월 동안 7배가 오른 가격 상승은 ‘주류화’가 되는 과정의 부산물로 인식하기 때문에 오히려 완만하다고까지 느낀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이들이 모두 동일한 비전과 이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어느 자산이든 초기에는 단기 차익을 노리고 편승하려는 ‘투기’가 몰린다. 이때 투기 자금이 조금이라도 나쁜 소식에 반응하면서 발을 빼면 가격은 곤두박질한다. 이는 비트코인 역사에서는 반복돼 온 일상이다. 특히 중국발 뉴스로 맹목적인 단기 투자자들이 가슴을 졸인 적은 비트코인 역사에서 너무 자주 있는 일이다.

혁신의 지름길은 ‘탈중국화’

9월 들어 두 차례나 중국발 충격이 비트코인과 암호 화폐 시장을 강타했다. 중국 중앙은행이 코인 발행을 통한 자금 모금 행위, 소위 가상화폐 공개(ICO)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루 만에 이더리움은 22%, 비트코인은 대략 10% 정도 폭락했다. 며칠 뒤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거래소를 폐쇄하려고 한다는 첩보성 보도로 비트코인 가격이 주말을 거쳐 그다음 주 4000달러 벽마저 무너졌다.

이제 비트코인 회의론자들이 ‘내가 뭐랬어(I told you), 잘 가라 비트코인(Goodby, Bitcoin)’을 외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포브스는 한 기고가의 진단을 빌려 비트코인 소란이 ‘끝났다’고 예측했다. 이 기사는 비트코인에 대한 사망 소식만 집계하는 사이트에서 160회 ‘비트코인 부고(Bitcoin Obituaries)’로 등록됐다. 비트코인은 태생 이후 9년 동안 주류 미디어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저명한 엔지니어들로부터 한 달에 두 번 이상씩 사망 진단을 받았다.

비트코인의 사망 소식도 낯설지 않지만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금지한다는 소식 역시 새로운 일은 아니다. 2013년 이후 주요 국면마다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 붐을 꺼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2013년 11월 미국 중앙은행(Fed)과 법무부가 비트코인은 국제무역을 좀 더 효율화할 수 있고 잠재력이 있는 기술이라며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자 비트코인은 며칠 만에 10배나 가격이 오르며 처음으로 1000달러 벽을 넘었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는 그 해를 넘기지 못했다. 중국 중앙은행이 중국의 금융회사는 비트코인을 취급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가격은 80% 정도 폭락했다.

2014년 3월과 4월에는 중국의 거래소들이 중국의 은행들과 거래할 수 없게 한다는 출처 불명의 뉴스가 이어졌다. 중요한 매체에서 뉴스를 보도할 때마다 가격이 출렁거렸다. 중국 정부의 모호한 태도는 2014년과 2015년의 비트코인 가격의 장기 침체의 시발점이 됐다.

2017년 1월 비트코인이 다시 1000달러를 넘었다. 중국 중앙은행이 다시 나섰다. 당시 비트코인 화폐 거래 시장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99%에 달했다. 중국 정부가 위기감을 느낀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 거래소들로 하여금 거래 수수료를 받도록 했다. 당시까지 중국의 거래소들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 제로 수수료를 고집하고 있었다. 이 조치로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1000달러 아래로 폭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비트코인 거래 대금 중 위안화의 비율은 10%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중국인들은 제로 수수료를 마음껏 누리면서 ‘샀다 팔았다’를 반복했고 이것이 위안화 거래 비율을 과장했던 셈이다.

중국 거래소들의 수수료 부과로 비트코인 시장은 오히려 정상화됐다. 가격은 바로 회복됐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좀 더 억압적인 조치를 고안했다.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는 있지만 비트코인을 인출하지 못하게 했다. 중국의 비트코인 거래소들은 감독 당국이 납득할 수준이 될 때까지 계좌와 거래의 투명성을 높였다.

중국의 비트코인 인출 금지는 비트코인 연대기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중국 거래소에서의 비트코인 위안화 가격이 달러 시장의 시세보다 대략 20% 정도 낮은 상태가 두 달 동안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100% 이상 올라 2000달러를 돌파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중국인들의 투매에도 불구하고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렇게 비트코인은 탈중국화를 이어 갔다.

비트코인의 탈중국화는 왜 중요할까. 중국은 법치국가들처럼 법제화를 통해 비트코인을 규제하려고 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 거래소나 사업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런 불투명성은 장기적 사업 계획을 가로막는다.

비트코인의 탈중국화는 불확실성에 따른 비용과 내부 정보로 이익을 갈취하는 이들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 비록 억압적인 조치라고 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에 대해 명시적인 규제 법안을 만든다면 이는 비트코인 연대기에서도 매우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법제화를 통해 예측성을 높이기보다 자의적으로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식이 비트코인의 확산을 가로막는 데 더 유용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위안화 거래소 폐쇄가 정말 실현될지, 비트코인이 또다시 탈중국화할 수 있을지 놓치지 말고 추적해야 한다.

[돋보기] 2013년 미국 상원의 비트코인 청문회
미 법무부 “비트코인이 국제무역 효율적으로 만들 것”

2013년 10월은 미국인들 대부분이 비트코인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처음 접한 시기다. 당시 20대이던 로스 윌리엄스 울브라이트가 지하세계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실크로드를 설립하고 마약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다가 체포됐다. 실크로드는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삼았다. 미국인들은 물론 뉴스를 접한 세계시민들은 비트코인이라는 지하세계의 화폐를 당장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1월 미국 상원에서는 반전이 일어났다. 실크로드에 대한 여론으로 비트코인 관련 청문회가 열렸는데 여기에 참석한 미틸리 레이먼 미국 법무부 차관보는 “비트코인이 국제무역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상원에 편지를 보낸 벤 버냉키 당시 미 중앙은행(Fed) 의장도 “Fed는 가상화폐에 대한 권한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혁신이 가속화되면 안전하고 효율적인 지불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언론은 미 정부가 비트코인을 당장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보도했다. 11월 한 달 동안 비트코인은 10배나 올랐다. 비트코인 연대기에서 3차 도약이라고 불리는 폭등과 폭락은 미 정부와 중국 정부의 합작품이다. 불을 지핀 쪽은 미국이었지만 불을 끄는 역할은 중국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