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⑫] IT 공룡들, 암호화폐 활용 소액결제 도입 예정…변화에 적응 준비할 때
불쾌’해서 ‘거부’해도 세상은 변한다
(사진) ‘비트코인은 사기다’라고 주장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CEO.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비트코인은 강했다’ 저자,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매커니즘캠퍼스 출강] 비트코인 전문 매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내년 중순쯤이면 웹브라우저상에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같은 다양한 암호화폐로 상품이나 콘텐츠 결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웹브라우저 자체에서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게 되면 진정한 의미의 인터넷 소액결제가 생활화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왜냐하면 암호화폐는 사용자 인증이나 휴대전화 번호, 회원 가입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페이스북·애플·모질라의 협력을 얻어서 W3C(World Wide Web Consortium)가 주도하는 이 작업은 2013년에 웹 기반 결제의 표준화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현재는 가시적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W3C에서 9월 14일 발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는 현재 구글의 크롬, 마이크로소프트의 에지, 애플의 웹킷, 모질라의 파이어폭스, 삼성의 인터넷 브라우저, 페이스북의 인앱 브라우저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즉 더 이상 구글이나 아마존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뉴스가 아니다. 비트코인의 다른 이름이기도 한 결제 기반 인터넷, 혹은 인터넷오브머니(The Internet of Money)가 주도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는 셈이다.

놀림감 돼버린 JP모간

필자는 2014년 ‘비트코인은 강했다’ 초판본을 출판하고 한 명문 공과 대학에서 특강을 했다. 당시 미국의 MIT가 전교생에게 1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무료로 나눠주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선도적 역할을 하려던 때다. 이 때문에 공대생드 사이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강연이 끝나고 질문 시간에 한 학생이 ‘비트코인을 절대로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여러 차례의 강연을 통해 이 학생의 논리는 학식과 지위를 막론하고 암호화폐라는 난해한 현상을 마주한 이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오류라는 걸 알게 됐다.

최근에는 JP모간체이스의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이 ‘비트코인은 사기다’라고 천명했다. 이런 이야기는 누가 뭐래도 ‘나는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고집스러운 태도가 묻어난다. 학생과 차이가 있다면 금융 산업에 대한 그 회사의 영향력에 힘입어 그의 개인적 생각이 주류 미디어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 뿐이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금융 엘리트의 발언도 해프닝으로 잊힐 운명이다. 영향력 있는 이들의 저주나 단정, 심지어 미국 정부나 중국 정부의 금지로 비트코인이 없어질 수준이라면 이미 한참 전에 없어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비트코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가질 권리는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주도하는 ‘현상’은 본질적으로 주관적 기호와 무관하다. 마치 중력의 법칙에 대해 인간이 의견이나 호불호의 기호를 가질 수 있지만 그런 의견이 중력의 법칙을 부인하거나 반박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화폐란 심리적 구조물이며 상호 신뢰의 시스템이고 남이 신뢰하는 것을 신뢰하는 강요되지 않는 믿음’이라고 규정했다. 아랍 상인에게서 물건을 사야 하는 십자군은 ‘알라는 유일신’이라고 새겨진 금화를 몸에 지녔고 아랍인들도 동로마 황제를 우상처럼 섬기는 금화를 마다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남들이 믿는 한 그것은 자신에게도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화폐냐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때 자신의 기호는 고려 대상이 아니어야 한다.

비트코인은 없던 개념이다. 따라서 ‘비트코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시작부터 어긋난 종착지를 예정한다. 질문하는 이의 머릿속의 개념과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특유의 난해함은 부조리함과 혼동된다. 사람들은 부조리한 현상이 눈앞에 있는 것을 싫어한다. 부조리 현상이 작을 때는 ‘무시’로 불쾌함을 처리한다. 하지만 현상이 커지면 맹렬하게 공격하는 길 외에는 인지적 불편을 해소할 길이 없다.

비트코인에 대해 미국 동부의 금융 엘리트들과 중국 정부의 공격이 거세다. 다이먼 CEO는 2015년부터 비트코인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폄훼했다. 중국 정부 역시 2013년부터 비트코인을 억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다. 이런 맹렬한 공격이 동시에 퍼부어진다는 것은 비트코인 현상이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할 만큼 거대해졌다는 신호로 읽을 필요가 있다.

수장의 발언과 별개로 JP모간은 암호화폐 산업에서 발을 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기도 하다. 쿼럼(Quorum)은 JP모간이 주도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또 JP모간은 고객들에게 비트코인 가격과 간접적으로 연동된 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CEO의 발언 이후에도 회사는 블록체인 전문가를 간부 사원으로 영입한다는 광고를 게재해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마저 비트코인이 몰고 온 신산업에서 영원히 발을 뺄 의지는 없어 보인다.

비트코인에 대한 금융 공룡 엘리트의 맹공과 중국 정부의 저항을 보도하는 한국 언론들의 태도를 돌이켜 볼 때가 됐다. 진지한 현상을 단기적인 가격의 등락 위주로 보도하는 태도가 독자들에게 미치는 암묵적인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비트코인으로 시작된 토큰화 혁명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생존전략으로 채택됐다. 그 혁명에 휩쓸려 갈까봐 두려운 나머지 안간힘

을 쓰고 있는 금융 공룡의 수장 그리고 기존의 화폐제도를 통해 국민들에 대한 철저한 통제를 이어 가려고 안달이 난 통제 국가 정부에 우리도 어우러져 춤을 추고 있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만 것은 아닐지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2017년을 기점으로 비트코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더 이상 의미 있는 질문이 아니다. 자신의 직업과 회사 그리고 우리 사회가 임박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물어봐야 할 때다.

[돋보기] 비트코인의 활용
획기적 변화 일어날 인터넷 소액결제
비트코인이라는 신개념이 몰고 올 변화의 목록은 책 한 권으로도 어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결제 기반으로 바꾼다는 사실이 미칠 영향의 중대성에 대한 인식은 시급하다. 현재의 인터넷은 무료 기반이다. 소액결제(micro payment)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소액결제는 단순하지만 구현되기 어렵다. 인터넷에서 소액을 지불해 콘텐츠를 구입할 때 많은 장벽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거래 수수료가 비싸거나 신용카드 번호를 기입한다거나 주민번호처럼 개인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아니면 아예 회원 가입을 하고 매번 아이디와 비번을 잊어 먹고 되찾는 쳇바퀴를 돌려야 한다. 은행과 신용카드 기반의 결제 시스템에서는 소액결제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는 소액결제에 탁월하다. 신용카드나 카카오페이보다 월등하다는 뜻이 아니고 아예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에서의 탁월성이다.

비트코인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데도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런 인식 때문에 비트코인이 거품이라는 외침은 언제나 가슴에 와 닿는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이상으로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과 소비하는 형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의 주가가 거품이라는 외침이 근거가 약하다면 비트코인 가격이 거품이라는 외침은 더더욱 근거가 없다. 비트코인은 SNS가 하는 것을 하지만 SNS가 하지 못하는 것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