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주요 기업 경영전략]
한일·현대시멘트
허기호 회장의 과감한 투자, 한일 · 현대시멘트 업계 1위 ‘우뚝’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한일시멘트가 ‘만년 2인자’의 꼬리표를 떼내고 시멘트 시장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한일시멘트는 올해 7월 업계 6위였던 현대시멘트를 최종 인수하면서 시장점유율 25.1%를 차지, 쌍용양회(22.2%)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한일시멘트의 현대시멘트 인수는 오너 3세인 허기호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최근 대형 시멘트 회사들을 잇달아 사모펀드가 가져가는 상황에서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아 오는 과감한 투자이자 지난해 3월 회장에 오른 직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던 차에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이었다.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그룹 창업자인 고(故) 허채경 선대 회장의 장손인 허 회장의 경영 능력은 일찌감치 검증됐다. 허 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그룹의 성장 동력을 확보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만의 반도체 검침 장비 생산 업체인 CCP를 사장 취임 첫해에 인수한 후 2015년 매각해 5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2011년에는 경쟁사인 성신양회의 드라이 모르타르 부천 공장을 인수해 이듬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장 취임 첫해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쳤다.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4412억원, 영업이익 101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이 2015년보다 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6% 감소했다.

건설 경기 호황으로 경쟁사들이 사상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현대시멘트 인수를 통해 당당히 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서며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털어버렸다.

한일시멘트의 성공 가도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곽의영 한일시멘트 사장이다. 한일시멘트에 입사해 30년 넘게 현장에서 근무하며 최고경영자(CEO)에까지 오른 인물로, 허 회장이 가장 신임하는 인물이자 허 회장의 든든한 조력자다.

곽 사장은 1983년 한일시멘트 공채로 입사한 지 32년 만인 2015년 8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곽 사장은 30년 넘게 시멘트 생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통’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시멘트는 이주환 사장이 이끌고 있다. 7월 한일시멘트에 인수된 직후 연임이 결정돼 2019년 3월까지 현대시멘트를 진두지휘한다.

1961년생인 이주환 사장은 1985년 현대시멘트에 입사해 주요 요직을 거친 뒤 2011년 정몽선 현대시멘트 전 회장과 함께 각자대표에 오른 인물이다.

이 사장은 2015년 정 전 회장이 해임된 이후 현대시멘트를 단독으로 이끌어 왔고 지난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한국시멘트협회 회장직도 맡았다.

정 전 회장의 여동생인 정정숙 씨의 남편인 이 사장은 존폐의 기로에 선 현대시멘트를 지켜 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시멘트는 2007년 자회사 성우종합건설에 대한 채무보증으로 빚더미에 앉아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 사장이 위기 극복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 부임한 한일시멘트 임원진과 함께 이른 시일 내에 현대시멘트의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곽의영·이주환 사장은 이번 인수를 통해 △수도권 중심 영업력 강화 △물류 기지 합리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자재 구매비용 절감 △양 사 노하우 교류 등을 기대하고 있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현대시멘트 공장은 국내 7사 중에서도 설비 연령이 가장 낮아 효율성이 높고 공장 구조가 단순해 관리와 유지·보수하기가 쉽다”며 “50여 년간 축적된 설비 운영 능력과 영업 노하우를 교류하며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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