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Ⅱ =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2016년 첫발 뗀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규제 완화 급물살에 성장 기대감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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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1. 2014년 설립된 봉제 의복 제조업체 에스와이제이는 2016년 IBK투자증권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스타트업 주식 유통시장인 KSM(KRX startup Market)을 거쳐 올해 5월 코넥스 상장에 성공했다. 크라우드 펀딩에서 코넥스 상장으로 이어진 국내 첫 사례다. 상장 첫날 에스와이제이의 주가는 가격 제한폭(15%)까지 올랐다. 크라우드 펀딩 투자자들이 거둬들인 투자수익률은 무려 199%였다.

#2. 모헤닉게라지스는 2014년에 설립된 국내 최초 수제 자동차 전문 회사다. 국내 최초로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한 기업 중 하나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2016년 1년간 총 3차례의 펀딩을 진행했다. 1·2차 펀딩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수제 자동차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고 3차 펀딩을 통해 영암공장 건립에 필요한 자금을 유치했다. 3차례의 펀딩을 통해 유치한 자금은 총 7억원으로, KSM 장외시장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펀딩 당시 주당 5만원이었던 이 회사의 주식은 11월 9일을 기준으로 KSM에서 15만원 선(평균 체결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새 정부가 화두로 내세우고 있는 ‘혁신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모험자본의 활성화가 강조되고 있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그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며 금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에서부터 문화·예술 등 투자 대상이 다양한데다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30~40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대안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스타트업에 새로운 자금줄, 기대감 커진다

흔히 크라우드 펀딩이라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사업 계획을 보유한 이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후원을 얻는 방식을 떠올린다. 예를 들어 어느 스타트업의 시제품 제작에 후원자로 참여했다. 이때 이 스타트업의 완성된 시제품을 보상으로 얻는다면 리워드형, 스타트업에 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간주돼 원금과 이자(수익)를 보상으로 받게 된다면 대출형이다. 금전적인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후원에 참여하는 후원·기부형도 활발하다.

이에 비해 ‘증권형’은 투자자가 어떤 스타트업이나 문화 활동 프로젝트에 돈을 투자하면 그 대가로 투자한 회사의 주식이나 채권 등의 ‘증권’을 보상으로 받게 되는 형태다. 이후 그 회사가 수익을 내면 그만큼의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받게 된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기존의 방식과 가장 크게 다른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리워드형·대출형 등의 크라우드 펀딩은 지금 공감이 되는 아이디어에 ‘후원’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이에 비해 증권형은 그 기업의 지분을 소유함으로써 미래 가치를 공유하는 ‘투자자’가 된다.

기업들에도 장점이 많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초기 기업에 투자해 생존율을 높여주는 ‘인큐베이터’의 역할이 크다. 특히 필요한 자금을 금융회사가 아닌 투자자들로부터 직접 조달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이 생겼다는 데 의미가 크다. 최근에는 소액 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털이나 액셀러레이터·엔젤조합 등 전문 투자자들의 참여도 늘고 있는 추세다.

◆‘두 돌’ 맞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2007년 영국의 ‘크라우드큐브’가 최초로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16년 1월 25일부터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제도가 시행됐다.

국내의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크게 주식형과 채권형으로 나뉜다. 주식형은 투자자가 기업의 주주로서 지분을 갖는 증권을 말한다. 채권형은 기업이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하고 원금을 상환할 것을 약속하는 채무 증권을 발행하는 형태다.

아직 두 돌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져 가는 중이다. 금융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발행 규모 기준으로는 약 91억7328만원으로 전년 동기(58억272만원) 대비 약 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행 건수 기준으로는 총 51건으로 지난해 동기(30건)보다 7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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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탁결제원에서 운영하는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2017년 1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 크라우드 펀딩 발행 금액은 225억7948만원에 달한다. 발행 건수는 156건, 발행 회사 수는 149개다. 2016년 1년 동안의 크라우드 펀딩 발행 금액은 165억5000만원 정도였고 발행 건수 108건, 발행 회사 102개로 집계됐다.

올해 발행 금액 중 채권형·주식형의 비율을 살펴보면 여전히 채권형(약 74억원)보다 주식형(약 141억2000만원)의 비율이 높다. 하지만 채권형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6년과 비교하면 채권형은 발행 금액(35억4950만원)도 1년 사이에 2배 정도 불었고 발행 건수도 2016년 22건에서 63건으로 3배 정도 늘었다. 이에 비해 2016년 주식형 발행 금액은 지금과 비슷한 수준(130억)이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채권형은 주식형에 비해 투자 회수 기간이 1년 이하로 짧고 확정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자금 회수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일반 투자자의 채권형 비율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시작 이후 업종별 발행 금액을 살펴보면 ‘제조업’과 ‘정보통신업’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발행 금액은 정보통신업 125억원, 제조업 117억원 규모다. 발행 건수와 발행 회사 또한 정보통신업 94건, 91개, 제조업은 73건, 67개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의 연령과 성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30~40대 남성이 다수다. 전체 투자자(1만2426명) 중 30대 남성은 3286명(약 26%), 40대 남성은 2327명(약 19%)이었다. 30대 여성은 1490명(12%), 40대 여성은 833명(7%)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의 시장점유율은 크라우드 펀딩 전문 플랫폼 와디즈가 40% 이상을 차지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월 25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실적을 분석한 결과 와디즈가 143건 추진 중 80건을 성공했다. 이 밖에 오픈트레이드는 67건 중 27건, 오마이컴퍼니는 39건 중 21건을 각각 성사시켰다.

IBK증권이나 키움증권 등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들도 크라우드 펀딩에 적극적이다. IBK투자증권은 31건을 추진해 16건,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32건을 추진해 15건, 유진투자증권은 10건을 추진해 7건을 성공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세제 혜택 확대’ 등 호재 넘쳐

투자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크라우드 펀딩 전문 플랫폼 등을 통해 펀딩을 원하는 업체들의 투자 정보를 확인하고 투자 금액을 결정하면 된다. 증권사에서 운영하는 크라우드 펀딩도 각 사마다 운영 중인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증권형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필수다. 투자금을 이체할 때는 일반 은행 계좌로도 가능하지만 투자한 증권(주식 또는 채권)을 입고 받기 위해서는 증권 계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 투자자들이 꼭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고위험 투자’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되지 않고 투자 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 받는 기업들은 대부분이 신생 기업들이다. 대외적인 여건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역량 측면에서도 극복해야 할 것들이 매우 많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미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성장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에 비해 위험도가 훨씬 높다. 투자 이후 회수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의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 금액에 연간 한도를 두고 있다. ‘일반 투자자’는 최근 1년간 동일 온라인 소액 증권 발행인(프로젝트 1개 혹은 기업 1개)에 대해 누적 투자 금액이 200만원을 초과하거나 최근 1년간 누적 투자 금액 500만원을 초과해 투자할 수 없다. 이 밖에 ‘소득 요건을 갖춘 자’를 따로 분류하고 있는데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을 합쳐 1억원을 초과하는 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특정 자격증 소지자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온라인 소액 증권 발행인당 1000만원, 연간 2000만원 이하로 제한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연간 투자 한도 제한’을 두고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시장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논란이 많았지만 최근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정부가 ‘크라우드 펀딩 투자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면서 규제 완화를 비롯한 지원 정책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덕분이다.

크라우드 펀딩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9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10월 31일 공포·시행됐다. 크라우드 펀딩 일반 투자자의 투자 한도를 연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특정 기업에는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확대했다.

이 밖에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자와 투자를 받는 사업자가 회사 홈페이지 외에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도 자금 모집 사실을 홍보할 수 있게 됐다. 전매 제한 기간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된다. 다만, 개정 자본시장법 가운데 ‘투자 한도 확대’는 후속 시행령 개정 이후 2018년 초쯤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또 11월 2일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기업의 연간 발행 한도를 기존 7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한다. 발행 기업의 업종도 금융·보험·부동산·도박업 등을 제외하고 전면 허용된다.

이번 방안에 포함된 내용 중 ‘엔젤 투자 소득공제’ 확대도 호재다. 창업 7년 내 기술 우수 기업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 투자금도 엔젤 투자 소득공제 적용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우선 100% 소득공제를 받는 투자 금액이 현행 1500만원 이하에서 3000만원 이하로 늘어난다. 3000만원부터 5000만원까지 소득공제율은 70%로 높아진다. 기존에는 1500만원부터 5000만원까지 50%였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