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 1500명의 직원 400개 프로젝트 개발 중…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낙점’
블록체인에 기업의 미래 건 IBM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비트코인은 강했다’ 저자] 영국의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는 비트코인을 ‘거품’이라고 규정해 왔다. 이 신문은 비트코인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악의적인 풍문도 보도해 왔다. 물론 이 신문은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호의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0월 4일 국제적 은행들이 IBM의 무역금융 블록체인 플랫폼에 올라탄다고 보도했다.

스위스의 UBS와 IBM이 2016년부터 추진해 온 바타비아(Batavia) 프로젝트에 몬트리올은행·카이샤은행·어스트은행·커머즈은행이 합류한다. 경쟁 은행을 끌어들인 이유에 대해 UBS의 프로젝트 책임자는 “시장이 나뉘어 고객들이 프로젝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피하기 위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2018년 초에 시험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블록체인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블록체인은 분산 장부라고 불린다. 보안에 기초한 다자간 협력을 보장하며 투명성과 비밀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B2B 시장 ‘싹쓸이’하려는 IBM

IBM이 주창하고 있는 F2F(farm to fork)는 원재료에서 최종 소비재까지 글로벌하게 얽혀 있는 현대사회의 공급 구조를 단일한 시스템에서 구현하면서 이상적인 금융 서비스를 결합하는 것이다.

일례로 국제무역은 원재료와 부품이 생산자에서 다음 단계의 생산자에게 이동할 때 그리고 국경을 넘을 때마다 많은 간접비용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은행·소비자·생산자·중개인·감독관청이 물류의 흐름과 동시에 이뤄지는 장부에 접근할 수 있다면 그 비용은 모두 절약할 수 있다. 특히 법이나 금융 서비스가 신뢰할 만하지 않은 국가의 생산자에게도 거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다수의 중소기업도 낮은 비용으로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신뢰를 크게 증진하는 블록체인 덕분에 공급 사슬망 금융(SCF)과 크라우드 펀딩이 어렵지 않게 결합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선두에 서 있는 기업은 바로 IBM이다. 올해 9월 주니퍼리서치가 400개의 블록체인 활용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IBM이 43%로 1위였고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로 2위였다.

IBM은 전 세계에 흩어진 자회사에서 1500명의 노동자를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있다. 그중 600명이 정규직이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현재 150명을 추가로 모집 중이다. 이렇게 많은 직원이 필요한 이유는 IBM이 여러 기업과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략 본사와 전 세계 자회사를 통해 40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IBM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거의 모든 시장을 망라한다. 네슬레와 같은 세계적인 식품 회사 10여 개를 설득, 식품의 안정성을 지구적으로 보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소니와는 교육산업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UBS은행과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ZF
와는 자동차와 관련 요금을 자동 처리하는 ‘자동차 전자 지갑(Car eWallet)’ 시스템을 구축했다.

의료 산업에서의 정보 저장과 보안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하려고 한다. 미국의 ‘포천’은 11월 7일 IBM이 마리화나 생산과 유통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의료용을 비롯해 특정 목적을 위해 제한적으로 허가한 마리화나와 같은 특수한 상품의 유통시장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적격이라는 것이다.

IBM은 21분기 연속 수익이 줄고 있다. 전통적 활동 영역인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시장을 새로운 경쟁자들이나 기술 기업에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IBM은 블록체인에 회사의 미래를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부터 블록체인과 관련한 산업이나 블록체인 플랫폼 자체가 가시적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IBM이 B2B를 통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걸출한 파트너들과 동맹을 통해 신산업을 개척하려고 한다면 MS는 이더리움과 같이 기존의 블록체인과도 무리 없이 연동되는 통합적인 플랫폼으로 B2C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세계적인 기업들의 중·장기적 목표는 모든 산업에 금융 개념을 덧붙이는 복합 금융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휴대전화와 카메라가 결합되면서 100년 1등 기업이던 코닥이 어이없이 무너졌다. 바로 그 코닥을 무너뜨린 일등 기업 노키아는 휴대전화가 손안의 컴퓨터가 되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블록체인은 스마트폰이 손안의 은행이 되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나라지만 코닥과 노키아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래서 한국도 이제는 ‘튤립 걱정’을 그만하고 블록체인에 대한 사회적 지능을 서둘러 키워야만 한다.


[돋보기]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비트코인의 핵심은 블록체인, 블록체인의 핵심은 비트코인

글로벌 기업들이 중시하는 것은 블록체인이지 비트코인이 아니라는 파이낸셜타임스류의 관점은 타당할까. 하나는 혁신 기술이고 하나는 범죄의 도구이거나 거품이라고 바라보는 파이낸셜타임스류의 관점은 잘못된 듯하다. 이런 논리를 주창하는 이들이 어떠한 의도를 갖고 일부러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면 블록체인의 혁신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블록체인은 P2P 시스템이다. 블록체인의 중요한 속성은 중앙의 서버나 믿을 수 있는 제3의 중재자를 전제로 할 필요가 없는 P2P 시스템에 기인한다. 공급 사슬망 금융(SCF)과 블록체인의 결합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IBM의 바타비아는 플랫폼일 뿐이지 서버가 아니다. 참여자들의 컴퓨터와 컴퓨터가 중재자 없이 연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참여자가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가 독단적으로 정보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플랫폼에 반드시 필요한 결제 시스템은 여전히 중앙 서버 방식에 의지해야 한다면 P2P가 핵심인 블록체인의 특성과 어긋난다.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는 엄밀한 의미에서 전자화된 교환 수단이 아니다. 금융 기업이 전자 코드와 실물의 교환, 즉 청산을 보장하는 법적 증서에 가깝다. 이런 청산 기관의 개입 없이 P2P의 네트워크에서 컴퓨터나 단말기 사이를 오가는 결제 도구를 토큰이라고 부른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바로 P2P 토큰으로, 청산 기관의 보증 없이 결제를 완결하는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자산이다.

IBM과 UBS가 전 세계의 모든 무역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상용화했다고 하더라도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를 결제 도구로 이용한다면 이 시스템은 엄밀한 의미에서 P2P가 아니다. 중앙 서버 방식의 결제 시스템이 해커나 정부가 노리는 약점이기 때문이다. 지구적 공급 사슬망에 포함된 정부가 하나라도 훼방한다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지구적 공급 사슬망 금융이라는 진정한 혁신은 완성되기 어렵다.

결국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어 상용화하려면 블록체인에서 쓰이는 토큰도 만들어야만 한다. IBM과 바타비아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UBS가 USC(Utility Settlement Coin)라는 블록체인 토큰을 개발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 은행은 USC가 비트코인과 달리 세계의 주요 화폐와 일정한 교환 비율을 갖게 되면 주요 국가들의 중앙은행으로부터 가치를 보장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은 이미 10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저장한 P2P 토큰이다. 비트코인은 아무도 가치를 보장해 주지 않는 데도 가치를 갖고 있다. 즉 가치를 보증하는 기관이나 기업의 법률적 경영적 위험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결제 수단이다. 블록체인 플랫폼의 표준화를 놓고 벌이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격화될수록 비트코인의 존재 의미는 더욱 커진다고 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비트코인이 다양한 시스템들이 공통적으로 가치를 인정하는 디지털 담보물로 부상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디지털 자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