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마지노선 무너진 원·달러 환율…영구적 불태화 개입(PSI) 도입 필요
트럼프 세제 개편안에 따른 환율 전망은?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트럼프 정부의 대규모 세제 개편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했다. 11월 하원에 이어 상원을 통과함에 따라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핵심은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20%로 대폭 삭감하는 내용이다. 앞으로 상·하원 합동위원회에서 의견 조율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서명 후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감세 정책의 이론적 근거는 1980년대 초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했던 공급 중시 경제학이다. 당시 2차 오일쇼크 여파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라는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자 대규모 감세를 통해 경제 주체의 효율을 높여 성장률을 끌어 올리고 물가도 안정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출마 이전부터 너무 높아 경제 효율을 떨어뜨리는 세 부담을 낮춰 줘야 경기가 살아나고 재정수입도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감세로 미국 내 자본 유입 기대

감세를 추진한다면 ‘재정 적자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점에 의문이 든다. 최소한 경기가 살아나기까지 늘어날 재정 적자를 국채로 채운다면 국가 채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답게 민간 자본을 대거 참여시켜 이런 부담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대규모 감세 정책을 통해 가장 기대하는 것은 해외에 나가 있는 자본이 미국 내로 들어오는 ‘리쇼링(resouring) 효과’다.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성장 격차가 축소됨에 따라 세계경제의 추진력으로 간주되던 세계화를 보는 시각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역사적으로 세계화가 진전되기 시작한 1960년대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 간에는 소득 격차가 현저하게 확대됐다. 1960년 선진국 소득의 8% 수준이었던 저소득 개도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90년대 말까지 1% 내외로 하락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신흥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선진국과의 소득 격차가 축소됐다. 포스너의 기술 격차 이론에서는 후발국은 선발국의 지식과 기술을 흡수함으로써 압축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마틴 울프 수석경제논설위원은 ‘위대한 수렴(great convergence)’이라고 불렀다. 이런 가운데 세계화 정도가 높은 미국 등 선진국일수록 경기 회복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

세계화 진전에 따라 자국 내 주력 산업으로 등장한 정보기술(IT)과 같은 증강현실(AR) 산업과 맞물려 ‘고용 창출 없는 경기 회복’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AR 산업은 전문적인 지식·기술·경험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들 분야에서 취약한 청년층들의 실업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오바마 정부는 금융 위기 이전까지 주력해 왔던 세계화와 반대되는 리쇼링 정책을 추진했다.

◆대내외 환율 왜곡 심화 전망

트럼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미국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링 정책을 더 강화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대규모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자본의 리쇼링까지 병행된다면 실물과 금융시장 간 선순환 고리가 강화돼 견실한 미국 경제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다만, 미국 이외 국가는 비상이 걸렸다. 대규모 감세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한 직후 독일·프랑스·일본·영국·캐나다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법인세를 추가로 내리거나 조만간 내릴 계획이다. 중국도 미국으로 기업과 자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법인세 인하를 검토 중이다. 한국만이 법인세를 25%로 올리는 유일한 국가다.

중요한 것은 환율에 미치는 효과다. 11월 이후 세제 개편안이 미국 하원과 상원을 잇달아 통과하면서 글로벌 환율 벤치마크 지수인 달러인덱스는 ‘91’에서 ‘93~94’ 레벨대로 상승했다. 세제 개편안에 따라 미국으로의 자금 환류가 본격화되면 달러 수요가 증대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1100원대마저 무너졌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회복되는 가운데 원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보이는 환율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9월 이후 다시 확대되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이후 달러 강세를 겨냥한 달러 보유 물량이 출회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 Fed가 이미 밝힌 로드맵대로 출구전략을 가져가고 트럼프 정부의 세제 개혁안이 추진되면 환율 왜곡 현상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큰 대내외 환율 왜곡 요인인 경상수지 흑자부터 줄여 나가야 한다. 특히 한국처럼 ‘양극화형 흑자’는 질적으로 좋지 않고 미국으로부터 환율 조작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당분간 줄어들 가능성이 낮다면 운용 면에서 해외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국내 외환시장에 들어오는 달러 물량을 줄여야 한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권장하는 ‘영구적 불태화 개입(PSI : Permanent Sterilized Intervention)’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PSI는 국부펀드 등을 통해 유입 외자에 상응하는 해외 자산을 사들여 통화가치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말한다. 전제 조건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PSI를 도입하려면 유동성이나 신용 위험 면에서 외자를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외화 유동성은 2선 자금까지 합치면 5000억 달러를 넘어 어떤 방식으로 추정된 적정 외화 보유액보다 많다. 이런 방안으로 환율 왜곡 현상을 시정해야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공유(혹은 공생)경제’ 실현을 앞당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