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GDP 대비 국가 채무 39.5%…선진국 비해 낮지만 안심해선 안 돼 1963년생. 연세대 졸업. 코넬대 석사. 성균관대 박사. 2002년 국회기획예산담당관. 2007년 국회사무처 국제국 국장. 2009년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 2011년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 2013년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2017년 국회예산정책처 처장(현).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428조8000억원 규모의 2018년 정부 예산안이 12월 6일 국회를 통과했다. 2017년 예산 400조5000억원보다 7.1% 늘어난 액수다.
이에 따라 정부 예산은 2년 연속 4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2001년만 하더라도 정부 예산 규모가 100조원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간 큰 폭으로 예산이 증가해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회예산정책처(NABO: National Assembly Budget Office)의 어깨도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국가 결산 및 예산안 분석, 재정 전망, 법안비용 추계, 조세 분석, 거시경제 분석·전망 등 다양한 업무로 의정 활동을 지원하는 재정 전문 기관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결산과 예산안을 제출하면 이를 수개월간 밤낮으로 훑어본 뒤 ‘결산분석보고서’와 ‘예산안분석보고서’를 펴내는 것을 주 업무로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보고서는 정부 결산과 예산안이 국회 심의를 거칠 때 여야 국회의원들의 재정 심사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쉽게 설명하면 정부 예산안의 핵심 내용과 불필요한 부분들을 전문적으로 분석해 의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예산 규모가 해를 거듭할수록 방대해지는 만큼 예산정책처의 보고서 역시 이전보다 전문적·중립적이면서도 심도 있는 분석이 요구된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은 각종 복지 예산이 큰 폭으로 증액되면서 일각에선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춘순 예산정책처장을 만나 올해 예산안 처리 과정과 주요 특징 그리고 논란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Q.2018년 1월 20일이면 국회예산정책처장에 임명된 지 정확히 1년이 됩니다.
“2017년 1월 취임했는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하루하루를 소홀히 보낼 수 없다는 책임감이 막중했어요. 새 정부 출범으로 수많은 국정 과제가 새롭게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죠.
과거의 정책과 비교하면 방향이 전환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예산정책처는 이렇게 전환된 정책 하나하나를 모두 분석하고 의견을 도출해야만 합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중립적으로 분석해 국회에 있는 300명의 의원들에게 제시해야만 하죠. 새롭게 전환된 정책들을 놓고 특정 정당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 정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중립적인 분석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에요.
따라서 직원들의 스트레스나 일의 양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Q.그래서인지 예산정책처의 2018년 예산안 분석 보고서의 분량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습니다.
“통상적으로 보면 다음 연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의 분량이 3000~4000페이지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무려 7500페이지를 작성했어요.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는 현존하는 53개 국가 기관과 해당 기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약 7500개 사업에 대한 분석이 대부분 담겨 있죠.
2018년 예산안에 새로 반영되는 신규 사업들이 많아 보고서의 양이 늘었습니다. 예산이 20~30% 이상 증액되는 사업들은 더욱 세밀하게 분석했어요. 2018년 예산안의 특징이 여기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사업이지만 예산이 늘어난 사업들에 대해 왜 늘어났는지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런 작업들을 하다 보니 역대 통틀어 최대 분량의 보고서가 완성됐어요. 물론 보고서 양보다 국회에서 우리가 작성한 보고서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또 정부에서 존중해 주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보고서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작성할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했어요.
결과는 좋았습니다. 보통 보고서를 내놓으면 중립성 부분에 대한 공격을 받기도 하는데 2018년 예산안은 분량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야와 정부로부터의 비판이 대폭 줄었습니다. 보고서가 객관적이고 공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Q.429조원 규모의 2018년 예산안이 진통 끝에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2018년 예산안 통과가 다른 해에 비해 며칠 늦었어요. 예산안을 의결하는 데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죠. 우선 앞서 설명한 것처럼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수많은 국정 과제가 새롭게 생겨나다 보니 쟁점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여야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사업들이 여러 개 있었죠.
또한 국회 상황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어요. 양당제로 내려오던 국회가 다당제로 전환됐어요. 여소야대 정국이어서 정부의 새로운 정책을 여당 노력만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진 상황이죠. 따라서 예산안 통과까지의 과정이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Q.재정 전문가로서 바라본 2018년도 예산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예산의 주요 지출 성격은 크게 재량지출과 의무지출 두 가지입니다. 재량지출은 법적 근거가 없어도 사업을 편성해 국회에서 통과되면 바로 사업을 집행할 수 있죠. 반대로 의무지출은 법적 근거가 필요해요.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등 법률상 지급 근거가 필요한 복지정책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되죠.
새 정부는 소득 증대를 통해 성장을 이루는 ‘소득 주도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산안 가운데 의무지출의 성격을 띠는 복지정책이 늘어나게 됐어요.
그 대신 재량지출 성격으로 볼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폭 감소했죠. 이것이 2018년도 예산안의 주요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진) 국회예산정책처는 2017년 10월 개청 14주년을 맞았다./예산정책처 제공
이처럼 의무지출이 늘면서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의무지출 비율은 약 51%에 달합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비율이 높아졌어요. 의무지출은 비가역적이고 경직적입니다.
나중에 예산을 줄이고 싶어도 줄이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SOC는 사회 인프라이고 성장을 주도하는 주요 분야인데 이걸 줄이고 복지를 늘리는 것은 성장 축을 꺾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Q.복지 예산 증가에 따른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습니다.
“예산정책처에서는 2018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를 39.5% 정도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중립적인 시각으로 보면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죠.
가령 일본만 해도 GDP 대비 국가 채무는 200%가 넘어요. 미국이나 대부분의 선진국 역시 70~100% 수준이에요. 이런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직은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다만 의무지출 비율 증가 속도가 빠르고 최근 복지정책이 늘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와 고령 인구 증가로 앞으로 의무지출 수요 역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죠. 상황이 이런 만큼 앞으로 재정 건전성을 보다 집중적으로 살피고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Q.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측면에서 예산정책처의 역할도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예산정책처는 2003년 개청 이후 올해 처음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동일 규모 인력 내에서 새 부서를 만들고 기존의 부서 기능을 통폐합하는 작업을 했죠. 특히 앞으로 일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 추계 업무나 거시경제 분석을 위한 인원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2018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적은 돈을 거둬 국민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끊임없이 연구해 나갈 계획입니다.”
◆[돋보기] 국회예산정책처
최고 재정 전문가들이 ‘나라 살림 분석’ (사진) 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 직원들이 분석보고서 관련 회의에 한창이다. /예산정책처 제공.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가 재정을 연구·분석하는 의정 지원 재정 전문 기관이다. 정부의 재정 운용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는 입법부의 독자적인 재정 전문 기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2003년 10월 설립됐다.
현재 차관급인 김춘순 처장 아래 분석 업무를 수행하는 예산분석실·추계세제분석실·경제분석국과 행정 지원을 담당하는 기획관리관 등이 있고 정원은 138명이다. 다른 국책 연구 기관이나 정부 부처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재정에서만큼은 최고의 전문가들이 각 부문에 포진해 있다.
예산안 및 결산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일반직 공무원과 석·박사 위주의 임기제 공무원, 연구 보조 인력 등 최정예로 구성됐다. 정원 가운데 입법고시(35명) 및 박사(38명) 출신 비율만 50% 이상이다.
예산안 및 결산 심의에 맞춰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 주된 업무지만 그 밖에도 다양한 분석 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세제 분석과 중·장기 재정 전망은 물론 독자적인 경제 모형을 구축해 경제성장률 예측 등 거시경제 전망도 한다. 금융·산업·고용·무역 등 주요 경제 분야의 동향도 주기적으로 파악해 제공하고 있다.
2018년 7월 아시아 최초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의회예산기구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내년이면 10회째를 맞는 OECD 회원국들 간 당면한 재정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이 회의에서 김 처장은 회원국들을 상대로 ‘국회와 정부 간 재정권 행사의 유형’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할 계획이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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