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기업 가치 100배 키우기]
-성장 조직의 핵심 경쟁력은 ‘다앙성’…결정의 효율만 추구하면 미래 없어
멸종 위기에 처한 단일종 바나나의 비극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 우리 회사의 요즈음 최대 관심사는 지속 성장입니다. 회사는 설립된 지 20년 동안 빠르게 성장해 이제 외형적으로 중견기업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몇 번의 심각한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2~3년 전에도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몇 년간 대규모 투자를 했던 신규 사업이 실패로 끝났습니다. 게다가 임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건까지 터지는 바람에 회사는 존폐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임직원들이 고통을 분담하면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견뎌낸 덕분에 또 한 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고 임직원들이 아꼈던 사옥과 연수원까지 팔아야 했습니다. 이 위기를 겪으면서 경영진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고속 성장보다 안정적 지속 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이에 따라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어떻게 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할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10년 뒤를 내다보면서 현재 사업을 평가하고 있고 한편으로 어떤 사업이 미래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살피고 있습니다. 이것 외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있을까요.

A = 그 누구도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현재 아무리 사업이 잘되고 경영 상황이 좋더라도 그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삼성전자만 해도 지난해 반도체 사업의 활황으로 사상 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냈지만 임직원들 사이에 불안과 긴장이 팽배합니다. 반도체 수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데다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0년 안에 삼성이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라면서 위기를 강조해 왔던 사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는 삼성의 주력 사업이 머지않아 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보고 그룹 역량을 총동원해 다음 먹거리를 찾았습니다. 그는 2010년 태양전지·발광다이오드(LED)·이차전지·의료기기·바이오제약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정한 뒤 이들 사업에 10년간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현재 제대로 진행되는 사업은 바이오 제약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기업과 사업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이 회장도 삼성이 미래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차세대 수익 사업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릅니다. 하지만 해결책은 알고 있습니다. 바로 5년, 10년 뒤 미래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핵심 인재를 뽑으면 됩니다.”

저는 이 회장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2~3년 앞도 모르는데 어떻게 10년 뒤를 예측해 대책을 세우겠습니까. 그동안 삼성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만한 사업을 찾아 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몇 년도 안 돼 없었던 일이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미래를 위한 투자는 사업이 아니라 사람에 집중하는 게 맞습니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미래의 사업을 정하고 여기에 투자하는 것보다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회사의 지속 성장을 이끌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까요. 인재를 어떻게 확보하고 육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방안이 제시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떤 방안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회사마다 처한 여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간과하지 않았으면 하는 인재 투자의 한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바로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죠.

요즈음 세계 바나나 재배업자들은 ‘TR4’라는 바나나병이 전염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대만에서 이 병이 번져 바나나의 70%가 죽었습니다. 이 병에 걸리면 바나나의 뿌리에 곰팡이가 슬어 2~3년 만에 죽습니다. 많은 연구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 병을 치료하는 약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바나나가 멸종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합니다.

바나나는 원래 400여 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국적기업들이 가장 우수한 종을 선택해 집중 재배하면서 ‘그로 미셸’이라는 단일종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다국적기업들이 선택한 이 품종은 달콤한 맛과 향에다 단단함까지 갖춰 장시간 운송이 가능했습니다. 그 덕분에 열대우림에서 재배되지만 세계인의 과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하지도 않았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유전적 다양성이 취약해진 상태에서 바나나 암이라는 ‘파나마병’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 병은 치료법을 찾지 못한 채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1960년대 들어 바나나 재배가 사실상 중단되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캐번디시’입니다. 그런데 이 품종은 이전 것보다 상품 가치가 한참 떨어집니다. 맛이 없고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도 약합니다. 바나나가 처음 발견됐을 때 사람들은 그 맛에 감탄해 환호성을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과거에 비해 훨씬 품질이 떨어지는 바나나조차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강하고 유전적 조건이 우수해도 다양성이 없으면 질병에 대처할 수 없어 결국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단일종 바나나의 비극
-‘상명하복’의 위험성

구성원의 다양성이 부족하면 기업은 의사결정에서 장애를 겪게 됩니다. 회사에 비슷비슷한 직원들만 모이면 합리성·창의성·윤리성이 약해지면서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조직에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위계질서가 만들어지면서 획일적 문화가 자리 잡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이나 창의적 의견 교환, 윤리적 가치판단은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같은 학교 출신이나 같은 지역 출신들이 많아 동창회나 향우회 같은 문화가 지배하는 조직에서 책임을 묻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상명하복이 중요해지고 실패에 대해 관대해집니다. 이런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대체로 성과보다 관계를 중시하게 됩니다.

따라서 기업이 지속적 성장을 도모하려면 조직의 구성원들이 다양해져야 합니다. 다양한 나무와 풀이 모여 있을 때 숲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처럼 조직도 다양한 사람들로 채워질 때 활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다양한 인적 구성은 필수적 요건입니다. 세계시장에 제품과 서비스를 팔려면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영업과 마케팅도 그들의 문화와 사고에 맞게 현지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인종과 민족 출신이 제품의 기획과 생산·마케팅·영업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렇게 다양성이 중요하지만 다양성에서 합격점을 받는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물론이고 글로벌 기업들도 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도 경영진의 획일성이 회사의 성장 발전에 장애물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한 게 불과 5년여 정도밖에 안 됩니다. 2014년 회사의 인력 구성 분포에 관한 첫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원들의 70%가 남성이었고 흑인과 히스패닉은 모두 합해 고작 5%에 불과했습니다. 구글은 이때부터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선에 들어갔습니다.

기업 경영진이 조직 구성원들의 다양성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비효율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다른 언어와 사고·습관·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조직을 구성해 운영하면 초기에 의사결정 속도가 더디고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모든 업무 과정을 조금이라도 더 빠르고 간단하게 만들고 싶은 것은 경영진의 희망입니다. 따라서 이것과 배치되는 조직을 꾸리고 운영한다는 것은 여간 불편하고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속도가 느려지는 만큼 비용도 증가해 성과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직원뿐만 아니라 경영진도 다양성 필요

그래서 경영진은 가급적 자신과 경험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로 조직을 꾸려 긴말 하지 않고도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결정된 내용이 즉각적으로 집행될 수 있기를 원합니다. 최고경영자가 장기근속하면 그와 닮은 사람들로 조직 구성원들이 바뀌고 그의 생각이 기업 문화로 자리 잡게 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일시적으로 몇몇 측면에서 맞을지는 몰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틀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직 구성원들의 지나친 동질성은 객관적이고 투명한 문화를 가로막고 부패와 비리,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의 폐해를 불러옵니다. 따라서 귀하의 회사처럼 짧은 시간에 급성장해 온 기업이 안정적 지속 성장으로 전략을 수정하려면 이에 맞게 사람부터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반드시 다양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다양성은 직원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간부는 물론이고 기업 의사결정의 최고 단계에 있는 이사회까지 적용돼야 합니다. 세계 주요 국가와 기업에서 여성 이사 비율 확대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여성을 배려하기 위한 게 아닙니다. 효율성을 높이고 성과를 확대해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키우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다양성을 확보하려면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고 인재 평가 기준을 바꾸고 면접관을 교체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