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달러 가치 3년6개월 만에 원화 대비 최저…원화 강세 이어지는 네 가지 이유
원·달러 환율, 연내 1020원 수준까지 추가 하락 예상
[한경비즈니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보·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 원·달러 환율이 4월 3일 달러당 1054.2원까지 하락했다. 연중 최저치는 물론 2014년 10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 대상국인 멕시코 페소화를 제외하면 대한민국 원화는 지난 1개월 동안 달러 대비 2.4% 절상되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통화였다. 지난 1주일만 보면 1.5% 절상으로 단연 전 세계 1위다. 작년부터 계산했을 때의 여건은 조금 낫다. 그래도 달러 대비 절상률은 14.5%로 전 세계 상위 30% 이내에 속한다.

원화 강세의 배경은 네 가지다. 첫째, 글로벌 달러 약세다. 미국 경제의 성장이 무르익고 넘쳐 긍정적 영향이 신흥 시장으로 확산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금이 미국을 빠져 나와 기대 수익률이 높은 신흥 시장으로 유입되는 중이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가중평균한 달러 인덱스는 2017년 이후 12%나 약해졌다.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신흥 시장 주식(MSCI EM)은 2017년 이후 27.8% 급등하며 선진 시장의 약 두 배 수익률을 내고 있다.

올 들어서도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 주식시장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신흥 시장은 플러스 수익률로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둘째, 미국의 통상 압박 영향이다. 2017년 미국의 무역 적자는 5684억 달러로 2008년 7087억 달러 이후 최대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000억 달러가 넘는 무역 적자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연일 교역 상대국들을 압박하는 중이다. 1월에는 세탁기 및 태양광 패널 세이프가드를 발동했고 3월에는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현재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도 재협상 중이다. 3월 22일에는 중국산 수입품에 600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중 무역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중국은 즉각 보복관세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대중 통상 압박 외에 남중국해 등 양안 문제를 건드리며 외교와 군사적 압력을 병행하는 중이다. 미국은 관세뿐만 아니라 통상법 301조의 핵심 사안인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 서비스산업의 규제 완화, 점진적인 시장 개방 등을 포괄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위안화 강세와 중국의 금융 및 서비스 시장 개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월 20일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에서 중국의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양로·의료·교육·금융 분야 위주의 개방 의사를 밝혔다. 장기적으로 아시아의 자본 유입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4월 20일 전후로 미국 재무부의 반기 환율 보고서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대미 무역 흑자가 과도한 국가들의 부담과 그에 따른 달러 대비 통화 강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4개월 동안 환율 관찰 대상국 통화의 달러 대비 강세 폭(평균 4.1%)보다 원화 강세 폭(2.8%)이 크지 않았다는 사실과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의 광범위한 인식 때문에 4월 환율 보고서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원화 강세의 속도가 더욱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완화다. 3월 초 대북 특사 사절단의 방북 결과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했다. 5월 말 북미 정상회담 소식이 이어졌고 3월 말에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소식도 전해졌다. 불과 1개월 사이에 북한과 관련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국내 경제와 원화의 주요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도 원화 강세 심화의 배경 중 하나로 추정된다.

◆구조적인 환헤지 수급 불균형 조짐

넷째, 해외투자 급증에 따른 헤지 수요의 불균형이다. 국내 기관투자가와 해외 펀드는 해외투자 시 약 80% 수준에서 환헤지를 수행한다. 해외 투자자는 해외 증권을 매수하기 위한 달러를 현물 환시장에서 매입함과 동시에 선물 환시장에서는 미래의 달러를 매도하는 거래를 병행하는 외환 스와프 거래를 한다. 현물 환율과 선물 환율의 차이를 스와프 포인트라고 부르는데, 이는 양국 간의 이자율 차이를 환율로 표시한 것과 동일하다. 현재 한국의 단기 금리가 미국보다 더 낮기 때문에 달러를 빌려오기 위해서는 역전된 스와프 포인트 만큼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달러 조달비용의 의미도 있다. 한·미 금리의 역전 폭이 커질수록 스와프 포인트의 역전 폭, 즉 달러 조달비용도 커진다.

금융 위기 이전인 2007년 1160억 달러였던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투자 잔액은 금융 위기 당시 한때 540억 달러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작년 말 현재 2410억 달러까지 급증했다. 해외투자가 늘어날수록 신규 환헤지 수요가 증가한다. 환헤지는 대체적으로 1~3개월 만기로 연장된다. 그럴수록 선물 환율과 현물 환율의 역전 폭은 더 커진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헤지 수요를 받아 낼 거래 상대방은 선물환을 매수하고 현물환을 매도하는 반대 거래를 한다. 이때 매도할 달러 현물환은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이 상당 부분 해외의 본점에서 빌려온다.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미국의 리보 3개월 금리는 2.3%로 금융 위기 당시였던 2008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은행 규제와 함께 달러 조달비용이 높아지면서 외국계 은행을 통한 달러 공급은 예전보다 감소한 상태다. 여기에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즉 달러 공급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막대한 해외투자와 환헤지 그리고 만기 연장 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선물환 매도에 따른 원화 강세 속도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구조적인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원·달러 현물 환율과 선물 환율의 역전은 2006~2008년에도 있었다. 선물 환율의 하락은 시차를 두고 현물 환율의 하락, 즉 달러 대비 원화 강세로 이어진다. 당시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 리보 금리가 상승했고 리보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원화 강세 압력은 더욱 심화됐다. 앞서 언급한 요인들을 감안할 때 원화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리적 지지선인 1050원을 밑도는 것은 물론 글로벌 달러약 세 기조를 감안할 때 연내 1020원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 본 기고문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KB증권의 투자 의견과 관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