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수익이 ‘리딩뱅크 경쟁’좌우…은행 고객을 증권·보험 고객으로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간 ‘리딩 뱅크’ 경쟁의 핵심 열쇠는 비(非)은행 부문이 쥐고 있다. 비은행 수익을 확대하는 방안 중 하나는 은행·증권·보험 등 비은행 부문을 결합한 ‘복합 금융 점포’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은행·증권·보험·카드를 아우르는 종합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금융지주사들의 지상 과제이기도 하다. 두 금융지주사는 2017년부터 복합 점포를 경쟁적으로 확대 개설하며 1등 종합 금융그룹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B·신한, 점포 축소에도 ‘복합 점포’ 늘리는 까닭
◆KB, 소개 영업으로 신규 자산 408%↑

2017년 금융지주부문 이익 순위 1등과 2등이 뒤집혔다. KB금융그룹이 자체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금융지주 1위’ 타이틀을 꿰찬 것이다.

두 지주사의 운명을 가른 것은 KB금융지주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었다. 앞서 KB금융지주는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을 연이어 인수하며 비은행 부문을 확대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7년 KB금융지주의 비이자 이익은 2조4821억원으로 전년보다 138.1% 증가했다. 무엇보다 KB국민은행이 KB증권으로 연결한 소개 영업 실적에서 ‘대박’이 났다. 소개 영업은 은행이 소개한 고객이 증권 영업점을 방문해 계좌를 만들고 주식·채권·주가연예증권(ELS)·펀드 등 증권 상품에 가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KB금융지주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은행의 소개 영업으로 신규 유치한 고객은 2만3000명에 달했다. 전년 6300여 명보다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소개 영업에 따른 신규 자산 역시 2016년 9246억원에서 1년 새 4조7000억원으로 408.3% 늘었다.

KB금융 관계자는 “은행·증권의 협업 체계를 조기에 정착시키고 고객의 자산 증식을 위해 차별화된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요인”이라고 말했다.

은행·증권의 협업에서 거점 역할을 한 것은 복합 금융 점포였다. 복합 금융 점포는 기존 금융회사 점포 일부 공간에 별도로 다른 금융회사가 영업소나 부스 형태로 들어와 운영하는 소규모 점포를 말한다.

즉 은행에 소규모 증권 창구나 보험 창구를 신설해 은행·증권·보험 서비스를 한곳에서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일종의 ‘금융 백화점’ 역할이다.

KB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문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 2017년 자산관리(WM) 사업을 중심으로 한 WM 복합 점포를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2016년 말 수도권을 중심으로 24개에 불과했던 은행·증권 복합 점포는 2018년 3월까지 총 52개로 늘어났다. 1년여간 28개의 복합 점포가 추가 개설된 것이다. 이는 비대면 시대를 맞아 몸집 줄이기에 나선 금융권의 추세와는 정반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점과 출장소를 포함한 국내 은행권의 영업점 수는 6791곳으로 전년에 비해 312곳이 줄었다. 이는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KB금융지주는 앞으로 수도권 중심 운영에서 권역별 지방 대도시 중심 운영으로 복합 점포의 커버리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3월 27일 52번째로 문을 연 복합 점포 김천지점이 그 시작이다.
KB금융지주에서 WM부문을 총괄하는 박정림 부사장은 “복합 점포를 권역별 대도시까지 지속적으로 개설해 커버리지를 전국적으로 확대함과 동시에 복합 점포를 통해 은행·증권의 협업 정착으로 시너지 효과를 높여 고객의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 만족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B·신한, 점포 축소에도 ‘복합 점포’ 늘리는 까닭
◆신한, 복합 점포 올해 말까지 70여 개로 늘려

신한금융지주도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한 역전승을 꾀하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환경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 비은행 부문이라고 보고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타 금융지주 대비 균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것은 신한금융지주의 강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신한금융지주의 비은행 비율은 2016년 35%에서 2017년 44%로 9%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KB금융지주는 27%에서 34%로 7%포인트 늘었다. 신한금융지주가 KB금융지주에 10% 정도 앞서 있는 셈이다.

회사는 더욱 고삐를 당길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WM 복합 점포를 70여 개까지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3월 말 기준 신한금융지주의 WM 복합 점포 수는 총 51개로 KB금융지주보다 한 개 적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향후 원-신한(One Shinhan) 관점의 그룹사 간 협업을 확대해 그룹 역량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며 “비은행·글로벌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