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인맥-국토교통부]
- 남성 중심 조직 벽 허물고 투기와의 전쟁 벌인 3선 의원의 ‘뚝심’

건설부와 교통부가 합쳐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한국 국토의 체계적인 개발과 보존, 교통 물류 체계 구축 등을 관장하는 중앙 행정기관이다. 전문적인 현장 업무와 정책 수립 등의 업무가 공존하다 보니 타 부처와는 다른 인맥이 형성돼 있다. 대표적으로 행정직과 기술직이 구분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김현미 장관이 새 수장에 임명되면서 국토부에는 적지 않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김 장관은 국토부의 첫 여성 장관이다. 국장급 이상 고위 관료 44명의 세부 프로필을 입수해 국토부에 불고 있는 인맥의 변화를 분석했다.
국토부 첫 여성 장관, ‘서민 주거복지 전도사’ 되다
(사진) 김현미(가운데) 국토교통부 장관과 송하진(오른쪽) 전북도지사가 3월 16일 전북 새만금 동서2축도로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최근 국토부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6월 대표적인 남성 중심 조직으로 꼽히는 국토부에 김현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장관으로 취임했다.

국토부 70년(1948년 교통부 출범) 역사에서 여성 장관은 처음이다. 게다가 관료 출신이 아니고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3선 의원이다. 다양한 업무가 복잡하게 얽힌 국토부를 제대로 이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취임 11개월째를 맞은 김 장관은 ‘서민 주거 복지 전도사’로 불리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 ‘투기’ 근절 위해 전방위 압박

김 장관에 대한 평가가 바뀐 것은 취임 직후부터 보여 온 파격 행보와 강단 있는 추진력이 밑바탕이 됐다.

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 당일 직접 만든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를 활용해 투기 세력에 대한 적극 대응 방침을 밝히며 투기 세력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는 “집값 급등은 투기 수요 때문이며 6·19 대책은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며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의 부동산 과열 양상이 완화되지 않자 6·19 대책을 발표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8·2 부동산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기엔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동시 지정이라는 고강도 규제를 담았다.

그 뒤 9·5 후속 조치, 10·24 가계 부채 대책, 11·29 주거 복지 로드맵, 12·13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까지 부동산 정책을 쉴 틈 없이 쏟아냈다. 시장의 반발도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그 결과 김 장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뚝심’과 ‘강단’은 김 장관이 걸어온 삶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김 장관은 평화민주당 대졸 공채 당직자에서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3선 의원을 지내고 장관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특히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선했을 때는 ‘서민 현장’에 뛰어드는 파격 행보를 보여줬다. 하루 12시간씩 일하면서도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하는 40, 50대 주부 노동자들을 취재해 그들의 고단한 현실을 기록한 책 ‘강한 아줌마, 약한 대한민국(메디치미디어, 2011년)’을 펴내기도 했다.

◆ 새만금·서민 주거 환경 위해 예산 확보

김 장관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꼼꼼함’과 ‘계획성’을 꼽을 수 있다. 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정무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국회운영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했고 2016년 ‘여성 최초’로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역임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국회에서 정부 예산의 심사를 담당하는 핵심 상임위원회로 김 장관의 꼼꼼함과 계획성을 알아본 많은 의원들이 추천해 그 자리에 올랐다. 김 장관은 자리에 있는 동안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뛰어난 갈등 조정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김 장관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새만금 사업 재개를 비롯해 시민·청년들의 주거 문제 해소, 도시재생을 통한 삶의 질 제고, 대중교통 체계 개선 등이다. 특히 새만금 사업 재개와 관련해서는 김 장관이 가장 앞에서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새만금 사업은 전라북도의 군산시 비응도동부터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까지 총 33.9km에 이르는 새만금 방조제를 건설해 서해안의 갯벌과 바다를 육지로 바꾸는 간척 사업이다.

하지만 과거 정부에서 엇박자 정책을 추진해 그동안 공사가 중단돼 왔다. 김 장관은 새만금 사업이 국토 면적 확충에 따른 국익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또한 김 장관은 올해 내 공적임대주택 17만 호, 공공분양주택 1만8000호 등 공적주택 총 18만8000호 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계층별로는 청년 3만2000호(4만4000실), 신혼 3만 호, 고령자 9000호, 취약계층 9만9000호 등이다.

이런 일련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김 장관은 당초 예정된 예산안보다 더 확충된 금액을 확보해 놓았다. 2018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4조7000억원이었지만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15조8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늘어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프로필]
- 1962년 전북 정읍 출생. 전주여고 졸업.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청와대 언론비서관·정무2비서관. 열린우리당 대변인·경기도당 위원장. 17·19·20대 국회의원.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 위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2017년 국토교통부 장관(현).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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