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김정은 대해부]
- 가족은 주로 리설주 등 ‘여성’ 역할 부각…조연준·조용원 등 실세 참모 눈여겨봐야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는 파워맨 누구?
(사진)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오른쪽) 여사와 여동생인 김여정(왼쪽) 부부장이 4월 15일 평양을 방문한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함께 중국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 체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만이 북한의 당·정·군을 대표하는 일인 지배 체제다.

하지만 그 주위에는 가족과 핵심 조력자가 존재한다. 전제적 군주제와 유사한 체제를 유지하기 때문에 가족은 주로 여성의 역할이 부각된다. 핵심 조력자는 외부로 드러나는 고위직과 실무형 참모직으로 구분된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가족 중에서 가장 부각되고 있는 사람은 부인 리설주 여사다. 성악을 전공한 리설주 여사는 보천보전자악단·은하수관현악단 등에서 가수로 활동했고 2009년 김 위원장과 결혼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김 위원장은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같은 차원에서 자신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의 위상과 역할을 만들어 주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 부인에 대해 ‘존경하는 리설주 여사’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리설주 여사에 대해 격식을 갖춘 높임말을 사용하면서 위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북한이 리설주 여사를 높이는 것은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동시에 서방세계처럼 부인을 대동하며 가족적인 모습을 외부에 보여주는 선전선동의 일환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어머니인 고용희 씨가 고(故)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을 풀려고 하는 개인적 경험도 자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리설주 여사는 정의용 특사단의 방북과 북·중 정상회담, 남한의 예술단 방북 공연, 중국 공연단 방북 공연 등에 참여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물론 리설주 여사가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북한의 대내외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담배 습관을 걱정하는 모습 등과 같이 부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다.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는 파워맨 누구?
(사진) 2017년 12월 22일 노동항 제5차 세포위원장 대회에서 김정은(오른쪽) 위원장이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무적 역할 강조되는 동생 김여정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리설주 여사와 정반대의 방식으로 부각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막내딸인 김여정 부부장은 북한에서 말하는 소위 ‘백두 혈통’의 일부로 정무적 영역에서 김 위원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단순히 여성으로서 김 위원장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선전선동과 관련된 일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유일한 동복누이로 최고지도자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서 활동하고 있고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바 있다.


방한 당시 김여정 부부장의 모습은 김 위원장 집권 초기 철없이 행동하던 어린 소녀의 티를 벗어나 나름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사회에도 화제가 됐던 태도나 행동 방식은 그가 상당 기간 관련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김여정 부부장은 4월 14일 쑹타오 중국 대외연락부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역에 마중 나가 반갑게 인사하는 등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앞으로도 선전선동의 영역을 넘어 자신의 위상을 만들어 갈 전망이다.


김 위원장의 집권 초기 그를 둘러싼 군부 및 당의 핵심 인사들은 나름 자신들만의 권력을 쌓아 온 전형적인 실세형 파워 엘리트였다. 군부를 장악했던 리영호 총참모장이 그러했고 김 위원장의 고모부로 당과 정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또 그랬다.


하지만 이들은 권력에서 숙청됐고 현재 김 위원장의 측근으로 활동하는 고위급 인사들은 자신들의 영역에서 김 위원장을 보좌하는 제한된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김 위원장을 제외한다면 북한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은 최룡해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당 조직지도부장(추정)이다. 북한 인민무력부장을 역임한 최헌의 아들로 오랜 기간 노동당에서 경험을 쌓아 왔고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에는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거치며 권력의 핵심에 올랐다.


하지만 장성택 전 부위원장 숙청 이후 최룡해 상무위원 역시 지방 좌천을 겪고 다시 권력의 중심으로 복귀하는 등 많은 부침이 있었다. 그 결과 현재 최룡해 상무위원이 중요한 보직을 다수 점하고 있지만 그의 위상은 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현재 최룡해 상무위원은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당 운용과 인사 측면에서 김 위원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남 관계에서 가장 부상한 인물은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다. 2010년 당시 정찰총국장으로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의 주범으로 불리는 김영철 부장은 김정은 정권 들어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


남한의 서훈 국정원장의 상대로 남북대화 과정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지만 그의 행보를 보면 매우 조심스러움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 4월 1일 남한 예술단 평양 공연 당시 보도 제한이 문제되자 직접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김 위원장의 지시를 이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권력에 절대 복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2016년 혁명화 교육을 받고 다시 복귀하는 등 김 위원장의 공포정치를 일부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별다른 부침 없이 같은 보직을 오랜 기간 맡고 있는 인물이 박봉주 총리다. 김정은 정권 출범 직후 북한 노동당 경공업부 부장을 거쳐 2013년 4월 내각총리에 오른 이후 지속적으로 북한의 경제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당초 장성택 전 부위원장의 사람으로 평가되던 박봉주 총리는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울먹거
리며 장성택 전 부위원장을 비판함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덕분인지 아니면 경제 관료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았기 때문인지 별다른 좌천 없이 김 위원장을 보좌하고 있다.


리수용은 김정은 정권 초기 외무상을 역임하고 현재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리수용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시절 당시 북한의 스위스 대사였던 이유로 당시 후견인 역할을 수행하며 두터운 신임을 얻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도 노동당 국제부장을 겸하며 북한 대외정책 분야에서 김 위원장을 보좌하고 있다.


물론 리용호 현 외무상이 북핵 문제 등에서 더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남북대화나 미·북대화에서는 큰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권력자의 측근으로서 향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는 파워맨 누구?
-‘대남’ 김영철·‘경제’ 박봉주·‘외교’ 리수용


공식 직함이나 서열은 높지 않지만 김 위원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며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참모들이 있다. 권력에 가까이 있지만 매우 몸조심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 업무의 성격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의 참모 그룹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듯하다.


조연준은 김정은 정권 출범 초기부터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역할을 맡아오며 저승사자 역할을 수행해 온 김 위원장의 최측근이다. 그는 오랜 기간 북한 권력의 핵심인 조직지도부에서 경력을 쌓아 왔고 이를 토대로 김정은 정권 공고화를 위해 전개된 장성택 전 부위원장,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 등의 숙청에서 중심에 서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 조직지도부를 대표해 장성택 전 부위원장과 같은 권력형 실세와 현영철 부장 등과 같은 군부 실력자를 제거한 것이다. 다만 그 역시 토사구팽을 당한 것인지 몰라도 2017년 10월 7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당 검열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권력에서 한 단계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조연준 부부장이 조직지도부의 지는 해라면 조용원 조직지도부 부부장은 뜨는 해다. 조연준 부부장의 주요 역할은 경제·사회·문화 부문을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최근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용원 부부장은 김 위원장을 가장 자주 수행할 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과 귓속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신뢰받는 인물이다. 2016년 5월 7일 노동당 대회가 조선중앙TV로 방송됐는데 당시 조용원 부부장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지시를 받는 과정에서 귓속말을 하는 장면이 포착돼 많은 주목을 받았다. 김 위원장과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측근으로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김창선 서기실장이다.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격인 서기실장 역할을 맡아 왔고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김여정 부부장을 수행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의 의전·경호·보도 실무 회담의 북측 대표로 나오면서 다시 한 번 위상이 강화됐는데, 과거 2000년 김용순 당시 대남담당비서가 특사 자격으로 방한했을 때에도 박상천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동행했다고 전해진다. 앞으로 남북 관계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화무십일홍’이란 말처럼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에서 최고지도자를 제외한 권력은 금방 사라질 수 있다. 그렇기에 김 위원장의 가족을 제외한 고위급이나 참모 인사들도 언젠가는 권력에서 내려올 운명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이들이 김 위원장의 곁에서 오늘의 북한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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