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CJ제일제당·오리온, 친환경 포장 기술로 폐기물 최소화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최근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른바 ‘폐비닐 대란’이 벌어지면서 포장재 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포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식음료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재활용 수거 업체들은 재활용 폐기물을 발전소용 고형 연료로 쓰는 중국에 수출해 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올 1월부터 폐플라스틱 등 24종의 폐기물 수입을 중단했다. 지난해 7월부터 자체 폐기물로도 수요가 충족되는 만큼 폐기물을 굳이 수입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인천 지역 재활용 업체들이 4월 1일 폐비닐 등을 수거하지 않으면서부터다. 환경부가 재활용 업체들과 협의해 수거 활동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여파는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산 단계에서부터 수거·재활용 단계를 고려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방안과 함께 분리수거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폐비닐 대란은 중국의 수입 금지보다 환경부의 무능이 만들어 낸 결과”라며 “지금이라도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포장재와 포장 기술 개발 등에 적극 나서고 기업을 대상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 등을 점차 줄여 나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밀 껍데기 친환경 용기 도입
폐비닐 대란 속 눈길 끄는 ‘착한 포장’
(사진)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밀 껍데기 친환경 용기.

식음료 기업 중 친환경 포장 프로젝트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2013년 밀 껍데기(소맥피)를 원료로 한 친환경 비닐봉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비닐봉지는 석유화학 유래 물질인 폴리에틸렌 성분 100%의 기존 비닐봉지와 달리 곱게 간 밀 껍데기를 25% 섞어 석유화학 유래 물질 사용량을 줄인 친환경 포장재다.

이 비닐봉지는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전국 뚜레쥬르 매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CJ푸드빌은 현재 기존 밀 껍데기 대신 전분을 적용한 친환경 비닐봉지를 활용 중이다.

CJ제일제당은 밀 껍데기 등을 활용한 친환경 소재를 개발해 제품 패키지의 플라스틱 사용량(25% 수준)도 줄여 나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스팸 등 일부 명절 선물 세트에 ‘밀 껍데기 트레이’를 쓴다.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 매장에서는 테이크아웃 주문 시 메뉴를 ‘밀 껍데기 용기’에 담아준다. 밀 껍데기 소재는 국내 온라인 마트 배송용 제품과 해외 수출용 제품의 완충재로도 일부 사용된다.

CJ제일제당은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포장재 사용을 최소화하는 패키징 개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햇반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용기 두께를 기존 대비 30% 정도 줄인 구조 변경 작업을 거쳐 제품 내부의 빈 공간 등을 최소화했다. 용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양을 최소화하면서도 제품 살균과 밀봉 과정에서 용기가 찌그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음압 구조’를 적용했다.

해찬들 장류 제품의 용기에도 해당 기술을 활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경쟁사 대비 10~15% 줄였다는 게 CJ제일제당의 설명이다.

차규환 CJ제일제당 패키징센터장은 “센터 내부에 용기 전문 설계팀을 별도로 구성해 같은 구조라도 무게를 줄이고 내구성을 강화한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제품의 포장 용기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오리온, 초코파이에 친환경 포장재 적용
폐비닐 대란 속 눈길 끄는 ‘착한 포장’
(사진) 오리온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친환경 초코파이 포장재를 살펴보고 있다.

오리온은 기존 포장재보다 안전한 친환경 포장재를 일부 제품에 적용 중이다.

오리온은 잉크 제조사 성보잉크 등 중소 협력업체 두 곳과 2년간 공동 연구, ‘메틸에틸케톤’과 ‘에틸아세테이트’ 등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 유기화합 용제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포장재를 지난해 11월 개발했다.

이 포장재는 제조 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인 ‘총미연소탄화수소(THC)’와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방출량을 기존 대비 각각 83%, 75% 줄여 소비자와 생산 노동자 모두에게 보다 안전하다는 것이 오리온의 설명이다.

오리온은 ‘초코파이정(情)’ 제품에 이 포장재를 사용 중이다.

천동영 오리온 포장개발팀장은 “환경오염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4년 11월부터 포장 규격을 축소하는 한편 내용물의 양을 늘리고 있다”며 “친환경 포장 인쇄·가공 기술을 전 제품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폐비닐 대란 속 눈길 끄는 ‘착한 포장’
롯데칠성음료는 페트병의 재활용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생수 브랜드 ‘아이시스 8.0’의 2리터 제품 라벨에 물에 녹는 수용성 접착제를 사용했다. 300mL 제품에는 기존보다 높이와 무게를 30~40% 슬림하게 한 ‘쇼트 캡’을 적용, 친환경성을 강화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페트병을 사용하는 모든 음료 제품의 경량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은 제품 특성상 품질 안정성 등의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한 것을 제외하고는 단계적으로 쓰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갈대나 전분을 활용해 미생물에 의해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 포장재를 개발하고 있다.
농심은 효율적 재활용이 가능한 ‘유니 소재(Uni-material)’ 개발에도 기술력을 모으는 중이다. 유니 소재는 제품의 설계·생산 단계에서부터 수거·재활용 단계를 고려해 포장재 등의 재질을 단일화하는 것을 뜻한다.

농심 관계자는 “기존 페트 제품은 병·뚜껑·라벨 부분이 각각 다른 소재로 만들어져 재활용 효율성 측면에서 불리한 부분이 있다”며 “백산수 용기의 각 소재를 한 가지로 통일해 궁극적으로 자원 순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덕환 교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친환경 소재 개발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개발 비용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물론 업계가 공들여 만든 친환경 패키지 등이 기존 재활용 폐기물과 동일한 방식으로 분류·처리되는 현 분리수거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