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일 어찌 보라고” 비난 폭발…금융노조 “사회적 합의 거쳐 권리 찾을 것” 10일 산별중앙교섭 재개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은행 점심시간 휴게’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금융권 노사 산별중앙교섭이 5월 10일 재개된다. 이번 노사 대표단 교섭에서도 노동시간 주 52시간 초과 금지와 휴게 시간 1시간 준수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휴게 시간 1시간 준수’는 은행의 점심시간 휴게 논란으로 이어졌다. ‘1시간 동안 은행 문을 닫고 전 직원이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는 주장에 금융 소비자들은 점심시간에 은행 문을 닫으면 직장인들이 어떻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겠느냐며 소비자 불편을 토로했다.


반면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는 행원들이 점심시간 1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며 노동자의 휴게 권리를 강조했다. 금융노조가 휴게 시간 1시간 준수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주요 쟁점 세 가지를 정리했다.
점심시간 은행 닫는다?‘1시간 휴게’ 논란 3가지 쟁점

◆쟁점① 12시 vs 13시



첫째 쟁점은 시간이다. ‘휴게 시간 1시간 보장’이 점심시간 휴게로 알려지면서 노조 측에 맹비난이 쏟아졌다. 대개 직장인의 평균 점심시간은 12시에서 오후 1시까지인데 이 시간을 쪼개 은행 업무를 보던 직장인들의 공분이 쏟아진 것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휴게 시간 1시간 보장이 12시에서 오후 1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정덕봉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지금은 점심시간(12시~오후 1시)에 교대 근무를 하고 있지만 그 시간에 모두 일하고 이후 나머지 시간에 고객과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1시간 동시 휴게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알려진 것과는 정반대”라고 말했다.


즉 직장인들이 많이 몰리는 평균 점심시간대인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교대 근무 없이 전원 근무하고 오후 1시 이후 전원 1시간 휴게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금처럼 점심시간에 3교대, 4교대로 식사를 하게 되면 고객은 장시간 대기해야 한다”며 “고객이 많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모두가 업무를 봄으로써 오히려 소비자 만족을 제고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융노조 2018년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에 따르면 셋째 문항인 ‘정년연장 및 노동시간 단축’이다. 금융노조는 요구안에서 노동시간 주 52시간 초과 금지와 휴게 시간 1시간 준수를 내걸었다. 휴게 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나 설명은 기재돼 있지 않다.


◆쟁점② 갑질 vs 정당행위


논란이 불거지자 일각에서는 금융노조의 휴게 시간 1시간 보장이 ‘갑질’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정 시간에만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금융 소비자들의 고객 편의를 저버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용자 A는 “서비스직이라면 당연히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지 않느냐”며 “점심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노사 간 해결해야 할 부분이지 그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B 또한 “교대로 점심을 먹되 점심시간부터 1시간씩 휴게 시간을 보장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지 않겠느냐”며 “1시간 동안 은행 문을 닫는 것은 소비자들을 배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은 휴게 시간 1시간 보장은 법에서 정한 것으로 지금까지 행원들이 부당노동행위에 처해 있었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했다.


S은행에서 근무하는 행원 고 모(33) 씨는 “행원들은 점심시간에 물만밥을 밀어 넣거나 굶는 것이 태반”이라며 “소화불량은 기본이고 화장실을 제때 못 가 관련 질환을 앓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그 대신 노조는 휴게 시간 전원 동시 사용에 대해서는 한걸음 물러났다. 정 부위원장은 “금융 산업에서는 수십여 년간 노동법에 보장된 휴게 시간 1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며 “그간 ‘공짜 노동’을 했기 때문에 사용자 측에 이 1시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갖고 나오라는 게 우리 측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휴게 시간 1시간을 동시 사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고객과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동시 사용하거나 개인별로 휴게 시간 1시간을 보장하는 방안 어느 쪽이든 방안을 모색해 달라는 문제 제기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점심시간 은행 닫는다?‘1시간 휴게’ 논란 3가지 쟁점

◆쟁점③ 교대 vs 충원



행원과 직장인들은 이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타협점은 ‘일자리 충원’밖에 없다는 데 공감한다. 즉 대체 인력을 충원함으로써 직장인들에게는 고객 편의를, 행원에게는 노동자의 휴게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정 부위원장은 “대체 인력을 세우는 것은 휴게 시간 1시간 보장과 노동시간 단축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객을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은행 측은 해당 논란에 속수무책이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화 부산은행 부행장은 “고객의 불편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측은 비대면 시대를 맞아 행원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점포 수는 2013년 말 4598개에서 2016년 말 4144개로 감소했다. 이 사이 은행 직원 수 역시 7만6511명에서 7만671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노조의 생각은 다르다. 정 부위원장은 “대형 금융사는 올 상반기에만 1조원 가까이 순이익이 발생했는데 이는 은행이 경영을 잘해서라기보다 순이자마진(NIM)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그렇다면 이를 사회에 돌려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포용적 금융’과 ‘생산적 금융’을 고민해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오는 10일 차기 대표단 교섭을 열고, 이후 실무교섭과 대대표교섭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갈 예정이다. 이르면 7월 26일 산별교섭을 타결하겠다는 계획이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