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1500억원 투자…연간 60억 정 생산 ‘국내 최대’ 규모
연구에서 생산까지 ‘원스톱’…한미약품 스마트 공장
(사진) 한미약품 팔탄공단 전경. /한미약품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한미약품의 대표 품목인 ‘아모잘탄’·‘로수젯’·‘팔팔’ 등 고형제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경기도 화성 팔탄공단이 지난해 말 본격 가동한 스마트 플랜트로 ‘제2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매출의 18% 정도인 1707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는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 의약품으로 ‘매출-R&D 선순환 구조’를 탄탄히 구축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주요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의약품의 요람’ 팔탄공단을 찾아가 봤다.
연구에서 생산까지 ‘원스톱’…한미약품 스마트 공장
(사진) 한미약품 팔탄 스마트 플랜트 1층의 제품 포장 라인. / 이승재 기자

◆전체 공정의 90% 자동화 완료
연구에서 생산까지 ‘원스톱’…한미약품 스마트 공장
그래픽=윤석표 팀장

한미약품 팔탄 스마트 플랜트는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의 고형제 전용 공장이다. 6~7층 고층부에서 의약품 원료 칭량이 시작되고 1층에서 완제품이 포장되는 수직형 생산구조로 생산 동선을 효율화했다. 1500여억원을 들여 전체 공정의 약 90%를 자동화했다.

지하 1층에는 스마트 플랜트와 기존 공장의 제조 지원 설비를 통합 제어하는 종합통제실과 단지 내 180여 곳의 상황을 실시간 감시해 화재 등을 예방하는 방재센터가 들어서 있다.

5층엔 습식·건식 과립 제조와 혼합 공정에 필요한 설비 등이 배치돼 있다. 3층에 타정기와 정제 코팅기, 이물 검사기, 정제 레이저 인쇄기 등이 자리해 있다. 타정기는 균질하게 제조된 혼합물을 압축 및 타정해 정제를 생산하는 장비다.

타정기, 이물 검사기, 정제 레이저 인쇄기에는 자동 물류 시스템을 적용했다. 무인 운반차인 AGF(Auto Guided Forklift)가 4층 물류 공급층반제품 자동 창고에서 출고된 반제품을 출고해 타정기 상부에 투입, 정제를 생산하고 있다. 타정기에는 공정 진행 중 실시간 품질 검사가 가능한 자동 검사 장비도 장착됐다. 시간당 50만 정 이상을 생산할 수 있다.

정제 코팅기는 투입된 정제에 저장된 레시피에 따라 코팅액을 분사하는 장비다. 1회 약 500kg의 정제를 생산할 수 있는 초대형 장비다. 공정 종료 후 용기를 자동으로 세척하는 기능도 갖췄다.

이물 검사기는 정제의 이상 유무와 이물 등을 검사하는 장비로, 야간 무인 운전도 가능하다. 정제 레이저 인쇄기를 통해 정제 표면에 제품명이나 회사 로고를 자동으로 인쇄하는 장비다.

1층엔 포장실과 자동화 물류 창고가 들어서 있다. 생산된 완제품은 포장실에서 박스에 포장된 뒤 컨베이어를 통해 자동 이송된다. 이송된 완제품 박스는 최종 확인 과정을 거친 뒤 로봇에 의해 팰릿차에 실려 자동화 물류 창고로 입고된다.

자동화 물류 창고는 약 1만6000개의 팰릿을 보관할 수 있는 국내 최대 시설이다. 무선 인식 태그(RFID) 시스템을 기반으로 제품 사용 기한에 따라 순차적으로 출고된다. 전국의 약국 등에서 주문한 제품은 24시간 이내 배송이 완료된다.
연구에서 생산까지 ‘원스톱’…한미약품 스마트 공장
◆빅데이터 접목해 최고 품질 의약품 생산
연구에서 생산까지 ‘원스톱’…한미약품 스마트 공장
(사진) 한미약품 팔탄 스마트 플랜트 3층의 레이저 정제 인쇄실. /이승재 기자

한미약품은 일찍이 유럽 주요국으로부터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인증을 획득하고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의약품 생산능력을 인정받았다. 팔탄공단이 생산하는 혈전 치료제 ‘피도글’은 국내 고형제 최초로 유럽연합(EU) GMP(EU에 수입되는 의약품의 제조 및 품질관리 인증)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팔탄공단의 성과는 ‘제제 연구’와 ‘생산’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제제 기술이 생산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구축한 원스톱 시스템에서 비롯됐다. 한미약품이 팔탄공단을 단순히 공장으로 지칭하지 않고 ‘공단’으로 부르는 이유다.

팔탄공단에 소속된 576명의 인력 중 제제연구센터에서 59명, 품질 부문에서 147명이 근무 중이다. 또한 생산 부문에서 252명, 공장관리 부문에서 118명이 일하고 있다.

팔탄 스마트 플랜트는 한미약품이 투명한 의약품 유통 구조 조성을 위해 2009년 도입한 RFID 기반의 시스템이 곳곳에 적용됐다. 재고 현황과 적정 생산량, 처방 현장에서의 의약품 사용 패턴 등 RFID를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 기반의 플랜트 운용은 물론 각 생산 시설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고품질의 의약품을 이른 시간 안에 대량생산한다.

한미약품은 스마트 플랜트 가동을 통해 글로벌 제약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주문기 한미약품 팔탄공단 공장장(부사장)은 “RFID는 단순한 수량 파악 정도가 가능한 2D 바코드 기반의 물류 시스템과 달리 의약품의 이력 관리와 유효기간 등을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다”며 “ICT 기반의 스마트 플랜트와 RFID 기반의 빅데이터 결합은 제약 플랜트의 혁신을 주도할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식 설비로 글로벌 경쟁력 갖춰
연구에서 생산까지 ‘원스톱’…한미약품 스마트 공장
(사진) 한미약품 팔탄 스마트 플랜트 지하 1층의 종합통제실. /이승재 기자

팔탄 스마트 플랜트는 건축 자동화 기술 전문 업체인 일본의 가지마건설이 개념·기본 설계를 담당하고 삼성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았다. 콘셉트를 잡는 데만 3년 이상 걸렸고 공사 기간은 총 2년이 소요됐다.

팔탄 스마트 플랜트는 최신식 설비투자 덕분에 정제(이층정·필름코팅정·나정 등), 경질 캡슐뿐만 아니라 폴리캡(2가지 이상 성분이 분리 충전된 캡슐)과 같은 첨단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 교차 오염을 방지하는 스플릿(split) 밸브 방식을 도입했고 혼합·과립·타정 공정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최신식 연속 공정 장비(Consigma) 도입을 검토 중이다.

팔탄 스마트 플랜트는 또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공정 분석 기술(PAT : Process Analytical Technology)이 적용됐다. 타정, 이물 검사, 인쇄 및 반제품 용기(IBC) 세척 공정에서는 야간 무인 운전 생산 시스템을 통해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팔탄 스마트 플랜트는 특히 무인궤도차량(RGV : Rail Guided Vehicle), 컨베이어(자동 운반 기계장치) 등을 도입해 원자재의 동선을 자동화했다. 반제품 창고에는 AGF(Auto Guided Forklift) 시스템을 적용해 무인 운반차가 작업실과 창고 간 반제품을 자동으로 운송한다.

주 공장장은 “한미의 스마트 플랜트는 제약업계의 생산 패러다임을 바꾸고 4차 산업혁명을 제약 산업이 주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CDMO 사업에서도 구체적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한미약품이 또 한 번 비상하는 단초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주문기 한미약품 팔탄공단 공장장
“팔탄 스마트 플랜트, 한미약품의 글로벌 도약 발판 될 것”
연구에서 생산까지 ‘원스톱’…한미약품 스마트 공장
약력 : 1958년생. 2004년 성균관대 대학원 보건학 석사. 1983년 한미약품 품질관리부 입사. 2009년 한미약품 상무. 2013년 한미약품 전무(팔탄공단 공장장). 2018년 한미약품 부사장(팔탄공단 공장장, 현). (사진) 이승재 기자

▶한미약품 팔탄공단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시죠.
“한미약품 팔탄공단은 1984년 완공된 기존 생산동과 2016년 11월 공사를 마친 스마트 플랜트로 구성됩니다. 기존 생산동은 총면적 2만60㎡(6068평), 스마트 플랜트는 총면적 3만6492㎡(1만1039평) 규모입니다. 가운데 있는 총면적 1만9031㎡(5757평)의 관리동과 자동 창고에서 두 공장을 컨트롤하죠. 팔탄공단은 지난해 기준 한미약품 전체 의약품 생산량의 약 80%인 14억 정을 생산 중입니다. 스마트 플랜트는 지난해 11월부터 제품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해 생산 규모를 점차 늘려 나가고 있습니다. 1500여억원이 투자된 스마트 플랜트는 연간 최대 60억 정을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스마트 생산 기지입니다. 의약품 연구·개발(R&D)에서부터 생산·유통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제약 분야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전초기지입니다.”

▶스마트 공장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무엇인가요.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스마트 플랜트를 증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단순히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공장 자동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기기들에 축적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산 최적화와 지능화를 구현함으로써 의약품 생산의 경쟁력을 한 단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죠. 현재 약 80~90%의 자동화를 완료한 상태인데요, 팔탄공단 내 기존 공장에는 200명이 일하는 반면 스마트 플랜트에는 약 35명의 최소 인력이 근무 중입니다. 의약품 플랜트 특성상 사람의 손이 반드시 필요한 공정을 빼고는 거의 대부분의 라인을 자동화한 상태로 보면 됩니다.”

▶공장 증설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최첨단 시스템·장비 도입을 위해 많은 투자비용과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자동화 공정은 일본의 사례를, 생산 기술력은 유럽 국가의 사례를 참고해 오랜 기간 연구하고 검토했죠. 스마트 플랜트는 세계적 의약품 생산 경쟁력을 보유하기 위해 한미약품이 축적해 온 기술과 노하우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만간 본격적으로 진행될 CDMO 사업도 눈길을 끕니다.
“위탁개발·생산(CDMO)은 단순히 주문을 받아 생산을 대행하는 기존 위탁생산(CMO)과 달리 글로벌 제약회사 등 발주 기업이 요구하는 의약품을 기획, 연구·개발, 상용화에 따른 대량생산 등 전 과정을 수행하는 포괄적인 사업 영역을 뜻합니다. 한미약품은 이를 위해 플랜트 설계에서부터 완공까지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스펙을 갖춰 나갔습니다. 스마트 플랜트의 기획·생산·설계·판매·유통 등 전 생산 과정을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준비했죠. 스마트 플랜트의 경쟁력은 차별화한 공장 설계와 ‘선진국 우수 의약품 품질관리 제조 기준(cGMP)’에 부합하는 고효율·고품질 의약품 생산능력에 있습니다. 한미약품은 이미 MSD·릴리·사노피·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실사를 모두 통과하며 생산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글로벌 제약사 대상 CDMO 사업은 한미약품이 또 한 번 점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향후 목표가 궁금합니다.
“한미약품은 대한민국이 제약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제약사에 견줘 생산능력·원가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제조 및 품질에 대해서도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선진 기준에 부합하는 의약품 생산을 위해 팔탄공단에 대한 투자를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해 나갈 계획이고요. 향후 보건 의료계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견학 기회를 제공해 제약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넓힐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팔탄 스마트 플랜트는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는 데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