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신흥시장 불안은 ‘지역 이벤트’에 그칠 듯…주식시장 상승률 연 10% 예상


[한경비즈니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보·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글로벌 주식시장이 고점을 지났다는 신중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 투자자들을 만나면 “경기가 꺾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다.

5월 들어 미국 경제는 역사상 둘째로 긴 108개월째 경기 상승 국면을 이어 가는 중이다. 주식시장의 상승 탄력이 떨어진 가운데 안전 자산의 대표 격인 달러가 강하게 반등하고 있고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시장에서는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경기 둔화 예측력이 높다는 장·단기 금리 차도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다. 2월 이후에는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의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가 꺾이고 있다. PMI는 제조업 분야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그런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Fed)은 연 3~4차례의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경기의 가속도가 약해지는 흐름으로 미뤄 지금이 오랜 경기 상승기의 후반부(late cycle)를 지나고 있다는 시각은 합리적이다. 경제지표로부터 장기 추세에 대한 확신을 얻어내기는 어려운 국면이다. 미국의 대규모 감세에 따른 소비와 투자 증가는 이르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는 하반기나 2019년에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지표가 1~2개월 뒤발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개선된 경제지표를 만나는 시점은 6월 이후다.


본격적인 개선은 9월을 전후한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제지표들은 감세가 없었더라면 경기의 정점이었을 3분기에 다가가는 가속도가 약해진 지표들이다. 6~9월 이후 감세의 영향에 따른 경제지표의 개선이 많은 것을 해결해 줄 것으로 판단된다.


◆달러 인덱스 1개월간 3.8% 상승


주요 6개국의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 인덱스는 4월 16일 이후 1개월 동안 3.8%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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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의 배경은 세 가지다. 첫째, 미국과 다른 나라들 간의 경제성장과 통화정책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둘째, 글로벌 경기 정점에 대한 우려도 깔려 있다. 셋째, 2017년부터 과도하게 누적됐던 달러 매도 포지션의 청산 등이 결합된 결과다.


같은 기간 동안 신흥시장의 통화가치는 달러 대비 4.6%나 하락했다. 환율뿐만 아니라 주식과 채권시장에서도 신흥시장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높은 대외 부채 부담으로 달러 강세에 취약한 남미의 통화가치가 7.1%나 급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가 16% 폭락했고 멕시코(-8.6%)·브라질(-6.4%)의 통화가치도 약세다.


반면 대외 부채보다 대내 부채가 많은 신흥 아시아의 통화가치는 1.5% 하락하며 안정적인 모습이다. 북·미 정상회담 기대로 원화 가치가 0.4% 하락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중국 위안화는 1.6% 하락하며 신흥시장 전반의 위험으로 확산될 여지를 차단해 주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17년 2.3%였던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대규모 감세의 영향으로 올해와 내년 각각 3.0%, 2.9%로 높아진 뒤 2020년 2.0%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10년간 평균 1.5%에 불과했던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향후 10년간 1.9%로 높여 잡았다는 점이다. 이례적인 상황인데 이들은 감세의 영향이라고 밝히고 있다.


◆글로벌 주식, 6월 전후 상승 재개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공화당은 이미 “10년간의 감세는 기업 투자를 늘려 잠재 성장 능력을 끌어올릴 것이며 인플레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Fed의 변화도 관찰된다. 이미 제롬 파월 Fed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고 3월 점도표는 장기 균형 금리 수준을 0.12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최근 몇몇 투표권이 있는 위원들은 추세적으로 낮아지던 균형 금리 수준이 재정정책의 영향으로 상승 중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4월 이후 미 국채 10년 금리가 0.37%포인트 급등하면서 3.10%까지 상승했다. 그 과정에서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바뀌고 있다. 장기금리는 실질 장기금리와 기대 인플레이션의 합으로 구성된다. 4월 중순까지 금리 상승의 배경은 주로 유가 상승에 따른 기대 인플레의 상승이었다. 유가 때문에 장기금리가 상승하면 그 자체로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금리 상승이 지속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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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4월 중순 이후 장기금리 상승은 주로 장기 실질금리 상승에 의해 주도되는 중이다. 장기금리 상승이 잠재성장률이나 균형 금리의 상향 조정을 일부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미 국채10년 금리는 하반기 중 3.3%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에 나쁘지 않다.
지난 4년 동안 연평균 4.1% 증가에 머물렀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은 2018년 20%, 2019년 10%를 기록하면서 3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 갈 전망이다. 미국의 올해 기업이익 전망은 감세 효과를 제거해도 작년 대비 14%의 견조한 증가세다. S&P500의 주가수익률(PER)도 최근 5년 및 20년 평균치 수준인 16.3배까지 낮아졌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없다. 향후 2년간 성장과 물가, 기업이익 전망이 대폭 상향되고 있고 향후 3년간 잠재성장률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서 서둘러 보수적 투자 의견을 가져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바닥을 다진 글로벌 주식시장은 6월을 전후해 상승을 재개할 것으로 판단된다. 주식시장은 올해 고점이 아닌 저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더 높다. 경기 상승기의 후반부에서는 변동성이 확대되고 주식의 기대 수익률은 낮아진다.


미국 증시는 S&P500 기준 2017년 상승률 20%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올해도 10~15%의 상승이 예상된다. 변동성 확대 국면을 활용해 글로벌 주식 비율을 확대할 것을 권고한다. 2분기의 투자 판단이 연간 성과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본 기고문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KB증권의 투자 의견과 관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