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기업 가치 100배 키우기]
-인재 영입의 성공 확률은 ‘절반’ 수준…새 조직원의 적응 도와야 역량 발휘
임원의 영입은 ‘큰 나무’`를 옮겨 심는 도박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 우리 회사는 최근 임원을 비롯한 고위 간부를 영입하고 있습니다. 새로 부임한 최고경영자(CEO)가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을 채택하면서 외부에서 역량과 성과가 검증된 간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내부에 간부 후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부에서 성장한 간부만으로는 회사의 빠른 성장과 변신을 이끌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는 물론 해외로까지 시야를 넓혀 간부들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사적인 노력으로 영입하고 있지만 영입한 간부들이 잘 안착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조직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기대했던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해 힘들어 합니다.
일부 간부들은 조직 적응에 실패해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다시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간부 영입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회사의 성장 전략을 감안하면 우수한 간부들이 계속 들어와야 하는데 영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퍼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왜 영입한 간부들이 적응하지 못할까요. 고위 간부 영입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간부 영입은 필요한데 효과를 자신할 수 없어 망설이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특히 경영진이나 임원 같은 고위 간부들이라면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잘못 영입해 중책을 맡겼다가 낭패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영입한 임원이 애써 구축해 놓은 조직과 사업을 망쳐 놓거나 회사를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내모는 일이 가끔 벌어지니까요.

그렇다고 선뜻 내부 출신 간부만으로 사업을 전개하기도 어렵습니다. 내부에 적임자가 있었다면 애초부터 영입을 고민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부에서 성장한 간부들만으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처하고 과감한 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역부족입니다. 특히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면 기업의 판도를 바꿀 만한 핵심 기술자나 사업 책임자가 필요합니다. 세계적 수준의 인재 없이 세계적 수준의 기업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니까요.

문제는 영입의 성공률입니다. 기업의 CEO들에게 “고위 간부 영입이 기대했던 것만큼 만족스러웠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습니다”는 응답보다 “글쎄요”라는 대답을 더 많이 듣게 될 겁니다.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임원 영입에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64%나 됐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만약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영입한 임원급 핵심 인재가 잘 적응해 성과를 내는 경우가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다면
“절반 이하”라는 답을 많이 듣게 될 겁니다.

이처럼 임원급 핵심 인재의 영입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성공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귀하의 회사가 고민하는 것도 이런 문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간부급 인재를 효과적으로 영입할 수 있을까요.

임원급 핵심 인재 영입에 성공하려면 첫째, 영입하기 전에 정지 작업을 충분히 해야 합니다. 즉 조직 내부에 영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기존 직원들에겐 간부를 영입하는 것이 뛰어난 인재를 조직에 합류시킨다는 것보다 자신들이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 더 크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조직 구성원들이 영입 필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영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관심을 두지 않게 됩니다. 임직원들이 영입할 간부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영입을 추진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조직의 핵심 인력들에게 간부의 영입 필요성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이 영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마음을 열면 영입한 간부의 조직 적응이 훨씬 쉬워질 겁니다. 영입할 간부에게도 사전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합니다. 가끔 조직에서 맡아야 할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입사하는 간부들이 있습니다. 또 조직 내부 상황이나 기업 문화를 모른 채 합류했다가 당황하는 간부들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 간부는 “사전에 내부 사정을 알았다면 접근 방식을 달리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영입할 간부에게 정확하면서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영입 목적과 목표에 맞는 사람 택해야

둘째, 영입 목적이나 목표에 걸맞은 적임자를 선택해야 합니다. 영입이 실패로 끝나는 가장 큰 원인은 영입한 간부가 적임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영입 실패율이 높은 기업들은 대체로 영입 목적이나 목표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뚜렷한 목적이나 계획 없이 성급하게 영입을 결정하는 것이죠. 그러면 일단 채용한 다음 역할이나 직무를 고민하기 때문에 영입할 간부에 대한 일반적 평가만 이뤄질 뿐 그가 맡는 역할이나 직무에 적합한지 제대로 평가하고 검증하지 않게 됩니다.

이 같은 영입은 ‘이식성’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듭니다. 이식성은 식물을 옮겨 심어 활착할 가능성을 뜻하는 말인데, 영입에서 이식성은 직장을 옮겨 안착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식물이 장소를 가리듯 사람도 직장을 가립니다. 영입하는 회사의 기업 문화, 영입한 사람의 업무 경험과 처한 환경에 따라 이식성은 크게 달라집니다. 따라서 기업에 좋은 영입 대상자는 업무 역량이나 성과뿐만 아니라 이식성도 뛰어난 사람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어도 이식성이 약하다면 적임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전문성을 갖춘 사람은 이식성이 강하지만 관계성이 강한 사람은 이식성이 약합니다. 이 때문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직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조직적 관계에 많이 얽혀 있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직에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또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고 직장을 여러 번 옮겨 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이식성이 강합니다. 나이가 든 사람은 젊은 사람에 비해 이식성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영입 대상자를 평가하고 검증할 때 그의 이식성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이식성이 약한 간부를 영입해야 한다면 특별한 관리 대책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영입한 간부가 안착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경영자들은 고위 간부가 일단 입사하면 그다음 문제는 모두 본인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본인이 충분히 헤쳐 나갈 능력과 경험을 갖고 있다고 판단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어 가급적 관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부 경영자들은 영입된 간부가 적응의 어려움을 호소하면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고 핀잔을 주기까지 합니다.

경영자들은 특히 영입한 간부들이 입사한 지 오래지 않아 성과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업무 역량이 뛰어나고 이전 직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 왔기 때문에 빠르게 업무를 시작해 기대했던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상하는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고 경험이 풍부한 간부라고 해도 낯선 환경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직무와 조직을 이해하고 직원들의 마음을 얻기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무가 아무리 튼튼해도 옮겨 심으면 뿌리를 내릴 때까지 잎이 다 떨어지는 고통을 겪게 됩니다. 그동안 많이 열렸던 열매도 한동안 맺지 못합니다. 다시 잎이 무성해지고 이전과 같은 열매를 맺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마찬가지로 영입한 임원이 수많은 난관을 통과해 안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조기에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기다려 줘야 합니다. 과도한 조기 성과 기대는 영입한 임원들로 하여금 무리수를 두게 할 수 있습니다. 또 적응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문제 가운데 일부는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잠깐의 대화로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가 적극적으로 안착을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입한 간부가 요청하면 돕겠다는 소극적 차원을 벗어나 먼저 다가가 어려움이 무엇인지 묻고 같이 해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가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철저한 사후 관리’는 필수

글로벌 기업들이 영입한 고위 간부들의 안착을 돕기 위해 전담팀을 운영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어떤 기업은 CEO가 영입한 임원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적응 과정의 어려움을 덜어줍니다. 영입한 임원들이 겪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나서기도 합니다. CEO가 그를 믿고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방식으로 회사 안팎에 알려 안착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귀하가 생각하는 것처럼 회사가 성장을 지속하려면 회사의 눈과 귀를 열어 줄 우수한 임원급 핵심 인재가 계속 합류해야 합니다. 그런데 고위 간부를 영입하려면 큰 나무를 옮겨 심는 것처럼 사전 사후에 철저히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죽을 수도 있습니다. 또 간신히 뿌리를 내리더라도 잎이 다 떨어지고 가지가 말라 볼품없는 나무가 돼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간부 영입은 안착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사전 사후 관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