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해외에서 ‘수주 대박’을 터뜨려 주목받고 있다. 쿠웨이트의 관문 공항인 쿠웨이트 국제공항 제4터미널(T4)의 위탁 운영 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수주액은 총 1400억원(1억2760만 달러) 규모로, 지난 10여 년간의 누적 수주액을 능가하는 금액이다. 특히 이번에 쟁쟁한 경쟁사들을 제치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냄에 따라 앞으로 나올 프로젝트에 대한 수주 전망도 밝아졌다.
인천국제공항은 자타 공인 세계 최고의 공항이다. 차별화된 여객 서비스를 제공하며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2년째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ASQ에서 12년 연속 1위 기록을 세운 것은 전 세계에서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이런 인천공항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곳이 바로 인천공항공사다. 이번에 인천공항공사가 쿠웨이트 정부로부터 공항 위탁 운영 사업 수주에 성공한 것도 이 같은 경영 노하우를 보유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쿠웨이트공항은 정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국영 공항이다. 지난해 약 1200만 명의 여객이 거쳐 간 곳으로, 중동 지역 대표 공항 중 하나다.
◆쟁쟁한 경쟁사 제치고 낙점
인천공항이 운영하게 될 제4터미널은 올해 완공 예정인 연간 여객 450만 명 규모가 예상되는 국제선 터미널로, 국적 항공사인 쿠웨이트항공이 전담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수주를 따내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사진)쿠웨이트공항 제4터미널(T4) 조감도.
샤를드골공항을 운영하는 프랑스 ADP, 프랑크푸르트공항을 운영하는 독일 프라포트(Fraport), 이스탄불공항을 운영하는 터키 TAV, 아일랜드 더블린공항공사 등 세계 유수의 7개 선진 공항 운영사들이 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인천공항공사가 최종 낙점됐다.
유동완 인천공항공사 해외사업1팀장은 “인천공항의 국제적인 인지도와 함께 올해 1월 제2터미널을 성공적으로 개하는 등 운영 노하우를 쿠웨이트 정부에서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공사는 앞으로 약 2개월 동안 쿠웨이트공항 제4터미널의 개장 준비를 완료하고 8월부터 5년간 제4터미널 운영 및 유지·보수를 전담하게 된다. 10여 명의 내부 직원이 현지에 파견 나갈 계획인 가운데 현지에서도 직접 직원을 뽑아 쿠웨이트공항을 경영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이번 쿠웨이트공항 수주에서 의미가 큰 것은 금액이다. 약 1억2760만 달러로 역대 최대이자 그간의 누적 수주액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동유럽 시장 진출 초석도 다져
인천공항공사가 해외 사업 진출을 시작한 것은 2007년 해외사업팀을 신설하면서다. 2005년 ASQ에서 첫 1위를 차지한 이후 경영 노하우를 수출하겠다는 취지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후 2009년 이라크 정부가 인천공항의 관리 노하우와 서비스 판매를 요청하면서 첫 수주(3000만 달러 규모)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활발한 해외 수출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이 수주액 1000만 달러 이하의 사업만 따내는 다소 아쉬운 성과가 계속 이어졌다.
2012년 미얀마 한타와디 신공항 개발 사업, 2016년 인도 고아 신공항 운영 사업, 2017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공항 운영 사업 등 규모가 큰 사업 입찰에서는 매번 경쟁사들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누적 수주액은 9344만 달러를 기록 중이었다. 인천공항공사가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뒤늦게 해외 사업에 진출한 만큼 운영 노하우는 충분하지만 경험에서 다소 낮은 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에 쟁쟁한 경쟁사들을 제치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내는데 성공해 향후 수주 전망 역시 한층 밝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가장 기대가 되는 것은 쿠웨이트에서의 추가 수주다. 지난해 쿠웨이트의 최근 5년간 여객 증가율은 연평균 6.7%에 달하고 있다.
중동의 물류와 금융 중심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공항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쿠웨이트공항 역시 2022년 완공을 목표로 1300만 명 규모의 제2터미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제2터미널 운영 사업자 선정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유럽 시장을 진출하기 위한 초석도 다져 놓은 상태다.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최근 폴란드 정부와 신공항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바르샤바 신공항 개발 사업과 관련, 폴란드 정부가 인천공항의 성공적인 공항 건설·운영 노하우 공유를 요청함에 따라 이뤄졌다. 체코 프라하공항을 운영하는 프라하공항공사와도 현지 공항 확장 사업 및 공항 주변 지역 개발에 대한 MOU를 맺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쿠웨이트공항 운영 사업 수주로 입증한 세계 수준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동유럽·동남아·인도 등 전 세계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올해 주요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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