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주 52시간 근로’ 업종별 50문 50답]-6개월 처벌 유예 불구 혼란 여전…“업종별 특성 고려해야” 목소리
[주 52시간 시대] 7월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 ‘저녁 있는 삶’ 가능할까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된다. 2004년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화다. 기업의 충격을 우려해 단속과 처벌을 6개월 유예했지만 노동시간 단축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문제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여전히 없다는 점이다. 당장 ‘어디까지를 노동시간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예상되는 각 업종별 영향과 실전 대응 매뉴얼을 제시한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전문 변호사들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둘러싼 궁금증에 답했다.

주요 선진국들의 노동시장 구조의 특징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가 깊게 뿌리내렸다는 사실이다. 노동시간이 짧더라도 집중해 강도 높게 일하는 ‘효율성 위주’의 업무 방식이 이른바 ‘저녁 있는 삶’을 가능하게 한다.

이정선 KOTRA 코펜하겐 무역관은 유럽에서도 워라밸 만족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히는 덴마크에서 올해로 약 3년째 파견 근무 중이다.


이 무역관은 “덴마크는 보통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3~4시에 퇴근하는 것이 회사원들의 일상인데, 노동시간에는 오로지 일에만 집중한다”며 “일찍 퇴근하기 위해 점심 역시 최대한 간단하게 해결하고 다시 책상 앞에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생산성 제고·고용 개선 효과 기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이런 덴마크의 연간 노동시간은 1416시간으로 한국(2052시간)보다 월등히 낮은 반면 구매력 평가(PPP) 기준 노동생산성은 69.1달러로 한국(34.4달러)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정부가 7월 1일부터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게 함은 물론 과로에서 벗어나 노동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은 오랜 시간 묵묵히 일한 노동자들의 땀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쉬지 않고 일한 결과 경제지표만 놓고 본다면 이제 한국도 여느 선진국 못지않은 수준이 됐다.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1조6932억 달러로 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고 국민소득 역시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은 5740억 달러로 세계 6위 규모였는데 올해 5대 수출 강국으로 도약할 것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삶의 질 개선은 요원하다. 어느덧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지만 장시간 노동은 이제 하나의 관행처럼 뿌리내려 좀처럼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노동시간은 주요국 가운데 최장 수준이다. 국가별로 동일 기준의 자료를 활용해 노동시간을 비교해 신뢰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OECD 통계 결과를 봐도 여실히 나타난다.

연간 노동시간은 2016년 기준 2052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2348시간)에 이은 2위다. OECD 평균(1707시간)보다 연간 500시간 더 많이 일한다. 경제 규모 자체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여전히 노동시장 환경은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주 52시간 시대] 7월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 ‘저녁 있는 삶’ 가능할까
장시간 노동이 초래하는 문제점은 다양하게 지적되고 있다. 최근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장시간 노동 관행이 추가적 고용 대체와 낮은 노동생산성을 초래하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또한 장시간 노동은 일과 생활의 불균형과 스트레스 증가를 초래해 업무 의욕과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OECD의 2016년 PPP 기준으로 한국의 노동시간 대비 노동생산성은 34.4달러다. OECD 평균인 52.0달러보다 17.6달러나 낮다.

한국 노동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김진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비효율적인 노동 관행을 개선한다면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고용 개선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 7일을 모두 ‘근로일’로 정의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OECD 자료 등을 살펴보면 노동시간이 짧은 국가일수록 전반적으로 노동생산성이 우수하게 나타났다”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비효율적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7월부터 상시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삶의 질 개선과 함께 일자리 창출,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뼈대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개정안에서 실질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법 조항을 수정했다. ‘1주일이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이라고 정확하게 명시한 것이다.

사실 현행 근로기준법 역시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씩 40시간으로 정하고 연장근로를 한 주에 12시간씩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휴일을 ‘근로일’에서 제외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틀을 휴일로 가정한다면 각각 8시간씩 총 16시간의 초과근무를 허용해 온 것이다. 따라서 사실상 최장 허용 노동시간은 1주일 기준 68시간까지 늘어나게 된다.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에는 주 7일을 모두 ‘근로일’로 정의함으로써 노동시간 한도가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했다. 사업주가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주 52시간 시대] 7월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 ‘저녁 있는 삶’ 가능할까
갑작스러운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들의 경영 부담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핀’ 차원의 조치도 함께 마련했다.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7월부터 노동시간 단축을 적용받는 곳은 상시노동자 300인 이상 기업이다.

이 또한 현장에서 무리 없이 적용될 수 있도록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 시행일인 7월 1일부터 6개월 동안 처벌을 유예하고 계도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얘기다.

노동자 50~300인 미만 기업은 2020년 1월 1일부터, 노동자 5~50인 미만 기업은 2021년 7월 1일부터 노동시간 단축 적용을 받는다. 이 가운데서도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2년 12월 31일까지 노동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통해 1주일 8시간의 특별 연장근로가 한시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장의 영세성을 추가적으로 고려해 충분한 준비 기간을 주기 위해 노동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 시 특별 연장근로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의해야 할 점은 상시노동자 수가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서면 합의를 통해 특별 연장근로를 허용 받았다고 하더라도 추가 채용 등을 통해 상시노동자 수가 30인 이상이 되면 그 시점부터 특별 연장근로가 허용되지 않는다.
◆특례 업종 수 대폭 줄여

그간 혼선을 빚었던 휴일 노동의 가산 수당 할증률을 명확히 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현행법상에는 휴일근로 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휴일에 일하면 야간 택시비에 할증 요금이 붙는 것처럼 수당을 더 줘야 한다는 개념이다.

단, 이를 두고 노동계에선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도 포함된다”며 중복 할증을 적용해 통상임금의 200%를 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뚜렷한 법 조항이 없어 노사 간 잦은 혼란을 야기해 왔지만 개정안에서는 휴일근로 시 주당 8시간까지는 지금처럼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고 휴일근로가 8시간 넘어가면 200%를 줘야 한다고 못 박았다. 중복 할증에 관련된 논란을 입법적으로 해결한 셈이다.

또 개정안에서는 특례 업종 수도 대폭 줄였다. 지금까지 정부는 노동시간 제한을 적용하면 국민들의 생활상 불편을 초래할 수 있거나 해당 업종의 경영 환경이 예상되는 업종 26개를 특례 업종으로 지정했다.

특례 업종이 되면 노동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통해 예외적으로 현행법상 연장근로의 제한에서 정하고 있는 연장근로 한도(1주 12시간)를 초과해 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사실상 무제한적인 장시간 노동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특례 업종이 지나치게 많아 노동자의 건강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특례 업종을 육상운송업·수상운송업·항공운송업·기타운송서비스업·보건업 등 5개 업종에만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주 52시간 시대] 7월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 ‘저녁 있는 삶’ 가능할까
자동차 및 부품 판매업, 금융업 등 21개 업종을 이번에 특례 업종에서 제외했다. 특례 업종은 노동시간 단축 제한을 받지 않는 대신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최소 11시간의 연속 휴식 시간 부여를 9월 1일부터 의무화해 과도한 장시간 노동을 방지하도록 했다.

관공서의 공휴일을 민간 기업의 유급휴일로 인정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넣었다. 한국의 관공서 등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휴일을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기업은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에 따라 공휴일 휴무 여부가 다른 실정이다.

즉,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공휴일 휴무 규정이 없는 영세 중소기업 노동자는 명절 연휴와 같은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지 못했다. 정부는 공휴일에 모든 노동자가 차별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보장하기로 했다.

시행 시기는 노동시간 단축과 마찬가지로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2020년 1월 1일부터, 3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1월 1일,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또한 개정안에는 15세부터 18세 미만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도 최대 46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였다. 현행법상 이들의 노동시간은 하루 7시간, 1주일 단위로는 40시간을 초과하지 못한다. 다만,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1일에 1시간씩 1주일에 총 6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최대 노동시간은 46시간으로, 이때는 주 6일을 일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이에 따라 1일 노동 가능 시간은 7시간으로 현재와 동일하게 설정했지만 최대 가능한 노동시간을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였다. 연장 가능한 노동시간도 1주 최대 6시간에서 5시간으로 단축해 주 6일 근무를 방지할 수 있는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해 한국의 노동시장은 다시 한 번 거대한 변곡점을 맞게 됐다. 비효율적인 노동 관행과 일하는 방식 등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노동 관행 바꾸는 변곡점 될까

다만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노사정 모두 생각이 일치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견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진영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 시행의 가장 큰 문제는 업종별 특성과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점”이라며 “상시노동자 수, 즉 기업 규모에 맞춰 이를 적용하기보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대 효과가 큰 직군이나 업종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역시 노동시간 단축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업종 특성에 따라 확대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문을 최근 정부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소득 감소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7월 1일부터 상시노동자 300인 이상 기업에 개정안을 당장 적용하기로 했던 당초 계획을 보류하고 6개월간 계도 기간을 갖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돋보기
[주 52시간 시대] 7월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 ‘저녁 있는 삶’ 가능할까
그동안 한국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이 계속 진행돼 왔다. ‘근로기준법’을 제정한 것은 1953년이다. 당시 한국은 주 48시간제를 적용했고 최대 노동시간은 60시간이었다.
이후 1989년 주 44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였다.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64시간으로 조정됐다. 1990년대 들어 토요 격주 근무제와 주 5일 근무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지만 노동시간 단축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다시 노동시간 단축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실직자들이 대거 발생하는 등 고용 상황이 악화되자 노동계에서 ‘고용 유지와 고용 창출 차원에서의 실노동시간 단축’을 제기한 것이다. 예상보다 일찍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극복하며 고용 사정이 다소 호전됨에 따라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의 법정 노동시간 단축’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4년 주 5일제가 처음 도입되고 현재의 주당 근무 40시간이 정착했다. 다만 주당 12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하고 휴일은 근로일에서 제외해 사실상 최대 허용 노동시간은 1주일 기준 68시간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런 노동시간을 단축해 주당 최대 52시간으로 줄이자는 움직임은 2012년 박근혜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3월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공익위원회를 발족했고 19대 국회에서 여당이었던 김무성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야당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법정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 한정애 의원 등이 이를 재발의했고 총 10차례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 논의를 거쳐 올해 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7월 1일 시행을 앞두게 됐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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