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나왔지만 본격 추진은 아직…북한과의 ‘평화 무드’ 조성되며 속도 높이는 중
동북아시아 전력망을 하나로…‘슈퍼그리드’ 실현될까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동북아 경제공동체와 다자 안보 체제까지 전망하는 큰 비전을 가지고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위한 협의를 시작할 것을 동북아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3차 동방 경제 포럼’에 참석해 한 말이다.

이때만 해도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은 현실성이 떨어져 보였다. 전력은 한 국가의 경제활동의 근간이면서 안보와도 직결된다. 그만큼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다. 당시 동북아는 북한의 핵 개발로 정세 불안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실현되더라도 북핵 문제가 해결된 이후인 아주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반전됐다.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열리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가 ‘평화 무드’로 바뀌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관련 국가들 간의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 논의 또한 보다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실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동북아시에 있는 국가들의 전력망을 하나로 묶자는 개념을 의미한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러시아·몽골 등 5개국이 여기에 포함된다.


◆한·러시아 20년 전 첫 구상 내놓아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이 논의된 배경은 전력의 효율적인 분배에서 시작됐다. 동북아에 있는 국가들은 큰 틀에서 두 개의 유형으로 나눠진다. 한국·중국·일본 등 3국은 이미 고도화된 경제 발전이 진행된 국가들이다.

경제 선진국이자 자체적인 에너지 공급만으로는 수요를 충당하기가 결코 만만하지 않은 ‘전력 다소비 국가’다. 반면 러시아와 몽골은 경제 발전 수준이 한·중·일에 미치지 못하지만 광활한 국토에 친환경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풍부한 에너지원을 보유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보유국으로 꼽힌다. 일단 확인된 매장량만 239억 톤으로, 전 세계 매장량의 약 17%가 러시아 땅에 묻혀 있다. 수력 자원도 풍부한데 국제신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이를 활용해 향후 연간 1100테라와트시(tWh) 규모의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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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풍량이 강한 기후 특징을 갖고 있다. 태양광·풍력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빛’과 ‘바람’이라는 천혜의 자원을 보유한 셈이다.

더욱이 몽골의 국토 면적은 한국의 15배가 넘는데 인구수는 300만 명밖에 되지 않아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여력도 무궁무진하다. 아직은 구축 상황이 미미한 단계지만 IRENA는 향후 몽골의 신재생에너지 잠재량을 연간 약 1만5000tWh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2016년 전력 총생산량이 약 530tWh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대략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처럼 동북아에 자리한 국가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자원과 생산 잠재력이 풍부한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이를 필요로 하는 지역에 공급할 수 있도록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이 바로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취지이자 목표다.

한국에서는 전력 사업을 총괄하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현재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현재 활발하게 논의 중인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상은 크게 두 개 부분으로 나눠진다. 서쪽으로는 몽골·중국·한국·일본의 전력망을 하나로 연계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북쪽 러시아 지역에서 한국으로 전력망을 잇는 방안 역시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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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회장, 처음으로 몽골 에너지원 주목


사실 동북아를 하나의 전력망으로 연결하자는 슈퍼그리드의 개념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방법과 명칭으로 연구됐고 논의가 진행돼 왔다. 연구 단체와 학계에서는 이런 구상을 처음 제시한 국가는 러시아와 한국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990년대 초반 소련이 붕괴되면서 독립국가가 된 러시아는 이후 경제적 불안정에 시달린다. 극심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 감소에 따른 막대한 양의 잉여 전력이 발생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 찾기에 몰두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전력 분야 전문 연구소인 에너지시스템연구소(ESI)는 한국전기연구원에 이를 같이 연구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1998년 ‘동북아 전력 시스템 연계(Northeast Asia Region Electric System Ties)’라는 구상을 내놓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산하 아시아·태평양에너지연구소(APERC)가 2015년 펴낸 보고서는 이것이 바로 동북아 국가를 전력으로 연계하는 최초의 구상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북한~남한~일본 등으로 이어지는 전력망 연계 방안을 구축하자는 제안이었다. 다만 여러 국가 간의 정치적 문제와 남북 관계 악화 등에 따라 구체적으로 사업이 진척되지는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도 여러 국가와 기관들이 다양한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안을 내놓았다. 현재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대부분의 방안들이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는 쪽으로만 무게를 뒀다는 점이다.

그러다 2011년이 되면서 마침내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몽골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처음으로 나왔다. 제일교포 3세로 일본 굴지의 기업 소프트뱅크를 키워낸 손정의 회장이 몽골의 광활한 대지를 이용해 친환경 전력을 생산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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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이 완성된 이후 이를 더욱 확대한 ‘아시아 슈퍼그리드’를 만들자는 발상을 내놓아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가 이 같은 제안을 한 배경도 흥미롭다. 최악의 원전 참사로 꼽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 가동이 멈춘 일본이 극심한 전력난을 겪으면서 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전력망으로 묶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손 회장이 없었더라면 러시아와 몽골의 에너지원을 동시에 활용하자는 지금의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안 역시 마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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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중국과 러시아 역시 각각 2015년과 2016년 자국의 경제정책과 에너지 정책을 발표하면서 동북아 국가를 하나로 연결하자는 슈퍼그리드 구축안을 포함한다. 대부분의 동북아 국가들이 슈퍼그리드 형성과 관련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대규모 발전 기술, 고압직류송전(HVDC) 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시스템 운영 기술의 발전으로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에 필요한 기술적 요소들도 상당 부분 이미 충족된 상황이다.


◆‘에너지 안보’ 우려에 번번이 발목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이 탄력을 받지 못했던 것은 불안감이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동북아 정세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단연 북한이었다. 북한은 핵개발을 추진하며 동북아 갈등의 진원지로 지목돼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남북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동북아 정세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에 비유되곤 했다.

각국이 막대한 시간과 돈을 쏟아가며 전력망을 구축하더라도 언제든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송전망이 끊길지 모르는 불안감이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면서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단순한 구상에만 그치게 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살얼음판을 걸었던 한반도 정세가 올 들어 급격하게 전환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남·북과 북·미 간의 소통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점차 보이기 시작하면서 동북아 정세도 이전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상준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는 “그간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에너지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컸지만 러시아·중국·북한 역시 주변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협력을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탄소배출권 도입 등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 된 것 또한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성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적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슈퍼그리드와 같은 역내 국가들 간의 공동 노력에 힘을 쏟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전 역시 올 들어 중국·러시아 전력 업체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연구를 이어 가며 여기에 대비 중이다. 그렇다면 과연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구축이 완료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긍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보다 경제성을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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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국에선 한전이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경제적 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2016년 6월부터 1년여간 중국 전력회사인 SGCC, 일본 소프트뱅크과 예비 타당성 공동 연구를 시행한 바 있다. 지난해 그 결과를 내놓았는데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 시 국내에서 수도권에 전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한전과 주변국과의 전력망 연계를 통해 안정적 전력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운영 예비력 필요량 감소 효과도 나타나는 등 충분한 경제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운영 예비력 필요량 감소는 궁극적으로 신규 발전소 건설비용을 경감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축 효과 속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또 친환경 에너지 자원을 이용함으로써 최근 큰 국내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발생 억제도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으로 기대되는 효과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관련 산업 발전과 그에 따른 신규 일자리 증대 등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효과 또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효과에 대해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정규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전의 예비 타당성 결과는 나왔지만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경제 효과와 관련해 한국이 이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어떤 형태로, 얼마만큼의 경제적 편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즉, 실체적 효과에 대해선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이를 밝혀내야 한다는 얘기다. 정 연구위원은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국민의 충분한 이해와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돼야 한다”며 “국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충분히 파악되면 국민에게 이를 알려야 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윤재영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력망연구본부장도 “경제성 관점에서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에 따른 효과를 아직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좀 더 자세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지금까지 에너지원이 아닌 전력 자체를 수입하거나 수출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한국 전원의 발전 단가보다 저렴한 친환경 발전원을 가져와 상호 융통해야 하는 것이 목적인데 국가 간 연계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송전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분부장은 “결국 외국산 전기가 들어왔을 때 어떻게 계약하느냐에 따라 전기료가 정해질 것”이라며 “이런 부분 역시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력망, 북한 관통하면 보다 효율적”

경제성에 대한 확신이 섰더라도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이 높은 것도 문제다. 조윤택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그간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수없이 논의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된 협력 사례가 없는 것은 기본적으로 각국의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점 역시 작용했다”며 “최우선적으로 이해관계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참여국 간의 이해관계가 전력망처럼 얽힐 수밖에 없다. 한 지역에서 송전탑을 설치한다고 예를 들어보자. 각국에서 투입돼야 하는 비용은 물론 어느 지역에 설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동북아시아 전력망을 하나로…‘슈퍼그리드’ 실현될까
정규재 연구위원 역시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구축하기 위해선 각국 사이에 실효적 전력 거래를 위해 상이한 법규와 제도 정비, 거래 규칙 등 시장 운영 방안 정립, 계통 연계에 따른 기술 사양 표준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소프트웨어 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의 정책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동북아 정세가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이 사업 추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어 여건이 갖춰지면 생각보다 빠르게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이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지역별로 전력 사업자가 있다. 지역 독점 체제이기 때문에 각각의 전력회사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 받아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큰 관심이 없다. 소프트뱅크가 슈퍼그리드 구축 의지를 갖고 있고 일본 역시 여기에 참여하길 원하고 있지만 반응이 시원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나머지 국가들이 슈퍼그리드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면 일본 역시 결국엔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북한 문제 역시 현재로선 여전히 변수다. 언제 북한이 돌발 행동을 감행할지 여전히 예측할 수 없다. 만약 북한의 비핵화가 실제로 이뤄지면 북한 역시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포함하는 방안을 각국과 협의할 필요성도 나온다.

윤재영 본부장은 “중국·러시아와 연계되는 전력망은 현재 해저 케이블을 생각하고 있는데 만약 북한을 관통할 육상 구축이 가능해진다면 사업의 효율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돋보기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이미 슈퍼그리드가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롤모델로 꼽히는 곳은 단연 ‘북유럽 슈퍼그리드’다.

북유럽 슈퍼그리드는 2009년 12월 독일·영국·프랑스 등 북해 연안 국가들이‘FOSG(Friends of the Supergrid)’라는 사업 추진 기관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205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추진하는 것으로 계획되고 있고 최종 500GW의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북해에 해상풍력발전소를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공유하는 계획을 추진했는데 이때부터 ‘슈퍼그리드’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이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참여국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확고하고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된 전담 기구가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당 지역이 정치적·사회적으로 안정돼 있는 것 역시 사업 추진에 유리한 조건이 되고 있다. 또 역내 국가 간의 전력망 구축·운영과 관련해 단일한 비전과 목표를 설정해 이해 당사국 간의 정책 조율이 가능했다는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남유럽 슈퍼그리드, 이른바 ‘데저텍 프로젝트(Desertec Project)’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중동·북아프리카 사막 지역의 풍부한 태양·풍력을 활용해 청정에너지를 공급한다는 구상으로 2003년 제안됐다.

2009년 이를 실현하기 위해 데저텍 파운데이션(Desertec Foundation)이 설립됐는데 여기엔 각국의 20여 개 기관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북유럽 슈퍼그리드와 달리 이후 행보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정 불안과 재원 조달, 각 기관 간의 다툼 등으로 처음 20개였던 참여 기관들은 대부분이 탈퇴했다.

다행히 현재는 새로운 사업자들이 참여하고 있어 1차 사업이 곧 완료될 것으로 보이지만 잡
음이 없었더라면 조금 더 일찍 사업을 완성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남유럽 사례로 봤을 때 주도권 경쟁과 같은 갈등이 발생하게 되면 사업 추진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 시 각국의 관계자가 참여하는 조정 기구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7호(2018.08.27 ~ 2018.09.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