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18 요트산업 보고서]
- 박근우 코리아요트스포츠 대표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푸른 바다 위를 떠다니는 새하얀 요트들을 보며 늘 생각했다. “저 요트에는 누가 타고 있을까.”

물과 바람, 자연이 주는 요트의 매력에 푹 빠져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는 40대 요트 선주(오너)를 만났다. 세일 요트를 모는 박근우(42) 코리아요트스포츠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40대 CEO 2인의 요트 구입기...“한 배 탔다는 믿음, 세일 요트의 매력이죠”

박근우 대표에게 요트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일본 요트클럽에서 활동하는 지인의 배에 얻어 탄다는 게 그의 인생을 지금까지 요트로 인도할 줄은 몰랐다.

“일본에 마침 태풍이 올 무렵이었어요. 동네 한 바퀴 도는 줄 알고 올라탔는데 더 늦어지면 태풍에 갇히니 한국으로 건너가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처음 탄 세일 요트로 현해탄을 건넜죠.”

무려 18시간의 기나긴 시간이었다. 거친 파도에 요트는 출렁이고 돛은 일렁였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험한 바다를 건너면서 깨달았어요. 아, 요트가 쉽게 뒤집어지지 않는구나. 위에는 바람을 이용한 돛이, 아래에는 균형추 역할을 하는 무거운 킬이 부착돼 있어 마치 ‘오뚝이’처럼 안정감이 있더라고요.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요.”

그는 세일 요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동력의 힘으로 1명이 배를 몰 수 있는 파워 요트와 달리 세일 요트는 2명 이상의 협동이 필요했다. 한 명이 운전대를 잡으면 다른 한 명은 돛을 관리했다. 바다 위 아무도 없는 적막한 공간에서 서로 간에 에너지를 주고받는 그 작업에 단숨에 매료됐다.

"세일 요트는 여러 명이 같이 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구조에요. 사람 간 교류가 중요하다 보니 '우리는 한 배를 탔다'라는 믿음도 생기죠. 이 안에서는 세대 간 구분도 없어요. 남녀노소 모두가 요트를 즐길 수 있죠. 세일 요트 레이스에 참가한다면 믿음, 협동심과 같은 인적 네트워킹을 위한 모든 커리큘럼을 다 밟을 수 있어요."

때마침 부산에서 요트클럽레이스가 열렸다. 요트 대회에 참가하면서 세일 요트 동호인선수의 길을 걸었다. 요트를 탈수록 욕심도 더해졌다. 2008년 결국 개인 소유의 첫 요트를 장만했다.

“지금처럼 딜러 시스템이 잘돼 있을 때가 아니었어요. 지인에게 부탁해 요트를 구매했죠. 제1호 요트는 10m짜리 세일 요트였어요.” 요트에 숫자가 붙은 것은 그 이후로도 배가 계속 늘었기 때문이다. 2호를 구입한 것은 2010년이었다.

“집이 서울이니까 한강에서도 요트를 즐기고 싶은데 1호는 강에서 즐기기엔 크기가 컸어요. 한강에 맞는 규격으로 8m짜리 배를 다시 사게 됐죠. 요트를 구입해 해외요트클럽의 초청을 받으면 동호회 팀원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어요. 그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게 행복했습니다. ”

그렇게 목적에 따라 하나둘 배가 늘었다. 이제 그에겐 세일 요트 4대가 생겼다.

2016년 그의 인생에 또 한 번의 변곡점이 찾아왔다. 세계 3대 요트 대회로 꼽히는 ‘롤렉스 시드니 호바트 요트 레이스’ 대회에 한국 팀으로 첫 출전이었다. ‘바다의 에베레스트’라고 비유할 정도로 어려운 해협에 레이스 당일에만 100만 명에 달하는 관중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관심은 높지 않았다. 한국인으로 구성된 팀이 도전하는 것은 72년의 대회 역사상, 한국 요트 역사상 처음이었지만 스폰서도, 파트너도 찾을 수 없었다.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참가한 요트 대회에서 열정만으로 완주에 성공했다.
40대 CEO 2인의 요트 구입기...“한 배 탔다는 믿음, 세일 요트의 매력이죠”
대회 참가 이후 그의 꿈은 좀 더 커졌다. 국내 요트 스포츠의 환경 개선을 통해 다음 세대들의 멘토가 돼야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세일 요트의 산업적 매력을 알려 기업과 스폰서십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연결고리 역할이 꼭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해외 요트 대회에는 오라클$롤렉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후원사로 함께해요. 한국에서도 기업 파트너나 스폰서가 있었다면 세일 선수나 세일 요트 오너들이 더 가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어요. 열정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기업 파트너가 함께한다면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테니까요.”

지금 박 대표는 국내외 요트팀과 요트클럽을 초청해 이벤트를 기획하는 코리아요트스포츠를 운영하고 있다. ‘대박’을 바라고 차린 회사는 아니다. 수익을 내는 본업은 따로 있다. 코리아요트스포츠를 통해 그는 꿈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있다.

2015년 랜드로버코리아와 함께 ‘2015 랜드로버 한강 요트클럽 레이스’를 연 것은 물론, 지난해부터 대구 수성구에 자리한 수성못에서 ‘요트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또 올해에는 서울 한강 반포지구에 있는 서래나루에 요트 교육은 물론 인적 네트워킹을 위한 자리도 별도로 마련했다.

“해외에서는 로마 원형경기장처럼 아주 조그마한 호수에서도 요트가 떠다녀요. 요트가 기업이나 대중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심 가까이에 있죠. 운 좋게도 남들보다 해외 유명 요트 대회나 요트클럽에 많이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요. 해외요트클럽의 선진모델을 본따 국내 요트 스포츠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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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7호(2018.08.27 ~ 2018.09.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