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18 요트산업 보고서]
- 정상호 왕산레저개발 대표 인터뷰

- 국내 최대 민간 마리나 '왕산 마리나' 운영
- "2020년 끝나는 '바다 사용료' 면제 기간 늘려줘야"
"마리나 산업은 바다의 블루오션"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지난 8월 23일 국내 마리나항만 중 둘째 규모이자 민간 최대 마리나 단지인 ‘왕산마리나’의 정상호 왕산레저개발 대표를 만나 국내 마리나항만의 현황과 왕산마리나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물었다.

처음 마주해 명함을 교환하면서 정 대표는 “마리나 산업에 관심을 가져 줘 고맙다”는 말부터 꺼냈다. 정 대표는 인터뷰 내내 논리정연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자칫 민감할 수 있는 대목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그는 마리나와 해양 레저 산업에 해박하다. 한국해양대 기관학과를 나와 한진해운에서 엔지니어·물류·마케팅·영업·해외근무 등 30여 년 동안 현장을 뛰었다.

▶ 국내 마리나항만의 현황은 어떠합니까.
“해양수산부에서는 1차 마리나 기본 계획을 통해 전국에 마리나항만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6개 지역의 거점형 마리나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올해부터 2차 마리나 기본 계획도 추진하고 있고요. 하지만 마리나 개발은 한 지역에 치중되지 않고 전국이 균형 있게 개발돼야만 합니다. 그래야 상호 네트워크가 구성되고 요트도 전국적인 교류 항해가 가능하게 되죠.”

▶ 사업자로서 마리나 운영은 어떻습니까.
“어렵습니다. 전국에 있는 마리나 중 흑자를 내는 곳이 없어요.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이야 수익에 큰 신경을 쓰지 않으니까 제쳐둔다고 쳐도 민간이 운영하는 곳은 심각하지요. 특히 영세한 사업자들은 많이 힘들어 합니다.”

▶ 마리나가 수익을 낼 방법은 없을까요.
“지금 이 구조에서는 힘들 것 같습니다. 계류장만 갖고는 들어간 투자비용에 대한 이자비용·세금·관리유지비 등 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결국 선주들에게 계류비를 더 받을 수밖에 없고요. 선주들은 비용이 부담돼 마리나에 배를 대기 꺼리게 되죠. 마리나가 수익도 올리고 계류비의 부담도 줄이는 방법은 지금으로선 상업 시설을 통한 방법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일반인들이 관광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놓고 하나의 관광지로서 사람을 불러 모아야죠. 이 때문에 지금 왕산마리나도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식당·카페 등 상업 시설을 운영하고 해양 스포츠에 대한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 정부가 도와줄 것은 없을까요.
“일단 민간 사업자이자 운영자로서 이야기하겠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유수면 점사용료입니다. 공유수면 점사용료는 쉽게 말해 바다 사용료인데요, 현재 정부가 해양 레저 산업 육성 정책을 펴면서 2020년까지 면제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개발하고 있는 마리나는 개발이 완료되면 2020년이 됩니다. 그러면 그때는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 해에 수억원을 내야 합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까지 면제 기간을 늘려 줬으면 좋겠습니다.”

▶ 마리나 개발이 국내 경제에 가져올 효과는 무엇인가요.
“일단 마리나 산업의 발전은 선박 산업의 발전과 연계되고 이는 다시 선박과 관련된 부품·자재에서 선박 매매·수리 등 다양한 방면의 사업의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마리나업계에서는 바다의 블루오션으로 마리나를 주목하고 있고 이는 고용 창출 및 창업으로도 기대하고 있는 것이고요.”

▶ 마리나가 좀 더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게 있는지요.
“요트나 보트 취득을 위한 각종 세제와 보험 관련 지원도 필요해요. 또한 마리나업 종사자들과 바다가 삶의 터전인 어민들과의 교류·이해도 확대할 필요가 있고요. 어민들에게 마리나는 굴러온 돌입니다. 어구나 어망이 깔려 있으면 배가 다니는데 상당히 위험하죠. 이 때문에 안전사고 때문에라도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어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죠.”

▶ 마리나 개발이 유럽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습니다.
“문화 차이죠. 마리나가 잘 조성된 유럽에서 인식하는 바다는 ‘도전과 즐기는 바다’예요. 그런데 한국에선 ‘생활’이죠. 즉 먹고사는 문제가 달린 것이죠. 이러한 인식은 단숨에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시기가 올 것입니다. 기반은 마련됐죠, 주 5일 근무에 이은 52시간 근무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등등이요. 아마 좀 더 시설이 늘고 레저 문화에 걸맞은 주변 환경이 조성되면 우리도 마리나 강국으로 나아가게 될 겁니다.”

▶ 요트 산업은 3만 달러 시대에 성장한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많은 분들이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되면 요트 산업이 발전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일부는 동의하지만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아요. 실제 이곳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보면 일부 부유층도 있지만 대부분이 바다가 좋아, 낚시가 좋아, 요트가 좋아 즐기는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관심과 애정의 문제인 것이죠.”

▶ 요트 산업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국내에서 제작되는 요트가 적어요. 왕산마리나에 계류된 선박만 봐도 알 수 있죠. 81척 중 3척만 국내에서 만든 요트이고 나머지는 대부분이 일본에서 중고로 수입해 온 요트들이에요. 이유는 국내 요트가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이 없고 디자인도 좀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것 같아요. 좀 더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 왕산마리나 운영 현황이 궁급합니다.
“2017년 6월 정식 개장한 이후 현재 81척이 계류 중입니다. 역시 적자죠. 하지만 이곳을 찾는 선주들에게만큼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계속 서비스 시설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선박 주유소 운영을 시작했고요. 9월부터는 고객 휴게 시설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또 내년 3월에는 상업 및 일반 판매 시설을 개장하고 요트 판매 사무실, 요트·보트 면허 교육장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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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7호(2018.08.27 ~ 2018.09.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