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홈쇼핑 옷은 저가’ 인식 극복 성공…이나영 등 톱스타도 브랜드 모델로 가세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중저가 이미지가 강했던 TV홈쇼핑 의류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티셔츠 안에 받쳐 입는 이너웨어는 5~6종 세트에 6만원, 아우터는 16만원이 넘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일종의 ‘가격 저항선’이 깨진 지 오래다.

최근에는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업계와 협업하면서 홈쇼핑에서도 디자이너 의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과거 홈쇼핑과의 모델 계약을 꺼렸던 톱스타들도 업계와 손을 맞잡는 추세다.
TV홈쇼핑, 디자이너와 협업 브랜드로 매출 ‘쑥쑥’

◆GS샵 ‘SJ와니’ 누적 주문액 4200억원

GS샵은 2011년 ‘트렌드 리더 GS샵’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홈쇼핑 의류는 저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급화하는 게 과제였다.

GS샵은 고심 끝에 국내 최정상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손정완 디자이너를 찾아가 협업 브랜드를 제안했다. 하지만 손 디자이너의 반응은 차가웠다. 홈쇼핑에서 자신의 이름을 단 옷을 판매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수차례 거절하던 손 디자이너는 “평범한 여성이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세컨드 라인을 함께 만들자”는 GS샵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생각을 바꿨다.

GS샵과 손 디자이너가 협업한 ‘SJ와니’는 2012년 11월 첫 방송을 탔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첫 방송에서 준비한 재킷 3500개가 16분 만에 매진됐다. 내셔널 브랜드 중 최고가에 판매되는 손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경제적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입소문에 SJ와니는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SJ와니의 누적 주문액은 4200억원에 달한다.
TV홈쇼핑, 디자이너와 협업 브랜드로 매출 ‘쑥쑥’
디자이너 브랜드의 가능성을 확인한 GS샵은 김서룡 디자이너의 ‘K by 김서룡’과 핀란드 출신 디자이너의 브랜드 ‘마리아 꾸르끼’ 등을 연이어 선보였다.

K by 김서룡은 보디 실루엣을 살리는 특유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기다. 북유럽 대표 럭셔리 브랜드로 불리는 마리아 꾸르끼는 2016년 론칭 당시 핸드백 등 잡화 아이템 위주에서 현재는 의류까지 상품군을 확장했다.

GS샵 관계자는 “GS샵은 기획·생산·유통을 모두 책임지는 자체 브랜드(PB)보다 디자이너 등과 협업하는 공동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디자이너와 패션 기업은 디자인과 제작을 담당하고 GS샵은 마케팅과 판매를 담당하는 등 서로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맡아 협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 1일 새롭게 출범한 CJ ENM의 오쇼핑부문(구 CJ오쇼핑)도 디자이너 협업 브랜드에 공을 들이고 있다.

CJ ENM 오쇼핑부문은 2015년 베라왕 뉴욕 본사와 계약하고 국내 단독 브랜드 ‘VW베라왕’을 론칭했다. 의류와 잡화 브랜드인 VW베라왕 외에도 ‘베라왕 인티메이츠(언더웨어)’, ‘베라왕 홈(침구·커튼)’ 등으로 상품군을 넓힌 상태다. 베라왕 브랜드의 누적 주문액은 3200억원이다.

오쇼핑부문은 9월 1일 국내 최정상 디자이너 지춘희 씨와 함께 ‘지스튜디오’를 론칭하기도 했다. 지스튜디오는 지 디자이너의 첫 홈쇼핑 합작 브랜드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브랜드 모델인 배우 이나영 씨도 화제였다. 톱스타가 홈쇼핑 브랜드 모델이 된 흔하지 않은 사례였기 때문이다. 지 디자이너는 2015년 이 씨와 원빈 씨의 밀밭 결혼식을 총괄 기획하는 등 오랜 인연을 맺어 온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스튜디오는 론칭 한 달여 만에 150억원의 누적 주문액을 기록했다. 10월 13일 새롭게 선보인 핸드메이드 후드 코트와 캐시미어 100% 니트 풀오버 등 겨울 신상품은 방송 약 2시간 동안 3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TV홈쇼핑, 디자이너와 협업 브랜드로 매출 ‘쑥쑥’
오쇼핑부문은 최근 ‘오피스룩의 대가’로 불리는 뉴욕의 디자이너 엘리 타하리 씨와 국내 단독 판매 계약을 하고 브랜드 ‘타하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CJ ENM 오쇼핑부문 관계자는 “타하리는 10월 5일 첫 방송에서 2시간 동안 27억원의 주문액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 ‘J BY’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

현대홈쇼핑은 2016년 정구호 디자이너와 함께 선보인 ‘제이 바이(이하 J BY)’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다.

J BY는 11월 열리는 이탈리아 밀라노 ‘화이트쇼’에 국내 홈쇼핑 패션 브랜드 중 유일하게 참가한다. 밀라노 화이트쇼는 프랑스 파리 ‘캡슐쇼’, 독일 베를린 ‘BBB’와 함께 유럽 3대 패션 박람회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홈쇼핑은 현지 반응에 따라 J BY의 유럽 수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J BY는 올해 연간 주문액 1000억원에 도전한다. 지난 5월 선보인 ‘제이 바이 서머 실크 코튼 티셔츠’는 방송 1시간 만에 21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대홈쇼핑은 최근 ‘앤디앤뎁’을 운영 중인 김석원·윤원정 부부 디자이너와 함께 ‘A&D’를 론칭하기도 했다. 현대홈쇼핑은 A&D를 연간 주문액 500억원대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TV홈쇼핑, 디자이너와 협업 브랜드로 매출 ‘쑥쑥’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국내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확대하는 한편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아이템으로 상품 라인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홈앤쇼핑은 패션 PB를 강화하기 위해 9월 초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이자 패션 디자이너인 간호섭 교수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간 교수는 홈앤쇼핑 PB인 ‘엘렌느’와 ‘슬로우어반’의 브랜드 정체성 확립과 신상품 개발을 지휘 중이다.

한편 롯데홈쇼핑은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대신 자체 전담팀을 꾸려 패션 PB 브랜드를 중점 육성하는 반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파트너사와 함께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직접 챙긴다. 이탈리아·스페인 패션 업체와 기획부터 개발·생산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는 ‘LBL’이 대표적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LBL은 2016년 9월 론칭 이후 연간 주문액 1000억원을 기록 중인 대표 패션 PB”라며 “최고급 소재와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5호(2018.10.22 ~ 2018.10.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