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기업 수익 모델의 최종 종착지…구독자 빅데이터 분석해 ‘예측 배송’ 가능


[한경비즈니스 칼럼=양백 IGM 세계경영연구원 대표] 기업의 경영전락을 바라보는 방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수없이 많은 이론과 모델이 만들어져 왔다. 기업을 경영하고 분석하는 최고경영자(CEO)나 전문가들은 자신이 애용하는 전가의 보도와 같은 방법을 한두 개 정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모델의 선택은 사용자의 편의성과 모델의 효용성에 의해 결정된다.

◆질레트의 ‘레이저 블레이드 모델’

비즈니스 환경과 모든 프로세스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제삼자에게 자신의 비즈니스를 설명한다고 가정해 보자. 설명하는 방법은 아마 천차만별일 것이다.

비즈니스를 모델로 조망해 보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의 전략적 프레임워크를 잠깐 살펴봐야 한다. 전략적 프레임워크는 기업이 특정한 가치를 만들고 그 가치를 중심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최대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기업 경영의 모두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회사는 저마다의 강점을 가지고 경쟁하려고 한다.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그리고 고객이 느낄 수 있는 고객 가치를 시장과 경쟁 측면에서 정리하는 전략이 고객에 대한 제안(value proposition)이다. 고객이 굳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사용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고객 가치 제안에 내포돼 있다. 고객이나 경쟁사는 고객 가치 제안을 통해 나타나는 차별화 요소나 경쟁 요소를 알게 되고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가치 제안이야말로 비즈니스 모델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요소다. 전통적 경영전략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치 제안은 기업이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자사 제품의 탁월성을 설명하는 근원적 이유인 ‘왜(why)’에 해당한다면 이제 그러한 비즈니스 모델의 ‘무엇(what)’과 ‘어떻게(how)’는 무엇일까 고민하게 될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무엇’은 바로 비즈니스의 근본적 사업성에 해당하는 수익 모델의 적절한 창출이다.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이고 기업 운영의 궁극적 목적이기도 하다. 과연 자신만의 수익 모델은 무엇일까. 어떤 의미에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용어가 처음 만들어질 때는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모델이 거의 동의어로 사용됐다.

‘당신 회사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과연 사업성은 있는가’ 등의 질문이다. 매우 다양한 수익 모델이 존재한다. 수익 모델은 일반적으로는 비즈니스가 서비스를 화폐화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또 수익 모델은 기업이 어떻게 수익을 내고 이익을 발생시키고 투자에 대한 최고의 수익률을 내는지 설명한 것이다.

아주 유명한 수익 모델 한두 가지만 살펴보자. 레이저 블레이드 모델, 일명 면도기 모델이 대표적이다. 싼값의 프린터와 비싼 잉크 카트리지를 생각하면 된다. 기초 기구는 매우 저렴한 값에 판매하고 예상되는 사용 제품에 대해서는 고가 정책을 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수익 모델은 초기에 상당한 자본투자가 필요한 모델이기도 하다. 질레트의 면도기 판매에서 시작돼 지금은 네스프레소의 캡슐 커피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물론 이 모델의 생존 방식은 제삼의 단체가 부속품을 저렴하게 만드는 것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방해해야 한다. 최근 네스프레소의 바코드가 찍힌 커피 캡슐의 발명은 매우 획기적인 것이다. 본체의 영속성과 부품의 차별성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제삼의 경쟁자를 막아내는 매우 효율적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구독 모델로 질레트를 꺾은 ‘달러세이브클럽’

하지만 이렇게 수익률이 뛰어난 레이저 블레이드 모델에 한판승을 거둘 수 있는 수익 모델은 바로 ‘구독(subscription) 모델’이다. 이는 매우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사용자를 록인(lock-in)시킨다. 이에 따라 생산자는 매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비즈니스 상황을 만들게 된다. 좀 더 상세히 구독 모델의 여러 형태를 살펴보자.

아마존닷컴은 그들이 보유한 막강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을 분석하고 구매 주기와 패턴을 연구한다. 예측 배송이 관련 예다. 프리미엄 고객이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아마존닷컴에 로그인한다. 그 즉시 아마존닷컴의 창고에서 쉴 새 없이 일하고 있는 물류용 로봇 ‘키바’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물론 빅데이터 분석에 의해 상품 구입을 예측하고 이를 포장하는 인력(packer)에게 적절한 재고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때로는 상품 결제 없이 고객이 로그아웃해도 키바는 계속 움직이고 상품은 포장돼 고객에게 전송되기도 한다.

그러면 통상 상품 환불 과정 등의 귀찮은 과정이 연상될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고객님, 우리가 오배송했습니다. 놀라셨죠. 그런 의미에서 오배송한 제품을 선물로 증정하겠습니다.” 고객에게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아니 ‘대박’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 반복되다 보면 어느 날 고객은 이러한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배송에 익숙해진다. 본인이 필요한 물건을 또박또박 알아서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 고객은 특정 제품의 소비에서 이미 아마존에 록인된 것이다. 굳이 또 다른 전환비용을 써가며 거래처를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생필품이나 식품 등 반복적으로 구매할 가능성이 농후한 제품군에서 이런 현상이 빈번하다는 것은 우연일까.

최근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구가하는 ‘달러세이브클럽’의 사례를 보자. 달러세이브클럽의 성공 비결은 개발자의 관점에서 어떤 기능을 더 넣어 고급화할 것인지가 아니라 소비자의 관점에서 대체 무엇이 불편할지를 고민한 데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스타트업이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배송도 직접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스타트업이 자신 있게 매달 배송해 준다는 면도날은 한국의 가성비 갑 ‘도루코’ 제품이고 배송은 외주 업체를 통해 진행된다. 파고들면 좀 더 복잡한 뭔가가 있겠지만 일단 겉으로 봐서는 100% 통합 마케팅의 승리로 보인다. 아무도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한 전통적 레이저 블레이드 모델의 대명사 질레트를 제치고 새로운 구독 모델을 만들어 낸 것이다. 뒤늦게 질레트도 ‘질레트 세이빙클럽’을 도입하며 허둥지둥 쫓아가고 있다.

최근의 오피스 365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공격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지불 모델인 구독료 기반의 서비스다. 구독 서비스의 사용자들에겐 월 또는 1년 단위의 이용료가 청구된다.

현재 애플 전체 수익에서 구독 관련 서비스는 맥 컴퓨터의 판매 수익을 훨씬 웃도는 약 18%를 차지한다. 애플의 매출에서 서비스가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지난 실적 발표에 따르면 애플은 앱 스토어를 포함한 구독 모델로의 전환이 몇 년 전부터 일부 개발자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유료 업그레이드를 사용한 전통적 단발성 비용 지불 모델 대신 구독 모델을 채택했다. 이 개발자들은 구독을 통한 꾸준한 매출이 개발자에게 안정적 수익원을 제공하고 앱 스토어에 만연한 가격 하락 압박과 ‘프리미엄 모델’을 상쇄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개발자에게 앱을 유지 보수하고 계속 개선할 만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고 말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말 중 “음악을 빌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는 유명한 얘기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애플 뮤직과 ‘스포티파이’ 등으로 입증된 바와 같이 음원을 소유하려는 성향이 변했다.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같은 말을 했다. 소프트웨어의 사용도 이미 구독 모델로 대부분이 전향되고 있는 추세다.

◆렌털 비즈니스로까지 진화한 구독 모델

넓은 의미에서 렌털 비즈니스 전반의 수익 모델을 구독료 기반의 서비스로도 특정할 수 있다. 공유 플랫폼에 구독 서비스가 결합되면 소비자는 큰 비용 지출 없이 양질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얻게 되는 동시에 반복 구매 또는 재구매에 대한 시간적·물리적 비용을 제거해 안정적 소비를 하게 된다.

렌털과 구독 모델의 병합 사례는 아마존 웹 서비스에서 쉽게 발견된다. 국내에서 아마존은 해외 e쇼핑몰 웹사이트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보기술(IT)업계에선 아마존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 특히 아마존은 새로운 기술에 끊임없이 투자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B2C 영역에선 ‘킨들’이, B2B 영역에선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그러한 투자의 결과다.

아마존이 킨들로 e북 시장을 새롭게 개척했던 것처럼 AWS는 클라우드 기술을 대중화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클라우드 사업은 쉽게 말해 컴퓨터 연산, 저장, 그 외 컴퓨팅의 성능에 관련된 것을 원격으로, 즉 클라우드에 띄워 제공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네이버 ‘N드라이브’, ‘구글 포토’, 애플의 ‘i클라우드’ 등은 주로 저장 매체를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CPU의 성능과 서버, 개인 저장소를 뛰어넘은 데이터센터 등까지 모두 클라우드로 서비스 받을 수 있는 만큼 점점 더 유망한 사업 영역이다.

이 모델은 공유경제의 표상이기도 하다. 클라우드의 일부를 렌털하고 이러한 서비스에 익숙해진 고객은 여간해선 그 서비스를 취소하려고 하지 않게 된다. 자연히 구독 모델로 진행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여러 가지 차별화한 서비스 라인을 첨부하게 되면 부가가치 모델로 발전되고 고객은 지속적으로 이 서비스에 종속되는 록인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구독 모델은 매우 오래된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다. 지금도 구독 모델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보편화된 모델이다. 하지만 이런 구독 모델이 빅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AI) 등의 디지털 기술과 맞물리면서 공유경제의 새로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있다. 기존의 통념을 깨고 새로운 구독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기업은 여전히 고객을 바라봐야 한다. 단지 이해만 해서는 안 된다. 이해는 하지만 고객을 제대로 공감하지 않으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이해는 인류만이 가진 신피질의 대사 작용이다. 하지만 공감은 포유류의 뇌라고 일컬어지는 변연계의 작용이다. 이 변연계는 감정(분노·두려움·즐거움·행복 등)과 행동·욕망 등의 조절과 기억에 관여한다.

결론적으로 고객의 변연계에서 만들어지는 그들의 감성을 공감해야 한다. 그 속에 구독 모델의 씨앗이 숨어 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면도기를 구독 모델로 만들고 모바일 쇼핑이 점점 구독 모델로 변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8호(2018.11.12 ~ 2018.11.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