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벨로퍼 난립에 공시지가 20~40% 폭등, 월세 80만원 넘는 주택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서울시 청년주택 사업…사업 진행률 50%도 못 미쳐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서울시가 추진 중인 공공주택 공급 정책의 핵심 사업인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난항이다. 역세권 주변의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들의 참여율이 낮은 데다 서울시의 직접 개발 또한 부지와 주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감정가와 시세차가 커 매입 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와 사업 주관 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민간 부동산 개발 사업자(디벨로퍼)와 연계해 역세권 주변의 부지와 주택 등을 매입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이에 따른 사업비 증가가 예상되면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서울시가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부터 추진한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9월 말 현재까지 사업 인가가 난 곳이 22곳 총 1만442호(공공임대 2051호, 민간임대 8391호)다.

당초 올해 말까지 목표였던 2만2220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현재 서울시는 11곳 총 2809호(공공임대 727호, 민간임대 2082호)의 사업 인가를 진행 중이고 23곳 총 8969호(공공임대 1323호, 민간임대 7646호)는 사업 인가를 준비 중이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서울시 청년주택 사업…사업 진행률 50%도 못 미쳐
◆ ‘집값 떨어질라’, 해당 지역민 반대에 난항

하지만 공공 임대주택인 청년주택이 들어설 경우 인근 집값의 하락을 우려한 해당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거세 사업구역 지정과 주민 협의가 언제 마무리될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업 인가가 나더라도 주민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업 승인이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서울시 임대주택과 관계자는 “올해는 1만5000호에 대해 사업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였지만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지금까지 4000여 호를 채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민간 임대주택 임대 의무 기간을 최대 20년 이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참여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준비하고 있던 업체 관계자는 “임대 의무 기간을 8년에서 20년으로 올리면 사업성이 없다”며 “땅값이나 건물 가치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임대료 상승이 제한적이고 20년 이상 투자금 회수를 막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서울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서울시는 사업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동시에 수요자들을 위한 물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행 최대 49㎡(전용면적 기준)인 공급 평형대를 59㎡·84㎡ 등으로 늘리고 도심 업무용 빌딩 리모델링을 통해 청년주택을 넣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현재 서울 250여 개 지하철역 인근으로 한정된 청년주택 개발 부지를 전체 1~9호선 역사인 284개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장은 공급 물량 확보 차원에서 소형 평형대로 짓고 있지만 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하면 1인 청년 가구가 결혼한 이후 가족 단위로 살 수 있는 중형 규모의 임대주택을 제공할 것”이라며 “도심지 종로나 명동·신촌 일대 공실이 많은 빌딩에 청년주택 입주자를 받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서울시 청년주택 사업…사업 진행률 50%도 못 미쳐
◆ 오피스텔과 임대료 비슷한 청년주택

땅값 폭등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도 청년주택 사업의 힘을 빼고 있다. 청년주택 사업에 참여하려는 디벨로퍼들이 난립하면서 땅값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용산구 한강로 지구는 승인 2년 만에 46%, 마포구 서교동은 공시지가가 41%나 상승했다. 서대문구 충정로3가와 마포구 창전동 역시 각각 36%, 27% 올랐다. 이렇다 보니 임대료도 청년주택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올랐다.

지난해 가장 먼저 착공한 용산구 한강로2가 청년주택은 신혼부부를 위한 일부 민간 임대주택(전용 49㎡)의 임대료가 보증금 8500만원에 월 84만원(임대 보증금 비율 30% 기준)이다.

마포구 서교동 청년주택(전용 37㎡)도 보증금 9170만원에 월세 85만원으로 인근 비슷한 평형대의 오피스텔과 임대료는 비슷하지만 보증금은 8~9배나 비싼 편이다.

사업 초기 서울시와 민간 사업자 간 임대료 협약에 따르면 현재 사업 추진 중인 6곳 전체 3760가구 중 보증금을 30%로 적용할 때 월 임대료가 50만원이 넘는 가구가 725가구로 전체 19%에 육박한다.

월 임대료가 70만원을 초과하는 가구도 473가구, 이 중 85만원을 넘는 곳도 292가구에 달한다. 해당 협약은 2016년 당시 기준으로, 현재 상승한 땅값 기준으로 하면 앞으로 공급될 청년주택의 임대료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10월 22일 열린 서울시 국감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청년주택 사업은 초기부터 사업지의 지가(地價)를 올려 건물주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년주택의 주요 정책 대상은 상대적으로 월수입이 적거나 직장을 구하는 청년인데도 주택 임대료가 저렴하지 않고 주변 땅값 상승에 따라 임대료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사업 초기에 제기된 문제점을 꼼꼼히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땅을 직접 사서 짓는다면 임대료를 낮출 수 있는데 민간 자본이 많은 물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시 예산 등 지원을 늘려 임대료를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르면 12월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시장 역세권에 둘째 청년주택을 선보인다. 지상 19층, 234호 규모로 지어지며 청년층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해당 지역은 현재 잠실종합시장이 자리한 곳으로 1974년 12월 ‘도시계획시설(시장)’로 결정됐다. 잠실종합시장은 1981년 12월 준공돼 노후한 시설로 평가받는다. 서울시가 용도변경을 통해 역세권 청년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했지만 시장 기능은 유지할 방침이다.

또 뒤를 이어 ‘책’을 테마로 한 면목동 공동체주택(6개 동, 총 35호)도 마을형 공동체 주택 1호로 연말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 용산구 한강로 2가 삼각지역(1916가구), 서대문구 충정로3가 충정로역(523가구), 마포구 서교동 합정역(1121가구) 일대에서 잇따라 입주자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자 모집 시점은 주택 완공 시점 6개월 전이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9호(2018.11.19 ~ 2018.11.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