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3대 빅딜’에 좌우될 가능성 높아, 투자자 심리 안정이 최우선 과제
막 내린 미국 중간선거…한국 증시 미칠 영향은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미국 중간선거가 끝났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상원에서 공화당이, 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가운데 주지사까지 감안하면 결국 공화당이 패배했다.

이에 따라 중간선거 이후 세계무역기구(WTO) 탈퇴, 파리기후협약 불참, 중국과의 무역 전쟁, 북한과의 회담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독주의 상징이 제동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트럼프노믹스 추진, 헬스케어와 도드-프랭크법 등 오바마 지우기 정책 수정, 이민법 개정 등도 갈림길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증시는 결국 ‘심리’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설의 향방이다. 미국 대통령의 탄핵 절차는 한국과 차이가 있다. 탄핵 발의는 미국 의회 하원(한국은 국회)에서 일반 정족수로, 탄핵 소추는 미국 하원(한국은 국회)에서 특별 정족수로 확정되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탄핵 결정은 미국은 상원, 한국은 헌법재판소에서 특별 정족수로 확정되는 점이 다르다.

중간선거 결과 탄핵 발의와 소추를 담당하는 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했다.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다수당을 유지했지만 공화당 내 강경파인 ‘프리덤 코커스’가 언제든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하기는 어렵겠지만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2020년까지 계속 쟁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의 달인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도 중간선거 이후 궁지에 몰리면 이를 드라마틱하게 돌파할 수 있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연임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의 저시 ‘협상의 기술(The Art of Deal)’을 보면 위기 때마다 극복 카드로 썼던 충격요법(shock therapy)이 자랑스럽게 기술돼 있다.

중간선거 이후 월가에서는 세 가지 빅딜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나는 중국 마찰과 관련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다른 하나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관련해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합의를 모색하는 방안이다. 미국 국민의 생존권 보장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타협을 모색할 것이라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3대 빅딜 성사 여부는 한국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분기 이후 한국 경제는 성장률 둔화 속에 물가가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뚜렷하다. 3분기 성장률(전기 대비 연율)은 2.5%까지 떨어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에 진입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국민이 느끼는 경제고통지수가 높아지고 정책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간 마찰은 한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장 심화시킬 수 있는 변수다. Fed의 금리 인상도 외자 이탈 방지에 우선순위를 둬 금리를 올리면 경기 침체를 더 심화시킬 수 있어 정책 대응 차원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과 동일한 문제다.

단기적으로 남북 경협도 비용 부담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간선거 이후 3대 빅딜의 성사 여부가 한국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시는 심리’라는 표현은 진부하다고 할 정도로 오래됐고 보편화됐다. 하지만 모든 경제활동에서 심리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월가에서는 경기와 투자자 심리 간 관계를 주목해 증시를 진단하고 예측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왔던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의 ‘자기암시 가설’이 재조명되고 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가장 신뢰한다고 해서 ‘소로스·버핏 가설’로도 불리는 이 가설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어떤 국가의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이때 주가는 실제 경제 여건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 경기 침체로 투자자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보유 주식을 대거 내다 팔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로 본다면 2016년 9월 이전까지의 기간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투자자 사이에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투자심리도 점차 ‘낙관’ 쪽으로 옮겨 오면서 주가 상승 속도가 경제 여건 개선 속도보다 빨라지는 1차 소상승기를 맞는다. 코스피지수가 2016년 9월 이후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2500선에 바짝 다가섰던 작년 초까지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렸던 투자자의 쏠림 현상이 흐트러져 1차 조정 국면을 맞게 된다.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때 이 기간은 이 1개월 이상 길어지지 않지만 한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국정 혼란이 겹치면서 4개월 이상 길어졌다.


◆‘인포데믹’ 근절 위한 노력도 필요해

이때 경기가 뒤따라오느냐가 중요하다. 경기가 받쳐주면 투자자 심리가 재차 ‘낙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1차 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2차 대상승기를 맞게 된다. 작년 5월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 혼란이 해소되고 성장률이 3%대로 회복됨에 따라 코스피지수가 2600선을 넘어서면서 올해 상반기 내내 대세 상승론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한동안 ‘낙관’ 쪽으로 쏠렸던 투자자 심리가 어느 순간 거품 우려가 높아지면서 재조정 국면을 맞는다. 이때 경기와 기업 실적이 뒤따라오면 3차 소상승기에 들어간다. 반대로 악화되면 투자자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경제 여건보다 더 떨어지는 과잉 조정 국면을 맞게 된다.

현재 한국 증시는 ‘더 깊은 나락(Ice age)’으로 빠지느냐와 ‘또 다른 기회(Ice breaking)’를 만들어 내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관건은 한국 경기와 외국인 자금의 향방이다. 일부 예측 기관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5% 내외까지 내려 잡고 있다.

국내 기업 실적도 3분기부터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선발 기업의 실적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한·미 간 금리 역전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도 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주식 투자자의 심리부터 안정시켜야 한다.

기관투자가의 증시 안정을 제고하고 증권사의 이기주의 행동을 자제시키는데 초점을 맞추는 금융 당국의 행정지도와 도덕적 설득도 필요하다. 강남 등 수도권 집값 잡기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리 인상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경기 부양책도 필요하다. 예측 기관과 정책 수용층인 국민이 침체 국면에 빠졌다고 공감하는데 정책 당국이 여전히 회복 국면이라고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아직까지 여유가 있는 재정을 활용해 단기 부양책을 내놓고 감세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의 경제하고자 하는 의욕을 고취해야 할 때다. 지속 가능한 성장 과제도 내놓아야 한다.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이 흐트러지고 있는 만큼 국가 홍보 활동도 시급하다. 특히 월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짜 새벽(false dawn)’ 경계론과 남북 관계에 대한 의문점을 풀어줘야 한다. 가짜 새벽은 궁지에 몰린 경제 각료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책 목표와 관련된 통계를 일시적으로 개선해 놓는 현상을 말한다.

기업·국민·주식 투자자도 한국 경제와 증시를 살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공공선 정신(pro bono publico)’을 발휘해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분법적인 시각(보수와 진보 혹은 우파와 좌파)에서 어려울 때 더 어렵게 보는 ‘미네르바 신드롬’과 잘못된 정보를 전파시키는 ‘인포데믹’ 현상을 법적 장치를 동원해서라도 근절시켜 나가야 할 때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8호(2018.11.12 ~ 2018.11.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