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한 발 내딛는 경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샤오미와 스타벅스
'빠르고 작은 시도가 세상을 바꾼다'...샤오미·스타벅스의 성공전략
[한경비즈니스 칼럼=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첨단 전자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세를 탄 회사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실수’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제품이 품질 경쟁력까지 갖춘 것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비결이 뭘까. 레이쥔 샤오미 회장의 경영 철학에서 힌트를 얻어 보자.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천하의 무공 중 빠른 것은 절대 당해낼 수 없다. 느리다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한다.” 한마디로 말해 ‘스피드’다.

첨단 기술의 경연장인 전자업계에서나 필요한 것일까. 그러면 우리의 밥상으로 눈을 돌려 보자. ‘라면’ 하면 떠오르는 기업은 농심이었다. 하지만 최근 경쟁사 오뚜기가 무서운 기세로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가는 1등 하지 않겠습니까”라는, 2005년 오뚜기의 대표 브랜드 진라면 광고 당시엔 사람들의 웃음 코드로 인식됐던 카피가 정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기발한 신제품 출시는 물론 라면 비수기인 여름철 시즌에 맞는 제품 개발 등을 통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결국 답은 하나다. 세상의 변화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다. 그러면 그 방법은 뭘까. 업무적 관점과 프로세스적 관점으로 나눠 민첩한 실행을 위해 필요한 요소를 살펴보자.

어릴 때 우리는 ‘꿈은 크게 가지라’는 말을 듣고 자라왔다. 큰 꿈을 꿔야만 그것이 깨지더라도 조각이 크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조직에서 이런 생각은 두 가지 이유에서 위험하다.

하나는 ‘큰 꿈’을 꾸기 위해 들어가야 할 인풋이 너무 많다. 아무 근거도 없이 ‘혁신적 신제품을 만들겠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꿈을 그리는 것 역시 대부분은 실무 직원들의 일이다.

다른 하나는 깨진 꿈에 의해 조각이 나더라도 누군가는 꿈을 깨뜨린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만 만들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그 조직은 오래가기 힘들다. 그래서 비즈니스에서 막연한 ‘큰 꿈’을 외치는 것은 무책임한 주장이다.

따라서 민첩한 실행을 위해 업무적 관점에서의 ‘작은 시도’가 필요하다. 대표적 기업이 스타벅스다. 한국의 모든 매장에서 마실 수 있는 그린티 라테를 미국 스타벅스에선 찾기 쉽지 않다. 한국에서 작게 시도해 반응을 살핀 뒤 유사한 문화권인 일본 그리고 아시아로 확장해 나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할 수 있는 ‘사이렌 오더’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가장 많은 한국에서 서비스를 도입해 적용 가능성을 검토한 뒤 미국 매장에 확장하는 중이다.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는 이러한 전략을 ‘최소 요건 제품(MVP : Minimum Viable Product)’이라고 설명했다. 최소의 기능을 최소의 노력만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것으로, 작은 것이라도 한 발 내딛는 게 핵심이다.

MVP에서는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이와 함께 해당 제품 혹은 서비스의 테스트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예산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인지, 기간은 언제까지로 할지, 해당 프로젝트에 인력 지원은 얼마나 해 줄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 여부를 평가할 수 있고 지속하거나 중단할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반응을 끊임없이 들으며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다양한 피드백 툴이 있지만 블루오션 전략에서 제시된 ‘ERRC’를 활용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없앨 것은 없는지(Eliminate), 불필요하게 많아 줄여야 할 요소는 뭔지(Reduce), 기능적으로 늘려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Raise), 다음 제품에 새롭게 추가할 것은 없는지(Create)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피드백 과정이 없다면 작은 시도는 정말 말 그대로 ‘시도’만으로 그치게 된다.

◆‘작은 시도’의 성패는 중간보고가 가른다

업무적으로 작은 시도의 아이템을 찾았다면 이제 일의 프로세스를 통해 실행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이때 필요한 것은 상사를 자기 편으로 만들어 충분한 지원을 받아내는 것이다. 여기서의 핵심도 ‘작게’ 다가가기다.

많은 구성원이 ‘상사에게 멋진 결과물을 보여주면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상사는 이러한 ‘놀라움’이 고맙기보다 안타깝고 어떨 땐 당황스럽다. 사전에 논의했다면 좀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도와줄 수도 있었는데 이를 놓쳤기 때문에 안타깝다. 1주일이면 처리할 수 있는 것을 혼자 끙끙거리다가 한 달의 시간을 들여 완성해 왔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당황스럽다. 그래서 구성원으로서 일을 민첩하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상사에 대한 중간보고가 중요하다.

잦은 중간보고를 강조하면 어떤 직원은 ‘별로 달라진 것도 없는데 자꾸 보고하면 바쁜 상사를 귀찮게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질문이다.

자기가 하는 일의 과정상 내용은 굳이 찾아가 보고해야 할 만큼 달라진 게 많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가 모르는 회사 내의 혹은 외부 환경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보고 과정을 통해 업그레이드 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또한 상사를 귀찮게 한다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구성원이 한 번 얘기했다고 그게 상사의 머릿속에 그대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사람은 처음 들은 내용에 대해 10분 후부터 망각이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나면 80% 이상이 망각된다는 연구도 있다. 결국 상사의 머릿속에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각인시키려면 꾸준하게 중간보고를 해야 한다.

중간보고는 상사의 망각을 줄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내용에 대한 호감도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자욘스가 발표한 ‘단순 노출 효과’가 주인공이다. 사람들이 설득 대상물에 단순히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대안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상사가 처음 들었을 때는 허무맹랑한 제안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관련된 설명을 지속적으로 듣다 보면 ‘괜찮은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주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프로젝트에 대한 상사의 호감을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투자가 있을까.

◆민첩한 실행을 위해 필요한 ‘작지만 큰’ 노력

잦은 중간보고가 여전히 귀찮다는 생각이 드는가. 상사를 설득하려고 준비할 시간에 업무에 대해 고민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고 보는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일을 할지 말지에 대한 판단은 상사의 몫이다. 어떻게 보고하느냐에 따라 상사가 일의 지원자가 될 수도, 관람객으로 바라보고만 있을 수도, 혹은 사사건건 시비를 놓는 장해물이 될 수도 있다. 이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구성원의 보고다.

단거리 육상으로 세계를 지배했던 챔피언 우사인 볼트가 최근 축구 선수로 전향해 뛰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직 그럴 듯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왜일까.

‘빠른 스피드로 공을 차고 달리면 누구도 못 쫓아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우사인 볼트가 축구 선수로의 전향을 결정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육상에서의 스피드와 축구에서의 스피드가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육상은 일방향이다. 자신에게 배당된 트랙만 앞뒤 가리지 않고 달리면 된다.

하지만 축구는 다르다. 앞으로 가려다가도 다른 선수가 태클하면 옆으로 틀어야 하고 거기에도 선수가 있으면 달릴 게 아니라 공을 패스해야 한다.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 적응해 가며 스피드를 올려야 하는 게 축구다. 작게 한 발씩 말이다. 조직에서의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달라졌다는 말,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요즘은 정말 더 실감이 난다. 이런 세상에선 조직 역시 ‘앞뒤 가리지 않고 달리는’ 육상을 해선 안 된다. 작은 변화의 이슈를 찾고 지속적으로 보고하며 방향을 맞춰 여러 사람의 피드백을 들으며 보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민첩한 실행을 위해 필요한 ‘작지만 큰’ 노력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9호(2018.11.19 ~ 2018.11.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