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재에서 욕실·창호·가구까지 묶어 판매...3분기 월평균 200세트 판매
실적 부진 한샘, ‘리모델링 패키지’ 사업이 돌파구 될까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국내 1위 가구 업체인 한샘이 실적에 빠졌다. 지난 3분기 한샘의 매출액은 42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42억원으로 무려 71% 감소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586억원으로 전년 동기 1226억원 대비 52.2% 감소했다. 당초 증권가에서 예측했던 실적을 훨씬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샘의 실적 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대내외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샘의 ‘어닝 쇼크’의 직접적 이유로는 주택 거래량의 감소가 가장 먼저 꼽힌다. 올해 7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전년 동기 35% 감소했고 8월에도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 거래가 줄어들자 인테리어 시장이 침체됐고 가구 업체의 판매 부진으로 연결됐다.
◆주력 사업인 부엌 부문에서 고전이 중에서도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한샘의 주력 사업인 부엌 부문이다. 국내 부엌 가구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은 브랜드 시장과 영세사업자 중심의 비브랜드 시장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한샘은 브랜드 시장에서만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사업 비율이 높고 수익성이 큰 부엌 부문의 매출 감소가 한샘 실적 부진의 본질적 이유”라고 지적했다. 부엌 부문의 3분기 누적 매출은 565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감소했다.

전체 B2C 부문의 매출액 감소도 치명적이었다. 주택 거래량 감소로 한샘의 B2C 관련 전체 사업부 매출액은 25~30% 감소했다. B2B(기업·기업 간 거래) 부문은 9% 성장했지만 한샘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선전했던 B2B조차 올해 하반기부터 입주 물량이 감소함에 따라 매출액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샘의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는데 우호적이지 않고 경쟁 기업들의 시장 참여 강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한샘의 실적 부진이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반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현대리바트와 이케아 등 한샘의 경쟁 기업들이 공격적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국내 가구업계를 양분하는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산업용 건자재 유통 기업 현대H&S를 합병했다.

또 현대리바트가 속한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 10월 5일 한화L&C를 인수함으로써 가구에 이어 건설자재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현대리바트는 이번 인수를 통해 매출 규모 2조원대로 발돋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케아의 성장은 더욱 무섭다. 한샘의 매출이 뒷걸음질한 것과는 반대로 이케아코리아는 2018 회계연도(2017년 9월~2018년 8월) 매출 471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8월 기준 이케아 패밀리 멤버 가입자 수는 160만 명, 연간 총방문객 수는 87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가구 시장은 오랜 동안 한샘이 독주해 왔다. 하지만 현대리바트와 이케아의 추격은 이미 한샘의 턱밑까지 쫓아왔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여기에 이케아가 지난 8월부터 온라인 판매에 눈길을 돌리며 국내 가구 업체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케아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온라인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그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케아코리아는 올해 온라인몰 시범 운영 기간을 거친 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한샘은 중국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당초 한샘의 중국 법인 설립은 미래를 이끌 신성장 동력으로 평가받아 왔다. 한샘은 2016년부터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중국 법인과 대형 매장을 세우고 공격적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했고 한샘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한샘 중국 법인은 약 35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손실 폭은 일단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후유증으로 당장 이익을 거두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올해 중국 법인을 포함한 한샘 자회사의 영업손실이 19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적 부진 한샘, ‘리모델링 패키지’ 사업이 돌파구 될까

◆한샘의 신성장 동력 ‘리모델링 패키지’

가구 산업은 시장 환경의 변화로 격변을 겪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시장이 성숙기에 돌입하며 다소 정체된 양상을 보였지만 2014년 스웨덴 가구 공룡 ‘이케아’의 등장으로 덩달아 국내 가구 업체들도 매출액이 늘었다.

동시에 이케아는 조립식의 저가 가구를 보급함으로써 국내 가구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1인 가구의 증가도 가구업계엔 중요한 변곡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1995년 12.67%에서 2017년 27.8%로 15.13% 증가했다. 가구의 수명보다 저렴한 가격에 집중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한샘에는 돌파구가 절실하다. 한샘은 그 첫 시작으로 ‘리모델링 패키지 사업’에 주목했다. 한샘 측은 지난 10월 15일 가구뿐만 아니라 욕실·창호·바닥재 등을 포함해 집 전체 공간을 한 번에 제안하는 리모델링 패키지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8조4000억원이었던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은 2020년 41조5000억원으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건축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은 797만 호로 파악된다. 시장 성장에 힘입어 한샘은 3분기 리모델링 패키지를 월평균 200세트씩 판매했는데 이는 상반기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한샘은 리모델링 패키지 시장 공략을 위해 리모델링 공사 기간을 최대 5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또 회사의 유통망도 조정할 예정이다. 가구·생활용품 중심의 ‘한샘 플래그숍’을 리모델링 전시가 추가된 ‘한샘디자인파크’로 전환하고 있다.

또 기존 리모델링 제휴점은 대리점으로 전환해 시공 품질과 서비스를 높인다. 10월 기준으로 80여 개 제휴점을 대리점으로 전환했고 2020년까지 총 500개로 확대한다. 또 661~1322㎡(200~400평) 규모의 한샘리하우스 전시장은 2020년까지 총 500개로 확대한다.

한샘 관계자는 “리모델링 패키지 사업의 혁신으로 주택 매매거래 감소라는 현재 시장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적인 리모델링 공사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0호(2018.11.26 ~ 2018.12.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