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국내 첫 패션 구독 서비스 론칭한 이시진 어니언그라운드 대표
“소유가 아닌 ‘경험의 패션’, 궁금하지 않으세요?”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어디선가 본 듯한, 또 들어봤을 법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런데도 신선하다. 1년에 수백 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생기고 사라지는 요즘 ‘어, 한국에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패션과 정보기술(IT) 그리고 공유라는 경제가 만들어 낸 새로운 비즈니스 바로 ‘패션 구독’이다. 쉽게 표현하면 돈을 내고 일정 기간 옷을 받아 입고 반납하는 정기적인 서비스다. 이 때문에 리스·렌털·공유라는 개념이 아닌 ‘구독’이라는 용어를 쓴다.

렌털 서비스, 공유경제, e커머스(전자 상거래)와 관련되는 기업들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국내에 ‘어니언그라운드’의 ‘줄라이(ZULY)’ 플랫폼밖에 없다는 것이다.

줄라이의 탄생은 철저한 소비자 개념에서 만들어졌다. e커머스 사업을 했던 이시진 대표가 ‘고객이 진짜 원하는 서비스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찾아낸 서비스다.

이 대표는 이 사업을 위해 수년간 운영했던 e커머스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1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9월 론칭하고 본격적으로 서비스에 들어갔다.

독특하면서도 공감이 되는 이 서비스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지난 12월 5일 서울 강남에 있는 어니언그라운드를 방문해 이 대표를 만나봤다.
“소유가 아닌 ‘경험의 패션’, 궁금하지 않으세요?”
▶ 서비스가 독특합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e커머스 사업을 하면서 이 서비스를 찾았습니다.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좋고 싼 제품을 발굴해 공급하는 e커머스 사업이 유통의 윈-윈 모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그렇지 않더라고요.

일단 소비자와 공급자, 플랫폼 운영자 모두가 다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e커머스 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포화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적자에 허덕였고요. 제품을 공급하는 공급자(기업)들은 최저가 경쟁으로 적은 마진에, 수요자(고객)들은 제품에 대한 불만족에 서로 짜증이 나 있더라고요.

특히 패션이 그랬어요. 고객들 시각에서 보면 온라인 사이트에서 몇 백, 몇 천 가지 옷들 중 골라야 하는 머리 아픈 상황이고 막상 구매하고 난 후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어울리지 않는 옷을 구매해 반품하는 사례가 많더라고요.

또한 제품이 검증되지 않다 보니 질이 나쁜 옷을 사게 된 이후 몇 번 못 입고 버리는 소비자들도 많았고요. 그래서 중간 유통업자가 제품 구입과 품질의 상태 체크, 고객의 옷 사이즈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다양한 옷을 공급한다면 어떨지 생각했습니다. 생각하니까 모두가 행복할 것 같더라고요. 패션 구독 서비스 줄라이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요.
“9월 론칭했으니 이제 만 3개월 됐네요. 아직 초기라 민망한 것도 있고 여러 내부 사정 때문에 정확한 고객 수는 밝히기 어렵지만 9월 첫 달에 비해 현재 고객 증가율이 한 20배 정도 됩니다. 수백 명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반응도 좋고 여러 가지 추가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어 열심히 사업을 키우고 있는 중입니다.”

▶ 서비스 타깃은 누군가요.
“여성이에요. 그것도 직장 여성이요. 추후에는 남성복과 아동복으로도 범위를 넓힐 예정이지만 일단 여성복에 대한 서비스를 100% 안착시킨 후의 이야기입니다. 여성복, 그것도 직장인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패션에 가장 민감한 수요층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인정받아야 진짜 인정받는 것이죠.”

▶ 남의 옷을 골라준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어려운 일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원하는 옷이 어떤 것인지 파악해 이를 기초로 고객들의 취향에 맞는 옷을 찾아 주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기존 고객들의 데이터와 온라인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패션 전문가들의 최신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 이를 근거로 타깃에 맞는 브랜드를 1차적으로 선별해 브랜드들과 계약하고 고객에게 옷을 제공하고 있어요.”

▶ 옷을 공급하는 기업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옷은 입어봐야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쇼룸 거울 앞에서 입어 보고 끝내는 게 아니고 구독한 옷을 입고 활동을 합니다. 진정으로 옷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거죠. 참여하는 브랜드들은 우리를 통해 홍보할 수 있어요. 실제 판매 기능이 없었을 때는 한 고객이 브랜드 업체를 직접 찾아가 구매한 사례도 있어요.

우리는 구독이다 보니 소재·착용감 등의 피드백을 수집합니다. 이 피드백은 개인 정보 보호, 타 브랜드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브랜드에도 제공돼요. 브랜드들은 소비자 반응을 알 수 있어 좋죠. 이런 것들이 브랜드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들은 반대로 우리 고객들의 반응을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 이런 사업 모델이 없었나요.
“국내에서는 없습니다. SK에서 진행한 비슷한 사업이 있었는데, 특정 옷에 대한 1회성 렌털의 개념이었고요. 우리처럼 다양한 옷을 정기적·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곳은 없습니다. 해외에는 있더군요. 사업을 준비하면서 살펴보니 미국의 렛츠 더 런웨이, 르도트, 일본의 에어클로젯, 중국의 와이클로젯 등이 제가 생각하던 서비스와 비슷하게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이 아니라 실망하진 않았고요. 오히려 이러한 서비스 시장이 계속 형성되고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 어떻게 보면 렌털의 개념이 아닌가요.
“저는 다르다고 확신합니다. 제 나름대로 이 시장을 3단계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첫째는 렌털, 둘째는 공유, 셋째는 구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줄라이는 3단계인 구독이고요. 렌털이라고 하면 소유권은 타인에게 있지만 내 것과 동일하게 소유를 유보하는 형태입니다. 공유는 소유권에 상관없이 셰어링하는 개념이고요. 우리는 고객들이 옷을 이용하는 관점에서 접근했어요. 렌털이 일시적으로 필요한 옷을 빌리는 것이라면 우리는 일상복을 대체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서비스를 우리는 파스(Fashion as a service)라고 규정했어요. 물건으로의 패션, 소유로서의 패션이 아니라 경험, 즉 서비스로서의 패션을 전개하겠다는 의미죠. 옷을 고르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받아서 입고 보관하고 세탁하는 전 영역을 포함하는 게 우리 서비스의 특징적인 면입니다.”

▶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1차적 목표는 패션 구독 서비스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패션 구독을 전개하는 업체는 우리밖에 없다 보니 성공한다면 어디선가 다양하고 좀 더 진화한 서비스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국내 소비자와 서비스 공급자 모두가 행복한 시장으로 파이가 커졌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2호(2018.12.10 ~ 2018.12.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