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제 1202호 (2018년 12월 12일)

5G 기술, ‘최초’보다 ‘안전’이 먼저다

기사입력 2018.12.14 오후 05:05

[테크놀로지]
-통신망은 국민 생활 바꾸는 ‘기간 기술’…철저한 보안 없다면 무용지물 되고 말 것

5G 기술, ‘최초’보다 ‘안전’이 먼저다


[한경비즈니스=정동훈 광운대 교수] 한국 통신 역사에 부끄러운 사건으로 남을 KT 아현지사 화재가 11월 24일 발생했다.

통신사의 작은 화재가 국가 재난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이유는 국가 기간 통신망으로 그 영향력이 단지 건물 또는 회사 하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통신망이 접하는 모든 지역의 삶과 경제 등 개인과 사회 전반에 크게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12월 1일 차세대 이동통신인 5세대(5G) 전파 송출을 눈앞에 두고 벌어진 사건이어서 더욱 아쉬움이 컸다.

이번 화재 사건으로 곧 상용화하게 될 5G 시대에 대한 불안과 염려가 커졌다. 5G는 무선 네트워크다. 무선 네트워크는 케이블과 같은 유선을 통하지 않고 무선으로 통신을 이용하는 네트워크를 말한다.

무선 네트워크에는 무선 광대역 통신망(WWAN), 무선 도시 지역망(WMAN), 무선 근거리 통신망(WLAN), 무선 개인 지역망(WPAN)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무선 신호를 이용해 통신을 한다는 점에서 방법상 모두 동일하다.

◆‘지연시간 0.001초’에 걸린 역사   

무선통신의 역사는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1980년대 처음 선보인 1G는 최초의 무선통신으로 아날로그 방식의 음성 통화 위주 통신 기술이다.

최초로 모바일 음성 서비스를 상용화한 기술로 의미가 있지만 품질은 유선전화보다 현저히 떨어졌고 서비스 비용도 높았다. 1GB 동영상 한 편을 다운로드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1990년대의 2G는 디지털 방식으로 음성에 더해 문자까지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2G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1G가 가진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2G의 성공적인 확산은 3G 기술 개발을 촉진했다. 2000년대 들어 3G 통신이 일반화되면서 드디어 영상통화가 가능해졌다. 비로소 화상통화, 동영상 스트리밍, 인터넷 전화(VoIP)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3G 기술은 유선 인터넷 환경과 비교하면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유선 초고속 인터넷(VDSL)이나 광케이블 망(FTTH)이 가진 속도인 20~100Mbps에 비하면 그 속도가 10분의 1에서 50분의 1 수준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1GB 동영상 한 편을 다운로드하기 위해서는 2~7일을 기다려야 하는 인내력이 필요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이라고 부르는 4G는 효율적인 전송 방식(100Mb/s/Hz)과 넓은 대역폭(20MHz 이상) 그리고 확장성을 제공해 3G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게 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4G 서비스를 위해 정지 중에는 최소한 1Gbps, 이동 중에는 100Mbps의 속도를 내야 한다는 기준을 정했다. 실제로 1GB 동영상 한 편을 다운로드하기 위해서는 빠르면 10초, 늦어도 1분만 기다리면 된다.

5G는 ITU에서 채택한 ‘5세대 이동통신’이라는 뜻으로, 공식 명칭은 ‘IMT(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s)-2020’이다. 5G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0Gbps, 최저 다운로드 속도는 100Mbps인 이동통신 기술로 1㎢ 반경 안의 100만 개 기기에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5G에서는 데이터 송수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시간이 1ms(1000분의 1초)에 불과하고 시속 500km의 이동속도를 보장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KTX의 최고 속도가 시속 300km이니 KTX에서도 5G 통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5G의 특징은 단지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IoT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다수의 기기를 동시에 사용해도 지연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빠른 교통수단에서도 안정성을 가져야 한다.

5G를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아이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무인 자동차가 거리를 다니다 보면 통신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LTE는 지연시간이 0.04초 정도인데 비해 5G는 지연시간이 0.001초에 불과하다.

즉 시속 100km로 달릴 때 LTE는 110.8cm를 더 가는 반면 5G에서는 불과 2.7cm만 더 간다. 40배의 속도 차이가 갖고 오는 안전도의 차이는 사고 때 생명을 좌우하기에 충분하다.

참고로 이번 화재 사건으로 무인 자동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무인 자동차는 통신뿐만 아니라 카메라·레이더(Radar)·라이다(LiDAR)의 등 센서를 함께 사용해 상호 보완하며 운행하기 때문에 생각처럼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5G는 끊김 없이 많은 기기를 연결할 수 있고 현재보다 데이터 양이 4배 이상 많은 초고화질 영화도 단 0.5초 만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또한 지연 속도가 낮기 때문에 자율주행이나 원격의료 등 무지연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기반이 된다.

물론 이와 같은 결과는 외부 환경이 완벽히 차단돼 있는 실험실 상황에서 산출 가능한 조건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외 변인이 작용하는 실생활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설령 그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네트워크 환경이 올 것이라는 점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동안 한국은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를 위해 차근차근 로드맵을 밟아 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 6월 시행한 5G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에서 총 낙찰가 3조6183억원으로 경매를 종료함으로써 상용화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또 올 2월 치러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 중계를 위해 세계 최초로 5G 시범망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 5G 시장 선점을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을 준비해 왔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대부분의 기술은 5G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통신사인 AT&T는 2018년 텍사스 주 댈러스·웨이코·애틀랜타 등 3개 도시에서 5G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국은 2019년 3월 전국에서 사용 가능한 5G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2022년까지 전국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중국과 일본은 2020년에 5G를 상용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5G 기술, ‘최초’보다 ‘안전’이 먼저다


5G, 신기루 되지 않으려면

5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가 간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는 이유는 5G가 갖는 가치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만 봐도 2023년에 자그마치 약 1경3000억원(12조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누가 먼저 상용화를 시작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5G는 전체 사회 시스템의 신경망 역할을 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모든 사람과 사물을 연결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것이고 사회 혁신을 촉진할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초고용량의 정보를 초고속으로 그것도 지체 없이 초연결을 보장하기 때문에 새로운 융합 서비스가 나타날 것이다.

자율주행차와 원격의료, 무인 감시와 제어 시스템, 가상현실(VR)과 같은 실감 미디어, 스마트 공장이나 스마트 시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그리고 클라우드 등의 기술과 연계한 서비스가 그 예다.

이에 따라 국가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5G 기술은 중국이 미국보다 앞서 있다고 대체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미국의 중국 견제가 유독 심하다.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중국의 통신 장비 업체인 ZTE에 대한 제재 조치를 이미 실행했고 화웨이가 미국 내에서 스파이 활동을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조사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하의 미국통신정보관리청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이유로 차이나모바일의 미국 통신 시장 진입을 차단했다. 심지어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국가 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5G 통신망을 국유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정도로 5G 시장 선점을 위한 전 세계의 경쟁은 말 그대로 전쟁을 방불케 한다.

5G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5G는 4차 산업혁명을 가져오는 근간이고 모든 서비스의 핵심 기반이다. 증기기관과 전기가 1, 2차 산업혁명을 가져 온 핵심 인프라였다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는 바로 5G다.

스마트 시티, 자율자동차, 가상현실 등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의 혁신 기술은 모두 5G를 전제로 한다. 5G 없이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신기루다.

이번 화재 사건은 5G 시대로 들어가는 어귀에서 중요한 교훈을 던져준다. 세계 최초라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가 기간망에 대한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이다. 안전을 도외시한 채 5G 시대에 진입했을 경우 발생할 사건의 영향력은 이번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는 점에서 근심과 걱정은 더 크다.

지난 10월 풍등 불씨 하나로 불탄 고양시 기름 탱크 화재나 이번 화재 모두 어이없는 관리 부재로 발생한 사건이었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인 5G에 구태의연한 안전 불감증이 동시에 존재한다면 이와 유사한 사건은 언제든지 또 발생될 것이다.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라는 목표 달성과 함께 안전과 보안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2호(2018.12.10 ~ 2018.12.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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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12-14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