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모바일 시대의 멀티태스킹 트렌드가 이유…‘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커지며 수요 폭발
오디오, IT업계의 새로운 화두
[한경비즈니스=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디스플레이는 정보기술(IT)업계의 가장 중요한 분야로 손꼽힌다. 무엇보다 디스플레이는 콘텐츠 소비를 위한 가장 중요한 부품으로, 스마트폰 등 IT 산업의 급성장에 따라 디스플레이도 꾸준히 발전했다. 많은 IT 기업들은 현실과 더욱 가까운 화질 구현, 3차원 입체 이미지 등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을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IT업계에서는 ‘오디오’가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많은 업체들이 최신 오디오 기술을 탑재한 제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오디오 기술이 제품의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고 오디오 사양을 제품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꼽는 소비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멀티태스킹 시대 필수품…오디오 콘텐츠도 주목

오디오가 관심을 받게 된 주된 요인은 바로 모바일 시대의 멀티태스킹 트렌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은 일상생활 중 다양한 형태로 멀티태스킹을 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하고 TV를 보면서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수시로 확인한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만으로는 멀티태스킹 활동이 어렵다. 다양한 정보를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확인하기 어렵고 집중력도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디스플레이에 몰입하면 다른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보행 중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느라 다른 이들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스몸비’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정도다.

반면 오디오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정보와 흥밋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멀티태스킹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오디오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집안일을 하거나 운동에 몰두하면서 오디오를 청취하는 모습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이 됐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오디오 콘텐츠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음악과 라디오 외 오디오 북 등 새로운 콘텐츠가 주목 받고 있다. 그동안 전자책에 밀려 인기를 끌지 못했던 오디오 북 시장은 해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출판사인 펭귄랜덤하우스는 모든 신간 서적을 오디오 북으로 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출판사들 역시 비슷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 유통을 촉진하는 플랫폼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2006년 설립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스포티파이는 유수의 대기업에 버금가는 신흥 IT 플랫폼 강자로 떠올랐다. 애플·아마존·구글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 다수 기업들도 오디오 콘텐츠와 플랫폼 출시 등 오디오 서비스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음질에 대한 인식 변화도 오디오 시장 성장의 핵심 요인이다. MP3 기술의 등장으로 디지털 음원 시대가 열리면서 오디오는 쉽고 편리하게 즐겨야 한다는 이동성이 강조된 반면 음질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음질 오디오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음질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소리는 기기마다 큰 차이가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아주 미묘한 음질 차이에도 만족감을 느낀다는 고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원음처럼 생생한 소리를 듣고 싶은 수요가 늘면서 기업들의 오디오 기술 연구도 본격화되고 있다. 오디오 전문 기업들은 고음질 오디오 기술 개발로 제품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에는 고가 장비에만 탑재됐던 고급 음향 기술이 대중적인 기기에도 적용되는 등 오디오의 수준 향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근거리에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블루투스 기술이 확대되면서 고음질 오디오를 무선으로 전송하는 제품 역시 많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첨단 오디오 기술은 TV와 스마트폰은 물론 다른 기기에 적용될 여지도 크다. 오늘날 많은 IT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자동차는 오디오의 중요성이 커지는 대표적 분야다. 운전 중에는 오디오 콘텐츠 이용이 활발하다. 특히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확산으로 음성 명령 등 오디오 기반 첨단 기능도 등장하고 있다. 이전에는 최고급 자동차에서만 볼 수 있었던 명품 오디오 기술이 대중 자동차에도 탑재되고 있고 자동차 구매 시 오디오 성능을 비중 있게 고려한다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스피커의 등장은 오디오 기술 경쟁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마존이 최초의 AI 스피커 ‘에코’를 출시한 후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비슷한 제품을 선보이면서 AI 스피커는 주요 IT 기기로 부상하고 있다.

AI 스피커가 사용자의 명령을 알아듣고 처리 결과를 출력하는 수단이 바로 오디오이기 때문에 AI 스피커에 적합한 오디오 기술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AI 스피커는 기존 오디오 시스템처럼 고정되는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시끄러운 곳에서도 사람들의 음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주변 소음에 맞춰 출력을 조절하는 등 신개념 오디오 기술도 등장할 수 있다.
오디오, IT업계의 새로운 화두
IT 기업, 고사양 오디오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

IT업계 전반에 걸쳐 오디오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오디오 기술 확보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련 하드웨어와 서비스 스타트업의 등장도 눈에 띈다. 특히 기존에는 오디오와 큰 관련이 없었던 기업들도 오디오 관련 역량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신 IT 트렌드를 선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오디오의 가치가 강조되고 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즐기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고 고사양의 이어폰과 스피커 등 오디오 관련 주변 기기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특히 고음질 오디오는 소비자의 스마트폰 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프리미엄 이미지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최신 오디오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자체 기술 개발은 물론 오디오 전문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더욱 생생한 소리를 재생할 수 있는 스마트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IT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에서도 오디오는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현재 VR·AR은 주로 시각 효과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향후 사용 저변이 확대될수록 청각 등 인간의 감각 전반에 걸쳐 생생한 체험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래 VR·AR 시대에는 오디오 기술을 활용해 가상 세계의 실감도와 몰입감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오디오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연구·개발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단지 소리를 녹음하고 출력하는 기능에 더해 빅데이터·AI 등 각종 IT가 융합되면서 실제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구현하거나 혹은 현실에 없는 새로운 음성을 구현하는 오디오 기술도 등장할 수 있다.

또한 오디오 관련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은 오디오 콘텐츠 시장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새로운 오디오 기술을 활용한 고사양의 콘텐츠는 더욱 많은 사람들의 오디오 콘텐츠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 게다가 기존의 텍스트·이미지 등 다른 유형의 콘텐츠와 오디오가 결합하는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 출시도 더욱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에도 오디오 시장은 IT업계의 주요 격전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IT 기업들 역시 새롭게 부상하는 오디오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오디오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바라고 주요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경쟁 기업과 차별화될 수 있는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LG전자가 미국 뉴욕에서 연 영국 메리디안 오디오의 명품 사운드를 구현하는 포터블 스피커 체험 행사. 미국 뉴욕 ‘내셔널소더스트’에서 지난 6월 2일
데이비드 반더월(왼쪽부터) LG전자 미국법인 마케팅담당 부사장, 팀 알레시 HE제품마케팅담당이 LG 포터블 스피커 체험존에서 사운드를 감상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3호(2018.12.17 ~ 2018.12.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