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LG CNS ‘스마트 스토어’ 시범매장 가보니…LG전자에서 도입한 120개 업무 RPA 지원도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 “어서 오세요. GS25입니다.” LG CNS 소속 직원 A 씨가 편의점 입구에 있는 카메라 렌즈에 눈을 맞추자 매장 문이 열림과 동시에 그를 환영하는 기계음이 울린다. A 씨는 매장에서 과자와 음료수 몇 개를 집어 셀프 계산대에 올려 둔다. 1초도 안 돼 화면에 A 씨의 상품 내역과 결제 알림이 뜬다. A 씨는 가격을 확인한 후 안면 인식 인증으로 결제를 마친다. 물건을 고른 시간을 제외하면 입장부터 결제까지 불과 10여 초도 걸리지 않았다.
‘보고서 쓰고 진열 상품 관리도’ 생활을 바꾸는 AI·로봇 기술
(사진) LG CNS 직원 A 씨가 GS25 마곡사이언스파크 2호점에 입장하기 위해 얼굴 등록을 하고 있다. 이 스마트 편의점의 출입문은 안면 인식 기술을 통해 개폐된다. /이승재 기자

◆바코드 15초, 이미지 인식으로 1초 만에

서울 강서구에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 단지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는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편의점이 하나 있다. LG CNS 연구동 3층에 자리한 GS25(GS리테일) 마곡사이언스파크 2호점이다.

언뜻 보기에 별다를 것 없는 이 편의점은 입장부터 퇴장까지 일반의 편의점과는 그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의 신기술로 움직이는 스마트 스토어로, 이 기술을 만든 LG CNS의 혁신 실험이 이뤄지는 일종의 테스트베드다.

19.83㎡(6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기술은 다양하다. 안면 인식 기술을 통한 출입문 개폐부터 상품 이미지 인식 방식의 스마트 스캐너, 결품(수량 부족) 분석을 통한 자동 발주 시스템 등 LG CNS의 스마트 스토어 솔루션 기술 테스트가 한창이다.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하는 기술은 안면 인식 기술이다. 매장 문을 열면 남녀노소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일반 편의점과 달리 마곡사이언스파크 2호점의 출입문은 첨단 안면 인식 기술을 통해 개폐된다. 출입문 옆에 있는 안면 인식 카메라를 통해 사전 등록 절차를 마친 이들만 출입할 수 있는데, 지금은 LG CNS 연구소 임직원들만 등록할 수 있다.
‘보고서 쓰고 진열 상품 관리도’ 생활을 바꾸는 AI·로봇 기술
(사진) A 씨가 셀프 결제 테이블에 물건을 올려두자 최첨단 이미지 인식 결제 시스템이 1초 만에 결제 내역을 확인한다./이승재 기자

물건을 고르고 나면 무인 스마트 스토어의 핵심 기술을 보여주는 결제 단계와 마주한다. LG CNS는 이곳에 다른 데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인 이미지 인식 결제 시스템을 심었다. 바코드 스캔을 통해 상품을 한 개씩 결제하는 방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최첨단 이미지 인식 결제 시스템을 통해 한 번에 상품 결제가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고객이 셀프 결제 테이블에 물건을 올려놓으면 스마트 스캐너가 이미지와 무게를 감지해 1초 내에 여러 개의 상품을 한 번에 스캔한다. 고객이 다섯 개의 상품을 골랐다면 기존의 바코드 스캔 방식으로 상품을 차례대로 스캔하므로 약 15초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스마트 스캐너를 이용하면 1초에 스캔이 가능하다. 이후 고객은 안면 인식 인증이나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하면 된다.

이미지 인식 결제 시스템은 고객의 편의성은 물론 LG CNS의 고도화된 기술 발전을 입증하는 사례다. 고객이 셀프 결제 테이블에 물건을 제대로 올려두는 한 이미지 인식률은 100%에 가깝다. 사물이나 데이터를 분류할 때 사용하는 기술인 AI 딥러닝을 통해 학습이 반복될수록 오류가 줄어드는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 CNS의 해당 기술은 세계적 AI 학회인 인공신경망학회(NeurIPS)가 주최한 AI 경진 대회에서 톱5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둘 만큼 우수한 성적을 자랑한다. AI 이미지 분석은 노이즈를 얼마나 판별하는지가 핵심이다. LG CNS의 AI 이미지 분석 기술은 제조 공장에서 불량 여부를 판별하는 비전 검사 영역에 이미 적용돼 기포와 먼지를 정확히 구별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고도화됐다.

LG CNS는 혹시 모를 1%의 오류를 막기 위한 방지책도 세웠다. 상품이 가려져 이미지 인식에 오류가 날 때를 대비해 무게를 감지하는 방식을 추가 적용했다. 스마트 스토어 TF팀의 박재완 하이테크사업부 유통서비스사업담당 책임은 “LG CNS의 AI·빅데이터 기술로 이미지 인식 확률을 높이고 있다”며 “물건이 가려지는 등의 오류를 보완하기 위해 무게를 함께 잼으로써 미인식된 제품이 있다고 알림을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보고서 쓰고 진열 상품 관리도’ 생활을 바꾸는 AI·로봇 기술
(사진) A 씨가 판매대에서 음료수를 꺼내자 판매대에 부착된 센서와 적외선 촬영 장비가 상품 간 진열 거리와 이미지를 인식한다. 원격 점포 관리 시스템인 SEMS를 통해 점포 운영자에게 판매대 상품의 재고 부족 알림이 온다. /이승재 기자

점포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첨단 영상 장비도 동원됐다. 스마트 스토어에서 결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결품 관리다. LG CNS는 상품이 진열된 판매대에 센서와 적외선 촬영 장비를 부착함으로써 상품 간 진열 거리와 이미지를 인식해 점포 운영자에게 판매대 상품이 품절됐다고 알려준다. 점포 근무자는 이를 통해 빠른 보충 진열이 가능해져 점포 매출 기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점포 운영자나 관리자는 LG CNS의 원격 점포 관리 시스템인 SEMS(Smart Energe Management System)를 통해 알림을 받는다. SEMS는 ‘상품의 수량이 부족하다’거나 ‘매장에 이상 움직임이 발생했다’는 등의 현황 알림 외에도 점포의 온도·습도·조명 등의 에너지 관리를 자동으로 제어하고 전자 장비의 이상 유무를 즉시 파악해 관제본부에 알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LG CNS는 고객사와 의논해 연말까지 총 13가지의 신기술을 실증, 보완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 초에는 스마트 스토어 매장이 확대될 것에 대비해 LG CNS의 멀티 클라우드 기반의 AI 결합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DAP(Data Analytics & AI Platform)를 활용할 계획이다.

LG CNS의 스마트 스토어 대상에는 편의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백화점·프랜차이즈 전문점 등 다수의 유통 채널이 포함된다. 박재완 책임은 “향후 클라우드와 DAP를 결합할 예정"이라며, "어느 매장에서라도 클라우드만 접속하면 이 솔루션을 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LG CNS의 기술을 도입해 스마트 스토어를 실험 중인 고객사 GS리테일 역시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스마트 스토어 솔루션 기술의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고객의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한편 점포 근무자는 상품 스캔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지므로 보다 적극적인 서비스 응대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RPA로 단순 노동량 90여 일 치 절감

LG CNS의 기술은 유통 혁신뿐만 아니라 근무 환경에도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소프트웨어 로봇이 업무 프로세스를 수행하도록 하는 자동화 기술인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통해서다. RPA는 단순 반복적이며 예외적인 사례가 많지 않은 업무에 적합한데,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도 대상으로 한다.

특히 데이터 입력에 많이 사용되는 엑셀이나 각 기업 사내 시스템에 효과적이다. 송장 입력과 정산 등 단순 노동이 대표적인 예다.

LG전자도 올해 초 영업·마케팅·구매·회계·인사 등 12개 직군 총 120개 업무에 LG CNS의 RPA 기술을 도입하면서 송장 입력과 정산 등 단순노동에 들어가는 시간을 대폭 줄였다. 기존에는 직원이 계산서를 일일이 입력해야 할 일을 이제 소프트웨어 로봇을 통해 계약서의 정보를 조회해 자동으로 대조해 검증한다.

대기업에서는 대개 하루 평균 1000건 이상의 계산서(인보이스)가 발행된다. 상품명과 거래 상태 등 관련 정보를 확인하는 데만 건당 10초 이상이 소요된다. 하지만 RPA를 도입하면 해당 업무에 드는 시간을 기존보다 98% 정도 줄일 수 있다. 하루에 최소 3시간의 업무 시간이 절약되는 셈이다. 연간 법정 노동시간으로 따지면 90여 일 치의 노동량이다.

이 RPA는 또 각 법인에서 메일로 보낸 매출 실적과 사내 시스템에서 내려 받은 환율 등의 정보를 적용해 보고서 형식으로 리포트를 작성한다. 이후 담당자에게 메일을 발송하거나 거래처 시스템에 접속해 매장별 판매 정보를 집계한 후 회사 시스템에 자동 입력한다.

LG전자 측에 따르면 이른바 ‘보고서 쓰는 로봇’ 소프트웨어의 업무량은 사람의 업무 처리 기준으로 월 3000시간 이상이다. LG전자는 올해 말까지 100개 이상 업무에 RPA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LG CNS 또한 자사의 인사 시스템에 RP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RPA에 AI 기술을 더해 이력서를 분류하는 역할은 LG CNS의 AI·빅데이터 플랫폼인 DAP가, 이를 단순 입력하는 작업은 RPA가 담당하는 식이다.

단순노동을 넘어 상품 기획부터

생산·물류까지 제조 전 과정에 최신 IT를 적용해 공장 지능화를 꾀한 스마트 공장 플랫폼 ‘팩토바(FACTOVA)’도 LG CNS의 작품이다.

팩토바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제조 공정 일부분의 첨단화가 아닌 상품 기획부터 생산 라인, 물류까지 제품을 만드는 전 과정에 걸쳐 AI·빅데이터·IoT 등의 기술이 적용돼 공장 지능화를 구현한 것이다.

상품 기획 단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시장조사, 제품 스펙 설정, 설계, 시제품 제작 등으로 통상 6개월 이상 걸렸다면 팩토바는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시장 분석과 설계 자동화 시스템, 가상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기획 기간을 2~3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

이에 더해 AI·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DAP의 딥러닝을 통해 품질 검사의 정확도를 99.7%까지 개선하는 등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현재 LG전자 북미 세탁기 공장, LG디스플레이 OLED 공장, LG화학 폴란드 전지 공장 등 LG 계열사 신규 공장에 우선적으로 팩토바를 도입했고 기존 공장에도 순차적으로 지능화 적용을 확산할 계획이다.

공간을 더욱 확장해 스마트 시티에서도 LG CNS의 기술이 쓰인다. LG CNS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의 스마트 시티 전략 과제인 세종 5-1생활권국가시범도시 기본 구상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올 4월 제주 스마트 시티 실증 단지 특화 전략 수립 프로젝트를, 올 5월에는 해남 솔라시도 스마트 시티 마스터플랜 사업을 수주하며 스마트 시티 모델을 그려 나가고 있다.

LG CNS의 스마트 시티 모델은 IoT 플랫폼인 ‘인피오티’와 AI·빅데이터 플랫폼인 DAP를 탑재해 도시 전 영역에서 통합 관제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LG CNS는 향후 AI·빅데이터·RPA·IoT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을 통해 우리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LG CNS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고객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 형태로 제공해 비즈니스의 효율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플랫폼·솔루션 기반의 사업 모델까지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보고서 쓰고 진열 상품 관리도’ 생활을 바꾸는 AI·로봇 기술

◆LG CNS의 핵심 기술 7


LG CNS는 미래 정보기술(IT)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 △스마트 팩토리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시티 △로봇 서비스 △스마트 에너지 등 7개 신기술 분야의 플랫폼·솔루션 전략 브랜드를 론칭하고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을 브랜드화함으로써 각 플랫폼과 솔루션에 차별성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디에이피(DAP)

멀티 클라우드 기반의 AI 결합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이다. 고객이 원하는 형태의 클라우드상에서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시각화까지 일련의 빅데이터 처리와 분석이 가능하고 AI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 개발 환경도 제공한다.

-팩토바(Factova)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으로 ‘공장(factory)에 가치(value)를 더한다’는 뜻을 담았다.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해 공장을 자동화에서 지능화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LG 계열사의 제조 역량을 집대성한 통합 플랫폼으로 상품 기획부터 생산과 물류 단계 등 전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

-인피오티(INFioT)

IoT 플랫폼으로 ‘무한하게(infinite) 확장할 수 있는 IoT’이라는 의미가 있다. 각종 IoT 기기로부터 데이터 수집과 저장, 서비스 역할을 수행하고 나아가 AI를 이용한 지능형 분석까지 서비스할 수 있다.

-에너딕트(Enerdict)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으로 ‘에너지(energy)의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한다(predict)’는 의미다.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을 구축하고 AI·빅데이터 기술을 결합해 최적의 에너지 효율과 한 차원 높은 에너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나체인(Monachain)

모나리자와 블록체인의 합성어다. 과학·철학·예술 등 다방면에서 업적을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역작 '모나리자'처럼 공공·금융·통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선도적 입지를 굳히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디지털 인증, 디지털 커뮤니티 화폐, 디지털 공급망 관리 등 3대 핵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롯(Orott)

로봇 서비스 플랫폼으로 ‘모자람 없이 온전한(오롯이) 기술(technology)’이란 의미가 있다.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 기업의 기존 IT 시스템과 연동해 안내·청소·경비 등 다양한 종류의 로봇을 관제하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시티허브(Cityhub)

스마트 시티 플랫폼으로 ‘도시(city)의 중심(hub)’ 역할을 한다. LG CNS의 IoT 플랫폼 ‘인피오티’와 AI·빅데이터 플랫폼 ‘DAP’를 탑재해 도시 전 영역의 데이터를 모으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스마트 시티에서 중추적인 통합 관제가 가능하다.

poof34@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4호(2018.12.24 ~ 2018.12.3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