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미국 경기 침체 확률 낮고 중국은 2분기 저점…아시아에서 새 투자 기회 찾아야
어두워 보이는 경제 전망…그래도 ‘봄’은 온다
[한경비즈니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전략가,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작년 이맘때와 달리 2019년 경제와 투자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적이지 않다.

중국과 유럽 경제에 이어 최근 미국 경제마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는 빠르게 축소되며 미래의 어두운 경제를 암시하는 중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 주식시장을 주도했던 미국의 대형 기술주들 역시 비용 상승과 보안 문제로 주도력을 상실했다. 미·중 양국은 G20에서의 만찬을 통해 무역 분쟁을 봉합하는 듯했지만 자국의 주장만 내세운 서로 다른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자산 배분 전략 역시 한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중이다. 주식 비중 축소와 현금 확보, 달러·원화 장기 채권 투자 확대는 모두가 동의하는 전략이 됐다. 이러한 흐름은 달러 강세와 무역 분쟁의 부정적 영향이 극대화되는 2019년 1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어려운 투자 환경 가운데에서도 투자의 기회는 존재한다. 몇 가지 기회 요인들을 살펴보자.

◆엇갈리는 미국 경제의 장·단기 흐름

첫째, 오랜만에 미국 경제의 장·단기 경기 흐름이 엇갈린다. 금융 위기 이후 11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 경제의 장기 상승 국면은 2019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가 침체에 빠지기 위해서는 과잉 부채와 대출, 과잉 투자와 소비, 과잉 재고 등이 쌓여야 한다. 현재 미국 경제는 그런 조짐이 별로 없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경기 침체(recession)’는 실질성장률(GDP)이 전기 대비 두 분기 이상 연속해 감소한 것을 의미한다. 과거 경기 침체 직전 전년 대비 10~15%씩 증가하던 미국 상업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아직 3%대에 머무르고 있고 가계는 금융 위기 이후 부채를 지속적으로 줄여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침체를 논하기는 너무 이르다. 뉴욕 등 지역 연방은행들이 추정하는 1년 뒤의 경기 침체 확률도 약 15% 수준으로 여전히 낮다.

다만 금융 투자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장기 사이클보다 잠재성장률을 중심으로 경제가 올라가고 있는지(경기 확장 국면) 또는 내려가고 있는지(경기 수축 국면)를 판단하는 1년 반~2년 주기의 단기 사이클이 중요한데, 미국 경제의 경기 확장 국면은 2017년 1분기를 저점으로 올라가기 시작해 2018년 4분기에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내년부터 미국 경제는 감속 성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의미다.
어두워 보이는 경제 전망…그래도 ‘봄’은 온다
적어도 감속 성장이 시작되는 2019년 상반기 중에는 지난 2년간의 경기 확장 국면에서 전 세계 증시를 이끌었던 미국 주식과 대형 기술주의 주도력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매출 비율이 각각 50%, 80%가 넘는 미국 정보기술(IT)과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달러 강세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2019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도 현재 약 10%에서 1분기에는 2~3%까지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경제성장의 추세는 꺾이지 않았지만 속도가 줄어드는 만큼 지금처럼 분기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패턴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중앙은행(Fed)은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통해 수익률 곡선 역전을 방어하고 경기 상승 국면을 장기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자연실업률 등 불확실한 경제지표 추정치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1960~1980년대와 달리 조심스러웠던 1990년대의 Fed를 추구할 것”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자연실업률·잠재성장률·중립금리 등이 모두 불확실한 ‘추정치’인 만큼 확실한 인플레 조짐이 보일 때까지 금리 인상을 조심스러운 속도로 해나가겠다는 의미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중립금리 추정치의 하단인 2.50%까지 올려놓은 만큼 내년부터 Fed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5년 동안 Fed는 강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안정을 기반으로 단 한 차례 금리 인상에 그치는 등 조심스러운 통화정책을 선보였다. 그 결과 경기 상승 국면과 주가 상승이 장기화되고 미국의 수익률곡선(10년-2년 금리 차)이 역전을 피한 채 4년 동안 평균 0.34%포인트의 좁은 범위에서 오랫동안 유지됐다. 점도표의 하향 조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과 중국 경제의 단기 사이클도 엇갈릴 것

둘째, 내년 2분기 즈음에는 미국과 중국 경제의 단기 사이클도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는 무역 분쟁의 부정적 영향이 집중될 2019년 1분기를 전후해 성장률과 기업 이익 전망 추정치가 가파르게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한 번 더 확대될 위험이 높다.

경기 둔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경제성장률 역시 2019년 상반기에는 6%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2019년 1분기의 위기 상황은 미·중 양국을 의미 있는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긍정적인 결과를 전제로 만나려는 시도와 함께 중국은 구조조정 속도를 늦추고 경기 부양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중국 경제는 2019년 2분기 중 저점을 형성할 전망이다. 중국은 점진적인 금융시장 개방과 위안화 절상 유도 그리고 산업 측면에서 제조업의 전면적인 개방을 현실적인 카드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한국의 주식시장은 무역 분쟁의 부정적 영향을 선반영하면서 혹독한 가격 조정을 겪고 있다. 2019년 상반기까지 성장률과 기업 이익 전망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기 시작한 미국 주식의 하락 폭보다 이미 가격 하락이 대폭 진행된 중국과 한국 주식의 가격 하락 폭이 더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증시 급락이 중국과 한국에 미치는 충격과 변동성은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들의 2019년 EPS가 올해보다 5% 감소한다는 보수적인 가정하에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낮았던 2012년 평균 주가수익률(PER) 8.8배를 적용했을 때 코스피지수는 1970 수준이다.

중국과 한국 주식은 2019년 1분기까지 추가 가격 조정의 위험이 아직 남아 있고 남미와 달리 기업 이익 전망도 여전히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저점에 근접한 중국 경제와 선제적인 가격 조정 그리고 저평가 매력을 감안한다면 지금은 달러 채권과 원화 장기 국채 편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방어하더라도 내년 1분기 말~2분기 초에는 중국과 한국 등 신흥 아시아 주식의 새로운 진입 시점을 모색할 기회를 찾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2019년 1분기 중 한국과 미국의 장기금리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와 주식시장에 부정적 여파들이 집중되면서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채권 투자 자금도 유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부터는 반대로 채권 투자 비율을 조금씩 줄여 나가야 한다.

불황의 한복판에 있는 중국 경제와 감속 성장 초기인 미국 경제의 영향으로 상반기 중에는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증폭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 경제의 견조한 장기 흐름이 확인될 것이고 중국 경제는 2분기에 바닥을 다지는 신호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에 나설 중국 인민은행의 대출금리 인하가 이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고문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KB증권의 투자 의견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4호(2018.12.24 ~ 2018.12.3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