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농심·팔도·삼양식품 견인…‘신라면’은 미국에서도 통해
‘원조 K푸드’ 라면, 사상 최대 수출 기록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원조 K푸드’로 꼽히는 한국 라면 수출이 2018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8년 들어 11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3억8530만 달러(약 4337억원)로, 2017년 전체 수출(3억8100만 달러)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12월 한 달간 수출 물량을 감안하면 총 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라면 수출은 농심·팔도·삼양식품이 주도하고 있다. 농심과 팔도는 해외 현지법인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수출 물량을 크게 뛰어넘는 만큼 2018년 한국 라면의 해외 소비 규모는 수출의 2배 이상인 1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원조 K푸드’ 라면, 사상 최대 수출 기록
◆농심, 미국 라면 시장점유율 3위

농심은 2018년 들어 11월까지 1억62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거뒀다. 국내 전체 라면 수출액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수출 집계에서 제외되는 현지 생산·판매량을 포함하면 농심은 2018년 전년 대비 18% 늘어난 7억6000만 달러의 해외 매출을 거둘 전망이다.

농심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비롯해 중국 상하이·선양 등 총 5개의 해외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일본·호주·베트남 등 모든 해외 법인이 최대 실적을 거뒀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여파로 주춤했던 중국 사업도 23% 정도 성장하면서 신기록 달성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농심은 “정체된 국내 라면 시장의 돌파구는 해외시장에 있다”는 판단 아래 글로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100여 개국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이 해외 매출 성장세를 이끄는 ‘일등 공신’이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에서의 활약이 돋보인다. 월마트 등 미국 핵심 유통 채널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올리고 있다.
‘원조 K푸드’ 라면, 사상 최대 수출 기록
농심은 2017년 미국 전역 월마트 4000여 개 전 점포에 신라면을 공급했다. 코스트코와 크로거 등 현지 대형 마켓으로도 유통 채널을 넓혔다. 농심은 2018년 이들 채널에서 전년 대비 34% 증가한 매출 실적을 거뒀다. 미국 내 핵심 유통 채널과 아시안 마켓의 매출 비율이 2017년까지 5 대 5였다면 2018년에는 6 대 4 정도로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신라면은 또한 미국 국방부와 국회의사당 등 주요 정부 기관 매점에 라면 제품을 최초로 입점했다. 신라면블랙은 미국 시애틀의 무인 매장 아마존 고에서 봉지 라면 중 유일하게 판매되는 제품이다.

농심 관계자는 “2005년 LA 공장을 가동한 이후 10여 년간 서부와 교포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넓혀 왔다면 지금은 동부 대도시를 비롯해 북부 알래스카, 태평양 하와이까지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구축했다”며 “신라면은 한인 사회를 넘어 미국 소비자가 먼저 알고 사가는 글로벌 제품 대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농심은 2019년 미국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다. LA 공장 생산 라인 증설을 통해서다. 최근 새로 구축한 라인은 용기면 전용이다. 성장세인 미국 용기면 시장을 정조준한 전략이다. 농심은 봉지면 2개 라인, 용기면 3개 라인을 갖춘 LA 공장에 용기면 라인을 1개 더 늘렸다.

미국 라면 시장은 연간 12억 달러 수준으로 용기면과 봉지면의 시장 규모가 비슷하다. 전자레인지 식품 조리가 대중화해 간편하게 즐기는 용기면 시장 전망이 특히 밝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농심은 신라면큰사발·신라면블랙사발·육개장사발면·김치사발면 등 용기면 제품 전체를 전자레인지용으로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농심은 또한 저가 정책 일변의 일본 라면 브랜드와 달리 신라면과 신라면블랙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이를 통해 조만간 미국 내 라면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농심은 일본 도요스이산(46%)과 닛신(30%)에 이어 15%의 점유율로 미국 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원조 K푸드’ 라면, 사상 최대 수출 기록
신동엽 농심 미국법인장은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남미 등 다양한 고객층이 신라면을 찾고 있다”며 “체계적 생산·유통 시스템을 바탕으로 수년 안에 미국 시장 1위에 올라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팔도, 러시아 용기면 시장점유율 1위

팔도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핵인싸템(돋보이는 아이템)’으로 통한다. 팔도 러시아 법인의 2018년 매출은 2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락은 팔도가 1986년 출시한 용기면 제품이다. 도시락은 1991년 부산항을 드나들던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에 의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특유의 사각 용기는 원형의 다른 컵라면과 달리 흔들리는 배와 기차 안에서 먹기에 편했다. 칼칼한 맛은 러시아 전통 수프와 비슷했다. 시베리아 지방의 추위를 달래줄 수 있는 먹거리로 인식되면서 현지 소비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팔도는 러시아 시장에 사활을 걸기로 하고 1997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업소를 열었다. 2005년에는 모스크바 인근 라멘스코예시에 용기면 3개 생산 라인과 봉지면 1개 생산 라인을 갖춘 현지법인 ‘코야’를 준공했다. 이후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는 러시아인의 입맛을 고려한 치킨·버섯·새우 등 다양한 맛의 제품을 출시했다. 젓가락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인들이 제품을 보다 편리하게 먹을 수 있도록 용기 안에 포크를 함께 담아 두기도 했다.

도시락은 현재 러시아 용기면 시장점유율 60%의 부동의 1위 제품이 됐다. 러시아인들은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열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는 것을 여행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꼽는다.
‘원조 K푸드’ 라면, 사상 최대 수출 기록
삼양식품의 ‘불닭’ 시리즈도 해외에서 꾸준한 인기다. 삼양식품은 2018년 3분기까지 1542억원의 수출 실적을 거뒀다. 이 가운데 불닭 시리즈가 차지하는 비율이 87.5%(1349억원)에 달한다.

불닭 시리즈는 2016년 하반기부터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유튜브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불닭볶음면을 접한 소비자가 중독성 강한 극한의 매운맛에 호기심을 느끼고 직접 맛보는 관련 영상을 연이어 업로드하면서부터다. 현재 6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2018년 수출 비율은 중화권 46%, 아시아 34%, 미주 11% 등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2018년 하반기 아시아에 편중된 수출 지역 다변화를 위해 영국 1위 유통업체 테스코를 비롯해 아스다와 모리슨 등 대형 마켓에 불닭 시리즈를 입점시키는 등 유럽 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며 “프랑스 현지 맞춤형으로 개발한 용기면 4종은 2019년 초 현지 최대 식료품 업체 중 하나인 모노프릭스 입점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5호(2018.12.31 ~ 2019.01.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