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배민, 기업가치 1조원 돌파…새 성공 신화 나오려면 ‘규제 재정비’ 필수
‘벤처 투자 사상 최대’… 차세대 유니콘을 찾아라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2018년 벤처 투자업계는 활발한 투자 집행으로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 주목할 만한 사건은 한동안 뜸했던 스타트업들의 ‘유니콘’ 등극 소식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2018년 12월 10일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Toss)’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이어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앞세운 ‘우아한형제들’이 유니콘 반열에 들어섰다.
한국 스타트업들의 뛰어난 활약으로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다음 주자를 예상하고 있다. 스타트업 시장의 동향을 되돌아보고 ‘넥스트 유니콘’을 조망해 봤다.


2015년 2월 간편 송금 서비스로 출발한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는 계좌·카드·신용·보험 등 조회 서비스, 입출금계좌·적금·대출 등 뱅킹 서비스, P2P·펀드·해외주식 등 투자 서비스 기능을 더하며 2018년 11월 누적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출시 후 누적 송금액은 28조원에 달했고 매출도 2016년 35억원에서 2018년 예상치 약 56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토스’ 출시 이후 간편 송금의 한 획을 그은 비바리퍼블리카는 이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다.
‘벤처 투자 사상 최대’… 차세대 유니콘을 찾아라
◆토스를 유니콘으로 만든 ‘간편 송금의 힘’

우아한형제들 또한 배달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했다. 배달의민족의 월간 주문 수는 2015년 초 500만 건에서 2018년 7월 2000만 건을 돌파했다.

특히 이들이 2018년 더욱 주목받은 것은 2015년 이후 전무했던 한국 스타트업의 유니콘 등극 소식을 전했다는 점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8년 12월 10일 글로벌 투자사 ‘클라이너퍼킨스’와 ‘리빗캐피털’, 기존 투자사들로부터 총 8000만 달러(약 9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12억 달러(1조3000억원)로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토스는 이번 투자를 포함해 약 2200억원의 누적 투자 금액을 유치했다. 알토스벤처스·베세머벤처파트너스·굿워터캐피털·KTB네트워크·노벨·페이팔·퀄컴벤처스 등 다수의 기존 투자자들도 투자에 참여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8년 12월 21일 힐하우스캐피탈·세콰이어캐피탈·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부터 총 3억2000만 달러(약 3611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3조원으로 인정받았다.

오랜만에 등장한 유니콘에 스타트업계는 들뜨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미국 시장조사 기관 CB인사이트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쿠팡·옐로모바일·L&P코스메틱 등 3사에 불과했다.

세계 유니콘 기업의 절반인 116개사가 미국에서 배출됐고 중국 기업이 64개사, 인도 기업이 10개사인 것에 비하면 양적으로 한참 부족한 숫자다. 하지만 2018년 말 비바리퍼블리카와 우아한형제들이 유니콘 대열에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발표한 ‘2018년 3분기 벤처 투자 동향’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 신규 벤처 투자액은 2조5511억원으로 2017년 연간 최고치였던 2조3803억원을 넘어섰다. 2018년 연말까지 약 3조3000억원의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투자 증가율도 전년 동기 1조7314억원 대비 47.3%로 최근 4년간 연평균 증가율인 13.2%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규제 갈등·차등의결권 해결 ‘주요 과제’

활발한 벤처 투자업계 동향에 대해 중기부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후원하는 벤처 정책과 민간 제안 펀드 도입 등 모태펀드 운영 혁신에 따라 민간의 출자로 결성된 펀드들이 본격적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18년 10월 기준 민간 제안형 펀드는 16개, 8267억원 규모로 조성 중이다.

하지만 좋은 소식만 들려온 것은 아니다. 차량 공유 경제를 대표하는 카풀 산업은 택시업계와의 갈등으로 현재까지 뾰족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 투자업계의 전반적 동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으로는 아쉬웠던 한 해’라고 평가한다.

이혁희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팀 팀장은 “양적 성장은 꾸준히 이뤄졌지만 많은 자금이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돼 펀드 결성과 자금 모집이 쉽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거대 유니콘 기업들이 출연했지만 스타트업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투자시장은 경직돼 있었다”며 “규제 문제를 비롯한 거시경제 상황과 벤처 시장 자체가 호전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다소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유니콘을 만들어 낸 투자자들도 국내가 아닌 해외 투자자들이 주였다.

향후 더 많은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맨 처음 꼽힌 것은 역시 ‘규제’였다. 하지만 스타트업계가 무조건적으로 규제를 없애 달라는 것은 아니다.

정미나 팀장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규제는 만들고 기존 규제는 신규 산업의 흐름에 맞춰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혁희 팀장은 “기존 사업 종사자들을 비롯한 이해관계인들과 지속적인 논의와 조정, 협의를 통해 접점을 만들도록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창업자에게 지분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스타트업은 성장을 위해 외부 자금을 끌어오면 창업자의 의결권이 희석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차등의결권제도를 도입해 기존 사업 구조를 흔들지 말자는 의견이다.

정미나 팀장은 “창업가가 투자자로 나서는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차등의결권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유니콘 기업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1조원)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말한다. 머리에 뿔이 난 전설 속의 동물 ‘유니콘’처럼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뜻을 갖고 있다. 미국의 우버·에어비앤비·스냅챗 등이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이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5호(2018.12.31 ~ 2019.01.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