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19 트렌드, 주방이 사라진다]
-국내 온라인 음식 배달시장 ‘독보적 1위’…2019년 상반기 베트남 진출도
'음식배달에서 푸드테크로'…배민, 공유주방·배달로봇에 투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2014년만 하더라도 이들의 메시지는 “도시는 의미 없는 전단지로 가득해요”로 모아졌다. 하지만 2017년 이 메시지는 “세상은 넓고 맛집은 많은데 왜 꼭 나가서 먹어야 한다는 말인가”로 바뀌었다. 국내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의 독보적인 1위 업체인 우아한형제들에서 운영 중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유튜브 광고 변천사다.

2010년 우아한형제들이 설립될 당시만 해도 ‘배민’이 우리 일상에 가져다줄 변화는 길거리에 넘쳐나던 음식점 광고 전단지를 대신해 주는 것이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배민이 추구하는 변화는 보다 근본적이다.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봉진 대표가 굳이 우아한형제들의 정체성에 대해 ‘푸드테크’라는 용어를 강조하는 것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배달 음식 한계 없앴다

최근 배민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배민을 통한 연간 음식 거래액, 즉 배민을 활용함으로써 창출된 전국의 음식점 총매출액은 2015년 약 2조원에서 2018년 약 5조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최근 몇 년간 매출 성장세도 놀랍다. 지속적으로 해마다 전년 대비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그중 2017년 매출이 1626억원으로 전년인 2016년 849억원 대비 100%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2010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의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사업 초창기에 자영업자들의 몫을 수수료로 가져간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2015년 8월 과감하게 ‘수수료 0%’ 정책을 선언한다. 당시 우아한형제들의 매출 30%에 해당하는 수익 모델을 포기한 셈이다. 다소 무모한 듯 보였지만 당장의 수익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큰 그림’을 선택한 김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이를 계기로 배민은 국내 온라인 배달 앱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 성장했다.
'음식배달에서 푸드테크로'…배민, 공유주방·배달로봇에 투자
현재 배민은 월평균 800만 명의 사용자가 2700만 건의 음식을 주문하는 국내 최대 배달 플랫폼이다. 2015년 초 월평균 300만 명의 사용자가 월평균 500만 건의 음식을 주문하던 것과 비교하면 사용자 수와 음식 주문 건수 모두 3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음식점들도 배민이 과거 전단지, 상가 책자 등과 비교해 훨씬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배민이 지금과 같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데는 2015년 출시한 ‘배민라이더스’의 역할이 컸다. 피자와 치킨 등으로 국한됐던 배달 음식의 한계를 부수고 당시까지만 해도 배달 음식으로는 주문하기 힘들었던 스테이크와 스시 등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무엇보다 배민라이더스에서 직접 배달까지 담당하는 시스템은 음식점들도 환영할 만했다. 따로 배달원 등을 고용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며 부수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2016년 강남구·강서구 등 서울 시내 4곳에 배민키친을 오픈해 운영 중이다. 배민이 유명 맛집들에 조리 공간을 제공하고 조리가 완료되면 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공유 주방’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2017년에는 식업 자영업자에게 배달 용품과 식자재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배민상회’와 함께 음식점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매출 증대를 위한 장사 노하우를 전하는 무료 교육 프로그램 ‘배민아카데미’도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배민의 영역 확장은 우아한형제들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을 분명하게 나타낸다. 단순한 ‘음식 배달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일상, 특히 배달 서비스를 통한 식생활’ 자체를 바꿔 놓겠다는 야심이다. 이는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스타트업계의 ‘큰손’들이 지금까지 배민의 성장세보다 ‘향후의 성장 잠재력’을 더 높이 평가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배달 회사가 ‘로봇 개발’에 뛰어든 이유

우아한형제들은 2018년 6월 배민의 또 다른 유튜브 광고를 공개했다. 2022년 서울, 자율주행 로봇이 길거리를 활보하며 음식 배달은 물론 이런저런 심부름까지 척척 해낸다. 그 뒤로 ‘우리는 편리한 일상을 배달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다.

우아한형제들은 향후 ‘푸드테크’ 기업으로서의 포부를 실현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주요 사업은 크게 세 가지다. 베트남 진출을 시작으로 한 ‘글로벌 사업’, 자율주행 배달 로봇 개발을 비롯한 ‘미래 사업’, 자영업자 토털 솔루션 제공 등 ‘음식점 IT 지원’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자율주행 배달 로봇 개발’이다. 배민은 2017년부터 자율주행 배달 로봇 개발을 본격화했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등의 최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자체 연구 조직을 갖추고 있을 정도다. 2018년 4월 미국 서빙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22억원(2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음식배달에서 푸드테크로'…배민, 공유주방·배달로봇에 투자
그 결과 2018년 9월 베어로보틱스에서 개발한 푸드 코트 서빙 자율주행 로봇 ‘딜리’를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피자헛과 같은 음식점 매장 내부에서 음식을 서빙하는 데 시범 적용된 단계다. 하지만 자율주행 배달 로봇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점이나 마찬가지다. 2018년 12월 11일 우아한형제들은 현대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인 현대무벡스와 손잡고 건물 안에서 로봇을 활용해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추진하기로 했다. 궁극적으로는 현재 사람이 하는 배달 업무 전반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자율주행 로봇 기술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베트남 시장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2019년 상반기 중 베트남 현지에 앱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기획·운영·개발·디자인·마케팅 등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된 10명 이상의 베트남 사업팀이 호찌민시에 마련한 사무실에 상주하며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2019년 서비스 출시와 함께 이용자 확보를 위한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음식 업종 소상공인에게 매출 관리와 고객 관리 등 ‘자영업자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2019년의 주요 사업 목표 중 하나로 설정됐다. 최신 IT의 혜택을 일반 소비자 고객뿐만 아니라 음식점 업주에게도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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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5호(2018.12.31 ~ 2019.01.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