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
[옥우석의 경제돋보기] 대학 교육의 핵심은 ‘실무’ 아닌 ‘창조성’
[옥우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수요에 부합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대학 교육의 핵심적인 책무이지만 대학이 그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들이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 수요와 관련해 대학 교육에 대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대학이 지나치게 현실에 동떨어진 학문에만 치중해 기업들이 즉각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들을 육성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다른 하나는 대학 학과 편제의 경직성으로 인해 전공별 정원이 사회 수요 변화에 적절하게 조정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전자의 비판에 대해 대학 교육 정책 당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대표적인 시도는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 기업 주문식 교육과정 등이다. 대학 교육과정에서 기업의 요구를 더 많이 반영하고 이를 채용과 연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성균관대의 반도체시스템공학과·삼성과의 협력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후자의 비판에서는 이제까지 정책 당국은 재정 지원 사업을 지렛대로 활용해 학과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몇 년 전 도입됐던 산학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대학들은 인문사회계열의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정원을 늘리는 구조조정을 약속해야만 했다.

채용 조건형 계약 학과로 대표되는 학문과 실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시도는 상당한 성공 사례를 창출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과 상위권 명문 대학이 연계한 이러한 산학 협력형 교육과정이 얼마나 일반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특정 기업이 특정한 부문에 대해 요구하는 숙련과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취업 이후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술적 환경에 적응하면서 경력을 쌓아 나가는 데 필요한 소양이 반드시 일치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은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겠지만 대학 교육의 목표는 졸업생들이 변화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대학과 기업의 협력은 적극 권장돼야 하겠지만 두 조직의 근본적인 목표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사회 수요 변화에 따라 전공별 정원 조정을 유도하는 정책은 그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별 대학에서 학과별 정원 조정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은 지난한 과정이라는 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현시점에서 단행된 구조조정이 미래 사회 수요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간단한 산수면 충분하다. 남학생들을 기준으로 군 입대까지 고려하면 입학 후 졸업까지 최소 6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평균적으로 7~8년 후에나 사회에 진출한다. 지금과 같이 기술의 변화가 큰 시기에 7~8년 후의 사회 수요를 그 누가 예측할 수 있을까.

스티브 잡스는 “창조성은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점들을 연결하는 것은 미래를 보는 것을 통해서는 이룰 수 없고 과거를 봐야만 이룰 수 있다”고도 했다. 대학 교육에서도 이와 같이 접근하는 것이 어떨까. 현재에 없는 완벽하게 새로운 제도를 자꾸만 만들기보다 대학을 플랫폼으로 다양한 교과 또는 비교과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교육과 기업이 서로 만나고 이해하게 하는 것, 새로운 전공을 만들고 정원을 조정하기 전에 학과보다 훨씬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는 다양한 연계 과정을 개설해 학생들로 하여금 더 많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인문학을 줄이고 이공계를 늘리기보다 인문학도가 공학을 만나게 하고 공학도가 인문학을 만나게 하도록 하는 것, 이런 것들이 향후 대학 교육 정책의 큰 방향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5호(2018.12.31 ~ 2019.01.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