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외부 인사 늘려 경쟁시킬 것”이란 조용병 회장 발언에 “‘원 신한’ 정신 해치는 격” 반발
신한금융 쇄신 인사에 내부 불만 ‘솔솔’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최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외부 인사를 요직에 등용하는 등 인적 쇄신에 나선 가운데 이에 대한 내부 불만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금융계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은행 위주의 순혈주의 전통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선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결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는 2018년 12월 21일 자회사경영위원회를 열고 11개 자회사 중 7개 자회사의 CEO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핵심 자회사인 신한은행 행장에는 진옥동 신한금융 부사장이 추천됐다. 신한금융투자 사장엔 동양증권 출신인 김병철 신한금융 부사장, 신한생명 사장엔 알리안츠생명 사장을 지낸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추천됐다.

신한금융은 또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에 이창구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캐피탈 사장에 허영택 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장, 신한아이타스 사장에 최병화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신용정보 사장에 이기준 신한은행 부행장을 내정했다.

신한금융 내에선 KB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이 이번 인사의 결정적 배경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신한은 2017년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KB에 내준 데 이어 2018년 9월까지 순이익도 KB에 크게 못 미쳤다. 최근 검찰 수사 등으로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대대적 인적 쇄신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조 회장은 인사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은행원 DNA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외부에서 데려다 써야 한다”고 외부 인사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조 회장은 ‘앞으로도 외부 인사 수혈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끊임없이 늘려 내부 인사와 경쟁시킬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를 두고 신한은행 한쪽에선 조 회장의 순혈 타파 실험이 ‘원 신한’의 정신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뿌리는 신한은행인 만큼 은행 출신이 중용되지 못하면 ‘원 신한’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선 사상 최대 이익에다 서울시금고를 따낸 위성호 신한은행장을 경질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경질에 불만 표출

이와 관련해 위 행장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해 주목된다. 위 행장은 2018년 12월 26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신한금융은 5개 주요 자회사 CEO를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이번에 회장 후보군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고 말했다.

그는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가 인사를 확정하기 전날인 2018년 12월 20일까지 조 회장과 임원 인사에 대해 좋은 분위기에서 논의하고 있었다”며 “자경위가 끝나고 통보를 받아 당황스럽다”고 강조했다.

위 행장은 “대부분의 임기가 3개월이나 남았는데 은행장 교체 인사를 낸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신한 내부의 갈등으로 비치는 언사는 자제하겠다며 조심스러운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위 행장은 “여러 가지 할 말은 많지만 조직 안정을 위해 말을 아끼고 싶다”며 “임기인 2019년 3월 말까지 은행장 업무를 보면서 인수인계를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계는 위 행장이 1년 뒤 신한금융 회장에 도전할 의사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한 만큼 향후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위 행장은 “앞으로 시간이 있는 만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 행장이 언급한 기회에 대해 금융계는 신한금융 회장에 도전할 기회로 보고 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5호(2018.12.31 ~ 2019.01.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