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19 트렌드, 주방이 사라진다]
-윤현준 우아한형제들 미래사업부문 부사장…“배달 로봇 상용화로 물류비용 절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동네 음식점의 전단지를 모아 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인 줄 알았는데 전에는 배달되지 않던 맛집 음식을 배달해 준다. 배달은 2인분 이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1인분 배달’이라는 신시장을 열기도 했다. 배달만 해주는 줄 알았더니 맛집들이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공유 주방까지 갖췄다. 분명히 배달 회사인데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을 연구하고 심지어 로봇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따로따로 보면 ‘도대체 뭐하는 회사인가’ 싶지만 각각의 점들을 하나로 연결하면 이들의 지향점이 뚜렷해진다. 주방이 사라지는 미래,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윤현준 우아한형제들 미래사업부문 부사장(COO)에게서 그 힌트를 들었다.
“'배민' 월 방문자 800만명, 하지만 아직 정점 멀었죠”

-UBS에서 최근 ‘주방이 사라진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방이 사라지기’까지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인구 변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그에 따른 고객 트렌드의 변화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장을 봐 와서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일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요. 외식이나 배달 주문 등을 통해 다른 이가 만들어 제공하는 음식을 더 많이 즐기게 될 것입니다.”

-직접 요리를 해 먹는 대신 ‘배달 음식’이 일상화되는 변화를 체감하고 있나요.

“2014~2015년 무렵, 배민의 월간 순방문자 수(MAU)는 300만 명 수준이었어요. 이때 많은 전문가와 언론 매체 등에서는 배달 앱 이용자 기반이 최고점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2018년 말 현재 배민의 MAU는 800만 명을 넘었어요. 이것이 고점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아직도 배달 앱을 이용해 보지 않은 사람이 더 많고 10~20대 핵심 고객층 주변으로 배달 앱 이용 인구가 확산 추세에 있어요. 비교적 연령층이 높은 중·장년층에서도 배달 앱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해 즐기는 고객이 늘고 있고요. 더 어린 세대도 성인이 되고 구매력을 갖추면서 새로운 배달 앱 이용자 고객이 될 겁니다.”

-기존에는 ‘배달음식=정크푸드’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런 이미지도 달라지고 있나요.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의 잠재력을 크게 보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죠. 같은 이용자가 얼마나 자주 배달 앱을 통해 배달음식을 즐기는지 그 빈도와 주기를 살펴보면 외식이나 배달 음식의 이용 횟수가 늘어나는 큰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민만 놓고 봐도 몇 년 전 한 사람이 한 달 2회 이하로 시켜 먹던 음식이 3회, 4회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요. 더 이상 고객들은 치킨만 주문해 먹지 않아요. 피자·족발·보쌈 등 전통적인 배달 음식을 넘어 초밥·카레·쌀국수 같은 더 고급스럽고 다양한 메뉴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죠. 그중에서도 홀로 지내는 1인 가구, 따로 음식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맞벌이 가족을 중심으로 매 끼니를 더 편리하게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단지 ‘한 끼를 때우는’ 수준이 아니라 ‘더 맛있고 건강에 좋고 집에서 먹어서 더 기분 좋은’ 음식을 발품 팔아 레스토랑에 찾아가지 않더라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게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배민이 가장 중점적으로 추구하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두 가지를 큰 축으로 놓고 있어요. ‘이용자 고객 기반의 확대’와 ‘IT의 발달’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같은 새로운 고객 특성을 지닌 세대는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거예요. 이들의 특성과 소비 패턴, 트렌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아래에 흐르는 인구구조적인 변화와 그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보는 것이 중요하죠. 현재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직접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음식을 만들기보다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받아 즐기고 그 시간은 본인 스스로에게, 또 가족에게 더 소중한 시간으로 활용하기를 원하는 특성이 강해요.”

-‘IT의 발달’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이용자 고객 기반의 확대와 주문 수 증가에 따라 맛있는 음식을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까지 배달해 주는 일도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가 될 겁니다. 그중에서도 배달원(라이더) 수는 당장의 주문 수요와 앞으로 더욱 증가하게 될 배달 주문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죠. 우아한형제들에서는 이를 자율주행 기술 등 최신 IT를 통해 사람을 도와 일할 수 있는 배달 로봇을 만든다든지 하는 방향으로 해결해 나갈 계획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고객이 지금 원하는 음식 메뉴와 그 음식을 가장 만족도 높게 전해 줄 수 있는 레스토랑 추천까지 가능해질 겁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축을 어떻게 결합하고 있나요.

“근본적으로 인구 변화와 같은 요소는 우리가 통제(컨트롤)할 수 없는 외부 요소예요. 우리는 적극적으로 예측하고 따라잡고 또 부응해 가야 하는 영역이죠. 이에 비해 최신 기술의 도입, 적용은 우리가 더 의지를 갖고 선도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영역이이에요. 많은 예산과 인력 등 리소스를 투자해 AI·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이유입니다.”

-배민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선도하고 있어요. 현재 준비 중인 또 다른 ‘혁신’이 있나요.

“미래 기술을 활용해 배달 산업을 혁신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어요. 급성장하는 배달 음식 주문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라이더 숫자, 특히 소중한 생명이 빗길·눈길 등 악천후와 어려움 속에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라이더의 근무 여건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개발, 상용화하는 것은 당장은 아니라도 몇 년 안, 가까운 미래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요. 자율주행 배달 로봇의 상용화는 물류 비용(배달비·배달팁)의 절감이라는 측면에서도 희소식이 될 겁니다.”

-음식점 자영업자들을 위한 토털 솔루션 제공도 2019년 주요 사업의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음식점 사장님들은 들어오는 주문을 접수하랴, 배달원을 부르랴, 매장을 찾아 온 홀 손님을 응대하랴 정신없이 바쁘죠. IT의 혜택을 음식점 주방의 뒤쪽까지 가져다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사장님들이 지금까지 신경 써야 했던 많은 것들을 자동화·간편화된 방식으로 해결한다면 음식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맛·품질·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데 더 집중할 수 있을 거예요. 이 모든 작업을 ‘사장님 토털 솔루션 제공’이라는 목표에 담아 실행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특히 이 분야에 더욱 박차를 가해 사장님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원년이 되도록 할 겁니다.”

-배민은 ‘배민라이더스’와 ‘1인분 배달’ 등으로 고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도해 왔습니다.

“배달 앱 이용자들에게는 ‘고객 경험 여정’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선 안정적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게 먼저죠. 지난 아시안게임 남자 국가대표 축구 결승전 당시 시간당 15만 건이라는 어마어마한 주문을 처리했습니다. 그만큼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해요. 순간 트래픽으로 치면 공산품 등을 아우르는 소셜 커머스, 오픈 마켓 등 이커머스 업체와 견줘도 뒤지지 않아요.”

-앞으로 더욱 혁신에 중점을 두고자 하는 부분이 있나요.

“메뉴 선정에서부터 음식점 선택, 배달 시간과 배달 과정에서의 만족도, 실제 맛보는 음식의 맛과 위생 상태 등 품질, 음식점과 라이더의 친절도, 이용 후 후기, 또 발생한 쓰레기 처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개선함으로써 고도화해 나가는 것이 배민의 가장 기본적인 과제겠죠. 최근에는 배달 음식 이용이 늘어나면서 대두되는 일회용품과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그 어느 업체보다 선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환경에 해를 끼치는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과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배달 용품의 제작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vivajh@hankyung.com

[커버스토리=2019 트렌드, 주방이 사라진다]
-‘더 싸고, 더 간편해진’ 배달 음식, 집에서 밥 해 먹을 필요 있어?
-'창업비용 23분의 1로'…외식 창업의 대안으로 떠오른 '공유주방'
-배달의민족, 음식배달에서 푸드테크로…공유주방·배달로봇에 투자
-“월 방문자 800만명, 하지만 아직 정점 멀었죠”
-'15조원대 한국 시장 잡아라' 국내 상륙한 우버이츠의 4가지 전략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5호(2018.12.31 ~ 2019.01.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