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앱으로 QR코드 찍으면 제품 정보 한눈에…카트 필요 없고 결제·배달도 가능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2018년 12월 17일 서울 독산동의 롯데마트 금천점. 이 점포는 롯데마트가 ‘4세대 미래형 종합 쇼핑 공간’을 주제로 최근 오픈한 곳이다.

점포 입구에는 상품 안내 전단 대신 ‘M쿠폰’ 스캔 기기가 자리해 있었다. 미리 다운 받아 둔 ‘M쿠폰앱’을 실행하고 기기에 바코드를 스캔하자 금천점의 할인 쿠폰들이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났다. 신상품과 행사 상품 정보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카트 필요 없는 '미래형 점포'...롯데마트 금천점 가보니
◆롯데마트, 카트 필요 없는 대형마트 오픈

점포 내 진열된 제품들의 아래쪽에는 기존 종이 가격표 대신 ‘전자가격표시기(ESL)’가 설치돼 있다. ESL에 붙은 QR코드를 M쿠폰앱으로 촬영하자 상품 상세 정보와 구매 후기 등을 살펴볼 수 있었다.

멕시코산 아보카도 상품의 외관 등을 눈으로 확인하고 관련 정보 등을 체크한 후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자 제품이 애플리케이션(앱)의 장바구니에 담겼다. 신용카드 등으로 바로 계산할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골라 미리 계산한 뒤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설 필요 없이 무인 셀프 계산대 등을 통해 빠져나가면 그만이다.
카트 필요 없는 '미래형 점포'...롯데마트 금천점 가보니
대학생 유승혁(28·서울시 진관동) 씨는 “카트가 필요 없는 대형마트가 생겼다는 소식에 직접 경험하고 싶어 찾아왔다”며 “이런 매장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천점 인근 가산동·독산동·시흥동·소하동·하안동에 거주하는 소비자는 카트도 필요 없다. 원하는 물건을 살펴보고 스마트폰으로 계산한 후 집에 돌아가면 매장 직원이 대신 상품을 골라 포장까지 해준다. 구매한 제품은 3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다. 구매 금액이 4만원 이하면 배송비 2500원이 추가된다.

주부 김은희(33·서울시 가산동) 씨는 “제품의 신선도 등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으로 상품별 세부 정보까지 볼 수 있어 편리하다”며 “다음에는 스마트폰 즉시 결제와 배송 서비스도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카트 필요 없는 '미래형 점포'...롯데마트 금천점 가보니
롯데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에 온라인의 편리함을 결합한 금천점 오픈을 기점으로 고객과 직원 모두 편리한 ‘옴니 스토어’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금천점은 별도 성애 제거 작업이 필요 없는 ‘지능형 쇼케이스’와 영업시간 종료 후 점포를 자동으로 청소하는 ‘인공지능(AI) 청소 로봇’을 도입했다.

롯데마트는 상품 배송 시간도 3시간에서 30분으로 앞당긴다. 이를 위해 매장 천장에 레일을 깔고 계산된 상품을 로봇팔이 골라 담아 보내주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배송은 퀵 서비스 등이 맡도록 해 매장 직원의 번거로움을 덜어줄 예정이다. 2019년 초쯤 롯데마트의 전국 매출 1위 매장인 잠실점에서 우선 시행한 후 금천점에도 도입한다는 목표다.
카트 필요 없는 '미래형 점포'...롯데마트 금천점 가보니
롯데마트는 수시로 변경되는 상품의 가격과 정보를 사무실에서 클릭 한 번으로 전환할 수 있는 ESL도 확대 도입할 예정이다.

조아현 롯데마트 홍보담당은 “서초점과 김포한강점·대구칠성점·양평점·금천점, 마켓D 수원점에서 운영 중인 ESL을 2019년 신규 오픈 예정인 2개점과 기존 5개점에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현대백화점도 ‘리테일테크’에 속도

최근 글로벌 유통산업의 화두는 ‘리테일테크’다. 소매를 뜻하는 리테일과 기술(테크놀로지)을 합성한 용어로, 오프라인 쇼핑과 정보기술(IT)의 융·복합을 지칭한다. 제품을 직접 살펴본 후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과 결제·배달 요청까지 스마트폰 등으로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다.

중국 알리바바가 2016년부터 선보인 신선식품 매장 ‘허마셴성’이 대표적이다. 허마셴성에서는 소비자가 눈으로 제품을 보고 스마트폰으로 상세 정보를 확인한 후 그 자리에서 결제까지 할 수 있다. 반경 3km 이내에 거주하는 소비자에게는 30분 안에 물건을 배송해 준다.

제품을 카트에 담는 대신 모바일 장바구니에 넣어 주문하면 상품을 고르고 배달하는 과정을 매장 직원이 대신하는 식이다.

롯데마트를 비롯해 이마트와 현대백화점 등 국내 유통업계도 리테일테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트 필요 없는 '미래형 점포'...롯데마트 금천점 가보니
이마트는 2018년 12월 13일 오픈한 의왕점에 ESL을 본격 도입했다. 의왕점은 27인치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를 적용한 AI 기반의 안내 로봇 ‘트로이(Tro.e)’를 시범 운영 중이다. 트로이는 상품이 진열된 곳까지 고객을 안내하는 에스코트 기능과 대화 기능 등을 갖췄다.
카트 필요 없는 '미래형 점포'...롯데마트 금천점 가보니
이마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무인 슈퍼’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에브리데이는 2018년 8월 17일 삼성동점을 스마트 점포로 리뉴얼해 오픈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삼성동점은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SSG페이’ 앱을 통해 상품 설명 확인은 물론 계산도 가능한 곳이다. 출구 역할을 하던 계산대 대신 바코드 인증으로 드나들 수 있는 스피드 게이트가 설치돼 있다. SSG페이 앱 이용을 꺼리는 소비자를 위한 무인 셀프 계산대도 자리해 있다.

이마트는 최근 창고형 마트 트레이더스 하남(스타필드)에서 자율주행 스마트 카트 ‘일라이(eli)’를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일라이는 상품이 있는 곳으로 고객을 안내하거나 고객과 일정 거리를 두고 따라다닐 수 있다. 쇼핑 후에는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간다. 바코드 인식 센서와 무게 감지 센서를 통한 즉시 결제 기능도 갖췄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가 최근 1년간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개발한 일라이는 2018년 초 중국 유통 기업 ‘징둥’이 선보인 스마트 카트보다 훨씬 진일보한 작품”이라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혁신 점포 구축을 위해 세계 최대 유통 기업 아마존과 손잡았다. 현대백화점은 아마존의 클라우드 시스템 자회사인 아마존웹서비스와 함께 아마존의 무인 자동화 매장 ‘아마존 고’의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기술을 2020년 하반기 오픈할 예정인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가칭)’에 적용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2018년 초 미국 시애틀에 무인 매장인 아마존 고 1호점을 열었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소비자가 매장에서 구매할 물건을 가지고 이동하면 천장에 달린 100여 개의 블랙박스 센서가 감지하고 매장 밖으로 나올 때 자동으로 계산되는 식이다.

현대백화점은 여의도점 식품관을 ‘한국판 아마존 고’로 운영한다는 목표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5호(2018.12.31 ~ 2019.01.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