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 화재 발생 지점이 중요…내·외부, 장소 사용 임차인 등에 따라 달라지는 판결
원인 불명 화재의 손해배상책임 범위는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2018년 12월 10일 A 소유의 661㎡(200평) 규모 2층 건물에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1층 출입구에서 시작된 화재는 불길이 번져 건물 외벽의 상당 부분을 훼손시켰고 1층 출입구 부근 일부와 2층 내부 시설 전부를 전소시켰다.

당시 이 건물 1층은 티칭프로인 B가 골프 용품 매장으로 임차해 사용하고 있었고 A는 2층에 침대와 소파 등 가구를 보관하기 위한 물류 창고로 사용하고 있었다.

화재 사건 발생 후 A는 B를 상대로 ‘임차 건물 반환 채무의 이행 불능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과 건물 중 임차 건물 외 부분(‘임차 외 건물’)에 발생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는 어느 범위에서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까.

우선 A가 B를 상대로 제기한 임차 건물 반환 채무의 이행 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살펴본다. 민법상 건물의 임차인은 임대차 종료 시 목적물인 임차물을 반환할 채무가 있으므로 그 인도 시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해 보존해야 한다.

이 사건과 같이 임차물이 화재로 소실돼 임차인의 반환 의무가 이행 불능이 된 경우 임차인은 그 이행 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발화 원인이 불명인 것뿐만 아니라 발화 지점이 불명인 것도 마찬가지다.

판례상 예외적으로 임차인의 채무 불이행 책임이 부정된 것은 임대인 측의 귀책사유로 발화됐다는 것이 밝혀진 경우(임대인이 임차인을 위해 전기 시설, 도배 등 공사를 해주기로 하고 공사를 하던 중 화재가 발생한 경우), 발화 지점이 임대인의 관리 영역 내임이 밝혀진 경우(임대인이 관리하는 건물의 벽과 천장의 내부를 통과하고 있는 전기 배선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발화 지점이 다른 임차인의 관리 영역 내라는 것이 밝혀진 경우 등이다.

이 사건은 비록 발화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로 B가 사용, 관리하던 1층 주출입구 부분에서 발화된 점 등을 고려하면 B가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B는 임차 건물 반환 채무의 이행 불능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 의무 위반 사실이 임차인에게 없다면 배상 책임 없어

반면 불이 건물 외부에서 난 화재로 발생되는 손해배상책임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만 임차했는데 화재로 인해 임차 목적물 반환 채무가 이행 불능이 된 경우 건물 중 임차 목적물이 아닌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구조상 독립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존립과 유지에 있어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부분’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채무 불이행 책임을 부담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종전 판례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임차 외 건물 부분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채무 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배상을 구하려면 임차인이 보존·관리 의무를 위반해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 의무 위반에 따라 민법 제393조에 의해 배상해야 할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해 임대인이 주장·증명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최근 변경된 판례에 따르면 비록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지점이 B가 주로 사용하는 1층 주출입구 부분이기는 하지만 방화 가능성을 비롯해 오랜 기간 동안 상당한 조사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구체적으로 어떠한 원인에 의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했는지 밝혀지지 않았고 달리 이 사건 화재 발생과 관련된 B의 임대차 계약상 의무 위반 사실이 A에 의해 적극적으로 주장·입증되지 않는다면 임차인 B는 임차 외 건물의 손해에 대해서는 채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7호(2019.01.14 ~ 2019.01.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