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 1207호 (2019년 01월 16일)

먹는장사는 안 망해?…‘푸드 비즈니스의 힘’

기사입력 2019.01.14 오후 05:01

TREND 글로벌 현장
인구 줄어도 음식시장은 성장…벤처업계 ‘푸드테크’로 차별화 경쟁 주도
먹는장사는 안 망해?…‘푸드 비즈니스의 힘’

[한경비즈니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 먹는장사는 안 망할까. 흔히 떠도는 말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전제가 필요해서다. 모든 게 그렇듯이 잘 준비하고 대응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해석하면 그나마 다른 창업 아이템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데다 먹거리가 갖는 반복 구매의 특징상 비교적 상황이 좋다는 기대감의 반영인 듯하다. 끊임없는 골목상권의 먹거리 창업 대열이 그 결과다. 실업 안전판이란 오명처럼 내몰린 이들의 불가피한 길이기도 하지만 경쟁은 치열하고 처절하다. 생존율은 갈수록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는장사를 내려놓을 수 없다. 스스로든 몰려서든 창업한다면 먹거리의 가치 제공에 주목하는 게 자연스럽다. 동시에 그저 그런 과거 방식의 채택은 곤란하다. 성공 모델을 위해선 새로운 시각과 남다른 접근이 요구된다. 한국보다 창업 열기는 적지만 안착 확률과 생존 기간이 높은 일본에서 먹는장사를 ‘푸드 비즈니스’라고 명명, 새로운 가치 창출에 방점을 찍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인구구조의 양적·질적 변화 속에 잠재 고객과 취향이 바뀌면서 음식 시장과 사업 모델이 급변하는 일본의 사례는 사실상 묻지 마 창업이 일반적인 한국으로선 필히 챙겨볼 선행 교훈이다.

가처분소득 겸비한 고령 인구는 고도 소비 지향 
일본의 먹는장사는 사양산업이 아니다. 겉으론 수급 붕괴(인구 감소와 창업 증가)로 무한 경쟁이 한창이지만 한국보다는 사정이 낫다. 물론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스시 점포의 양극화처럼 고가·저가의 극단만 생존하고 중간그룹의 사멸 위기가 창업업계의 고민거리지만 지속적인 혁신 가치 제공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 가는 곳도 많다. 소비 패턴과 유통시장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고정관념도 변한다. 내수가 부족하면 수출로 타개하겠다는, 먹거리업계에선 희귀한 도전 시도도 잇따른다. 그 덕분에 먹거리 시장을 둘러싼 포화 논쟁이 일상적이되 또 그만큼 거부·무시되며 성장한다. 

실제 내로라는 연구 기관은 음식 아이템의 포화 논쟁에 반대 생각이다. 제아무리 인구가 감소한다고 해도 풍부한 먹거리 지향성과 기술혁신, 신규 진입 등에 힘입어 새로운 사업 모델(BM)로 한층 성장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미쓰비시종합연구소). 인구 감소만 해도 선진국의 이슈일 뿐 세계 인구는 증가세다. 현재 76억 명의 세계 인구는 2030년 86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유엔). 절대 빈곤 등 살기 위해 먹는 기초적인 음식 수요는 증가세다. 아시아는 소득수준마저 향상된다. 2010~2030년 가구별 연간 가처분소득은 부유층(3만5000달러 이상)이 7.3배, 상위 중산층(1만5000~3만5000달러)이 3.6배로 늘어난다.

이처럼 소득 증가는 외식 등 각종 서비스에의 소비성향을 향상시키는 주요 근거다. 건강 지향성과 질환 예방적 기능식품 수요는 벌써부터 증가세다. 요컨대 양질의 음식과 풍부한 음식에의 지출 증가가 충분히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일본 시장은 인구 감소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파악한다. 고령화야말로 과거엔 없던 새로운 소비 욕구의 발생을 뜻해서다. 가처분소득을 겸비한 고령 인구의 비율 증가에 기대감이 높은 이유다. 2030년 기초 수요는 46조 엔, 풍요 수요는 47조 엔으로 커진다. 2009년 각각 43조 엔, 33조 엔인 것을 감안하면 풍족한 생활을 위한 음식 수요가 더 매력적인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푸드 비즈니스의 세계 규모는 2030년 1400조 엔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선진국처럼 이미 대부분이 소유한 자동차 등 인공물이 포화되더라도 먹는 산업은 계속 확장된다는 의미다. 푸드 비즈니스의 낙관적인 전망 토대 중 유력한 근거는 과학기술의 진화와 사업 모델, 사회 시스템의 변화 요인이다. 계속 소비가 필수인 먹거리에 새로운 환경 변화에 따른 섭취 욕구의 세분화·고도화가 기술 향상과 맞물려 혁신적인 사업 모델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음식은 4대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초 기능(생존 필요의 영양 섭취) △기호 기능(향·시각·식감 등 기호 충족) △건강 기능(지방 감소 등 건강 촉진) △문화 기능(음식 매개의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 공유) 등이다. 기초 기능이 욕구 발현의 최저 단계라면 기호·건강·문화 기능은 범용성을 넘어 가치 지향적인 고도 소비에 해당한다.

식품 생산 공정에 효율·최적화 실현
과학기술 진화는 이들 기능 확장에 관여한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빅데이터의 고도 분석이 진전되면 식품 생산의 전체 공정에서 효율·최적화가 실현된다. 경영·생산에 고도의 관리 기능이 부여된 결과 이미 농업·수산업에선 원격조작도 현실화됐다. 로봇 채택으로 일손 부족을 해소하거니와 에너지 절감을 통한 비용 감소도 추구된다. 여기에 블록체인·분산장부 등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농산물의 정보 전달이 쉬워지면서 거래비용을 억제하면서 시장 활성화를 추구하는 기대 효과도 가능해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업 모델과 사회 시스템도 푸드 비즈니스의 전망을 밝힌다. 6차산업의 진전과 농업의 고부가가치화는 이미 상식이다. 클라우드 펀딩으로 자금 조달의 문턱도 낮아졌다. 먹거리를 둘러싼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또 재료 조달·기획·제조·물류·판매·재고관리·점포 전개 등 공정 일체를 단일화한 제조 소매업이 농업 경영에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고부가가치화다. 또 특정 보건용 식품, 지속 가능 개발 목표(SDGs)의 채택 등 규제 제도의 변화 흐름도 있다. SDGs의 17대 목표 중 2번(식재료 안전 확보와 영양 상태 개선, 지속 가능한 농업 추진), 3번(모든 사람의 건강한 생활 확보), 12번(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 패턴 확보), 14번(해양·해양자원의 지속 가능한 개발·이용) 등은 먹거리가 단순한 추구 지향을 넘어 국제무대의 표준 규범으로 등장함을 의미한다.

먹는장사를 유망하게 해주는 인프라 정비는 향후 가속화될 확률이 높다. 이런 변화는 푸드 비즈니스의 새로운 움직임을 가속화한다. 공급 시스템에서는 지역 농업의 안전 확보 차원에서 소비자·시민사회 등과의 다양한 채널 확보가 요구된다. 지역 활성화 차원의 새로운 공급 체계도 구축된다. 한편에선 대규모 농업 전개도 예상된다. 농업을 유망 산업으로 인식한 대기업 등의 시장 진입으로 단순한 로컬 소비를 넘어 해외시장까지 커버된다. 자원 고갈과 맞물린 수산업의 국제분쟁도 이슈다. 선진국에서도 식생활의 편향과 영양 붕괴가 사회 과제라는 점에서 정부 개입은 시간문제다. 결국 과제 해결의 방향성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이 제안되고 이는 공급 경쟁, 시장 확대, 인프라 등의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발 빠른 벤처업계는 ‘푸드테크’란 신조어를 내세워 차별화 경쟁을 주도한다. 육류 생산 업체(도리야마)는 최상급 와규 세포를 추출해 배양육을 선보이겠다고 선포했다. 줄기세포를 배양해 살코기로 키워냄으로써 비용 절감은 물론 환경보호(메탄가스 96% 절감)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다양한 농업 환경 데이터를 결합해 예측력을 높인 IoT 기반의 농장 관리 시스템을 상용화한 업체(ListenField)는 머스크가 선정한 2018년 세계 10대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선정됐다. 신기술로 발굴된 해조류(스피루리나)는 기능 개선형 건강식품으로 인정받으며 미래 식량으로 지정, 일본의 히트 상품에까지 올랐다. 음식에 기술을 접목한 사업 모델은 이 밖에도 다종다양하다. 하나같이 시대 변화를 혁신 사업으로 연결한 덕분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7호(2019.01.14 ~ 2019.01.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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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1-21 0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