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식 서비스, 다양한 공동 공간 제공하며 1인 가구 공략
건설사들 뛰어든 ‘공유 주택’, 코워킹 넘어 ‘코리빙’ 제공


서울 역삼동에 있는 공유 주택 트리하우스. 누군가는 공용 업무 공간에서 일하고 어떤 이들은 나무가 가득한 실내 공용 공간에서 프랑스 자수 수업을 듣는다.

매일 아침 공유 주방에서 푸드 스타트업이 배달해 준 음식을 먹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카셰어링 업체의 공유 자동차를 타고 출근한다.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 코오롱 하우스비전이 작년 12월 선보인 공유 주택 ‘트리하우스’의 풍경이다.

공간을 통한 공유 경제가 공유 오피스(코워킹)를 넘어 공유 주택(코리빙)까지 확산되고 있다. 주택 가격은 상승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공유 주택은 많은 사람이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미래 주거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는 수요 환경과 맞물려 대형 건설사들도 분양 사업에서 눈을 돌려 공유 주택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일회적인 수익 구조를 보이는 분양 사업과 달리 공유 주택 사업은 임대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공유 주택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에게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지만 임대비용이 비싼 편이다. 공간을 함께 쓰며 임대료를 낮추는 데 초점을 둔 기존 셰어하우스와 달리 ‘편리한 생활’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공유 주택을 운영하는 건설사가 직접 설계와 시공을 맡아 기술력과 세련된 인테리어를 내세우고 있고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하거나 보다 질 높은 유·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타깃 층도 다르다.

기존 셰어하우스가 청년들의 불안한 주거 환경의 대안으로 등장했다면 건설사들의 공유 주택은 보다 풍요롭고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2030세대 전문직이나 프리랜서, 스타트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다. 건설사에는 주택 분양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부동산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사들 뛰어든 ‘공유 주택’, 코워킹 넘어 ‘코리빙’ 제공

◆코오롱, 9개 스타트업과 협업

코오롱하우스비전은 작년 프리미엄 공유 주택 브랜드인 ‘커먼라이프’를 론칭하고 역삼 트리하우스를 선보였다. 커먼라이프는 코오롱하우스비전이 토지 매입부터 기획·설계·공사·운영까지 맡고 있다.

역삼트리하우스는 72가구 규모의 공유 주택으로, 셰어하우스와 오피스텔의 장점을 결합했다. 가구별로 6가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층별 평면을 구성했다. 각 가구는 17㎡(5평) 규모의 복층형 구조부터 36㎡(11평) 규모의 단층형 구조까지 다양하다. 트리하우스가 문을 연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이미 3분의 1은 입주가 완료됐다.

입주자는 대부분이 스타트업 종사자, 의사, 영어 강사, 작가 등 강남에 거주하는 2030세대 전문직이나 프리랜서가 많다.

김희선 코오롱하우스비전 N-하우징팀 팀장은 “다양한 유형의 주택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공유 주택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대량생산, 대량 공급 시장의 한계를 느껴 변화하는 주거생활 트렌드에 따라 공유 공간과 서비스를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역삼 트리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 공간보다 공용 공간을 최대화했다는 점이다. 공용 공간은 반려동물 샤워장, 마당, 세탁실, 공유 오피스, 공유 주방, 시네마 룸, 무인 택배함, 가구별 창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9개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입주민 전용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운동·명상·아트클래스 등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하 주차장에는 카셰어링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입주민 전용 공유 자동차를 배치했다.

각 가구에도 주방이 있지만 보다 넓고 다양한 설비를 활용할 수 있는 공유 주방에서는 푸드 스타트업의 음식이나 식재료를 주문해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주 1회 토요일에 한해 조식이 제공되고 월 1회에 한해 침구 세탁과 가구 청소 서비스도 제공한다.

모든 서비스는 IoT 기술을 접목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입주민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어 효율성을 높였다. 임대료는 가구당 월 100만원대로 책정됐고 층별로 소폭 차이가 있다.

코오롱은 커먼라이프뿐만 아니라 작년 초부터 코오롱하우스비전 사업부에서 분할돼 설립된 스핀오프 회사 ‘리베토’를 통해 공유 주택을 확장하고 있다.

리베토가 선보이는 ‘커먼타운’은 대형 평수의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을 리모델링해 여러 명이 공유하는 셰어하우스다. 압구정동·한남동·여의도·청담동 등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22개의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커먼타운 역시 저렴한 임대료보다 호텔식 서비스와 좋은 시설,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KT는 ICT, 롯데는 계열사 접목해 차별화
건설사들 뛰어든 ‘공유 주택’, 코워킹 넘어 ‘코리빙’ 제공
KT 에스테이트와 롯데자산개발도 1인 가구를 위한 공유 주택 사업에 뛰어들었다. 셰어하우스보다는 그동안 공공 기관의 몫이었던 임대주택에 더 가깝다.

공공 기관이 공급해 온 기존 임대주택 단지와 차별성을 강조하고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입주민들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이나 카셰어링, 렌털, 공동 공간 등 공유 경제를 접목했다.

KT의 전문 부동산 계열사 KT에스테이트는 기업형 임대주택 브랜드인 ‘리마크빌’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7월 오픈한 동대문을 시작으로 영등포와 관악 등 서울 3곳, 부산 대연 1곳 등 총 4개 지점 2231가구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 거주해 본 입주민들의 입주 만족도와 재계약률이 높아 전 사업장 모두 공실을 찾기 어려울 만큼 활성화돼 있다. 특히 KT의 정보통신기술(ICT)을 리마크빌에 접목해 기가(GiGA) 인터넷과 와이파이, IPTV 등이 기본으로 제공돼 통신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건설사들 뛰어든 ‘공유 주택’, 코워킹 넘어 ‘코리빙’ 제공
또한 모바일 앱과 연동한 스마트 무인 택배·우편함, 주차 위치 확인 시스템, 도어록과 창문 원격 감지, 피트니스 건강 체크 솔루션, 에너지 사용량 모니터링 등 스마트 홈을 경험할 수 있다.

KT 에스테이트 관계자는 “기업이 운영하는 만큼 보증금 반환, 월세 소득공제, 계산서 발행 등의 염려가 없고 임대료를 카드로 납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T 리마크빌 역시 입주민을 위한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구 청소와 세탁 대행, OA 서비스, 생활용품 대여, 가구별 창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본사 직영의 전담 청소 전문가들이 까다롭게 관리한다.

롯데자산개발은 임대주택 브랜드 ‘어바니엘’을 운영하고 있다. 어바니엘은 작년 1월 금천구 가산동 한국후지필름 공장 부지를 개발해 조성한 도심형 임대 주거 서비스 1호점인 ‘어바니엘 가산’으로 시작했다.

지하 2층~지상 18층 규모의 주거·업무·상업시설로 구성된 어바니엘 가산은 1~2인 가구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24시간 콜센터·렌털·카셰어링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접목됐다.

특히 롯데몰·세븐일레븐·롯데시네마·롯데리아 등 롯데 계열사와 연계한 다양한 생활 편의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했다. 롯데자산개발은 노량진·염창동 등에 3개점을 운영 중이며 2020년까지 30호점, 9000실을 확보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박정대 롯데자산개발 주거사업개발팀장은 “1인 가구의 증가와 높은 주택 가격, 주택을 소유의 대상에서 사용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 주택 분양 사업의 한계 등 주거 환경의 전환으로 주택 임대 시장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며 “주거 공간을 플랫폼으로 하면서 다양한 부가 서비스 사업을 접목할 수 있어 새로운 주거 사업 기회를 봤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7호(2019.01.14 ~ 2019.01.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