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치판에선]
-전당대회 앞두고 유력 주자들 ‘기싸움’ 돌입…황교안·홍준표·오세훈의 경쟁력
자유한국당 차기대표 후보, SWOT 분석 해보니
[홍영식 한국경제 논설위원] 2월 말께 열리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판이 커지고 있다. 전당대회에선 차기 대표와 최고위원 등을 선출한다. 차기 대선 주자들이 대거 뛰어들고 있어 전당대회가 대선 1차 관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내에선 “전당대회가 잠룡들이 맞붙는 보수 진영의 대선 예비 경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차기 대선이 아직 3년 넘게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력 대선 주자들이 당권 도전에 나선 것은 ‘선점 효과’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는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은 당 밖에 있다. 당내에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선 당권을 잡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차기 당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 요인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월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당권 주자 경쟁에 불을 댕겼다. 그는 입당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 도전을 시사하면서 “나라 상황이 총체적 난국인데 현 정부는 ‘적폐몰이’만 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또 “정권과 맞서 싸우는 강한 야당이 되는 게 첫째 과제”라며 “정상적이고 반듯한 나라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대표 출마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이다.


◆사람들 모여들기 시작한 황교안

황 전 총리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이른바 ‘친황교안 그룹’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친박근혜 성향의 의원 10여 명이 주축이 돼 친박계는 물론 비박계 의원들을 대상으로 세 확산에 나서고 있다. 황 전 총리도 접촉면을 넓혀 가고 있다. 실무 참모로는 황 전 총리가 총리 시절 가까이에서 보좌를 받았던 인맥들이 주를 이룬다. 이태용 전 총리실 민정실장, 심오택 전 총리 비서실장 등이다.

유력 주자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한 측근은 “전당대회는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이번 전당대회가 보수 진영을 통합하는 계기가 돼야 하는데 자칫 분열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걱정스럽다. 홍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선 아직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유튜브 방송인 ‘홍카콜라TV’를 통해 현 정부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다.

또 싱크탱크인 프리덤코리아 포럼을 출범시키는 등 대선을 겨냥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프리덤코리아 포럼은 보수 진영의 싱크탱크를 표방하고 있다. 포럼에는 학계·법조계·의료계·문화예술계·언론계 등 각계 인사 52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류석춘 연세대 교수와 제성호 중앙대 교수,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역임한 한상대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홍 전 대표는 1월 30일 ‘당랑의 꿈’ 출판 기념회를 열 때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한 생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내에선 홍 전 대표의 등판에 더 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미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하고 있다. 1월 말께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11월 29일 자유한국당에 입당, 당 국가미래비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오 전 시장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현역으로 있는 서울 광진을 지역의 당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차기 총선에서 두 사람이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의 험지로 분류되는 광진을 위원장이 된 것에 대해 당 내에선 그가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캠프 구성도 서두르고 있다. 실무 그룹으로는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 재직 때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서장은 전 히로시마 총영사,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 최창식 전 서울 중구청장 등이 있다.

당 내에선 유력 대선 주자들이 대표 경선에 뛰어드는 데 대해 “전당대회 흥행에 파란불이 켜졌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심재철·정우택·조경태·주호영·안상수·김진태 의원 등도 당 대표 경선을 위해 뛰고 있다.



◆‘이슈파이터’ 홍준표·‘젊은 이미지’ 오세훈

유력 대선 주자들이 당권을 위해 칼을 갈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강점(Strength)·약점(Weakness)·기회(Opportunity)·위협(Threat) 등 요인을 토대로 SWOT 분석을 통해 이들의 강점과 약점 등을 살펴봤다.

공안 검사 출신의 황 전 총리는 통합진보당 해산 공개 변론을 통해 강력한 보수 이미지를 쌓았다. 이는 보수층의 지지를 견인할 수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 총리와 법무부 장관 등 행정 경험이 안정감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조직·자금 등 현실적으로 부닥치는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의 지지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정치 초년생이 정치판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의원들을 상대로 저변 확대에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강한 보수 색채로 인해 중도층으로의 확장 가능성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자유한국당 내에서 아직까지 뚜렷한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 것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탄핵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위협 요인이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만큼 향후 당권과 대권 도전 과정에서 이와 관련해 상대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을 수 있다.

홍 전 대표의 강점으로는 이슈파이터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메시지가 분명하고 시원시원한 발언으로 보수층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가 많다. 자신만의 색깔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강단 있는 정치인 이미지가 장점으로 꼽힌다. 정치적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4선 의원 경험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 경남 지사 등 정치권에서 흔히 말하는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경험했다. 대선 출마 경험도 있다. 따라서 당내 기반도 단단한 편이다. ‘모래시계 검사’라는 타이틀도 큰 장점이다.

다만 보수층에 강점으로 꼽혔던 홍 전 대표의 화법은 보수가 아닌 측에서 보면 역으로 약점이 될 수 있다. 과격한 이미지가 국가 지도자로서는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지만 특정 계파에 소속되지 않은 점은 기회 요인이다. 중도파를 끌어들이면서 저변을 넓힐 수 있다. 친박계와 대결 구도를 펼쳤다는 점은 위협 요인이다.

오 전 시장은 상대적으로 젊고(58세) 참신한 이미지가 강점이다. 국회의원과 ‘소(小)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을 역임해 ‘차세대 지도자감’ 자격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패에 대한 책임은 그를 따라다니는 정치적 족쇄다. 그의 시장직 사퇴로 서울시장 직을 더불어민주당(현 박원순 시장)에게 넘겨줬다는 원죄도 안고 있다. 친박계와 비박계 간 대결 구도 속에서 중간 지대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그에게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정치를 오랫동안 떠나 있어 당내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눈앞의 과제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8호(2019.01.21 ~ 2019.01.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