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미·중 정책 대응 속도 빨라지는 중, 주식과 신흥시장에 대한 긍정적 접근 필요


[한경비즈니스 칼럼=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전략가·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미·중 무역 분쟁과 달러 강세의 부정적 여파가 가시화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미·중 양국의 정책 대응 속도도 빨라지는 중이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최근 전미경제학회에서 작심하고 비둘기파로 전향하면서 달러가 약세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인민은행은 1.0%포인트의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했다. 통화 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오던 경기 부양책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무역협상은 양국 모두 긍정적인 분위기 전환을 원하고 있다. 보수적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더라도 글로벌 증시 하단의 지지력이 강화되고 있다. 주식과 신흥시장에 대한 시각을 서서히 긍정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G2에서 동시에 불어오는 훈풍…‘봄이 오는 소리’
◆작심하고 비둘기파로 전향한 파월 美 Fed 의장

중국 경제도 변화의 조짐이 기대된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급준비율 인하와 유동성 공급, 인프라 투자 재개를 위한 지방 정부채 발행 한도 확대 등 완화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새해 들어 정책 강도가 더욱 강화되는 중이다. 확대 일로에 있던 ‘BBB’ 등급 기업의 신용 스프레드가 진정되는 모습도 긍정적이다. 정책 효과의 시차를 고려하면 3~4월부터 중국의 경제지표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기 부양 효과로 경제지표 개선이 가시화하면 아시아와 여타 지역의 신흥국 경기에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으로, 글로벌 경제 전체의 체감 경기를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양국의 경제지표 둔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부담이 증가했다는 점은 3월로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에서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연이어 진행될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도 중국 정부의 실질적 재정 확대 기조가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중에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가라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마침 국내 투자자들의 자산 배분 전략도 보수적 방향으로 급격히 쏠리는 중이다. 주식 비율 축소와 현금 확보, 달러와 원화 장기채권 투자 확대는 이제 컨센서스가 됐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2분기 중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 침체 우려가 과도했다는 것이 확인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Fed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통해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을 방어하고 경기 팽창 국면을 장기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연내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지만 향후 ‘일시 멈춤’의 시그널을 보낼 수도 있다.

저점에 근접한 중국 경제와 선제적 가격 조정, 저평가 매력을 감안하면 1분기 말부터 채권 투자 비율을 축소하고 중국 등 신흥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주식 비율을 높이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경기 부양에 나설 중국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연이은 내수 부양 정책 강화

중국 정부는 2019년 1분기 경기 위축 심화에 대비해 경기와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정부가 시장에서 우려하는 위험 요소를 정확히 제시하고 있고 이에 따른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안들을 고려하고 있다. 통화와 재정 등 정책 수단을 활용할 의지가 확인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1월 8일 언론을 통해 자동차와 가전 등 주요 상품의 판매 안정화 조치를 예고했다. 1월 15일에는 이에 따른 추가 내용을 정부 3개 부처가 공동으로 발표했다.

중국의 내수 경기 위축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해소되면서 상하이종합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R) 지지선은 9.2배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11월 13.8%에 달하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현재 11.9%까지 하락했다. 2019년 1분기까지 악화한 경제지표가 반영된 후 2분기부터 둔화세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 정책 시행 시기가 발표되면 중국의 기업 이익은 일정 시차를 두고 후행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판단된다.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미국 증시의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도 중기 하락 추세선 부근까지 반등했다. 파월 Fed 의장의 발언 등으로 Fed의 긴축 우려도 상당히 완화됐다. 미·중 무역 분쟁 우려도 꽤 낮아졌다. 지금부터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이어 가려면 경기와 실적 우려를 이겨내야 한다.

미국 기업들의 이익 전망 하향세는 가파르다. 2019년 S&P500의 주당순이익 증가율 전망은 2018년 10월 초 10.4%에서 현재 6.5%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익 전망 하향세는 서서히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S&P500의 이익수정비율이 역사적 바닥 부근이다. 이익수정비율이 바닥에 도달한 후 반등하기 시작하면 이익 하향 강도는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달러가 약세 흐름을 보이면서 이익 훼손 우려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Fed의 정책 기조 변화 기대로 달러가 약세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달러의 추가 강세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
셋째, 과거부터 실제 발표되는 실적은 대체로 예상보다 좋았다. 기간으로 보면 실적 시즌 중반인 매 분기 초 3~5주에 실적 상향 조정세가 강했다. 실적 발표가 본격화하면서 실적 우려는 완화될 전망이다.

이번 실적 시즌 전후에 주목하는 업종은 산업·금융·에너지·헬스케어다. 산업 업종은 그동안 미·중 무역 갈등 우려로 벨류에이션 조정 폭이 컸다. 하지만 매출과 이익 전망은 매우 견고하다. 무역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투자 심리 개선에 따른 반등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 업종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 이익 전망이 견고한 데다 이익수정비율도 바닥 부근이라 실적 기대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유가 하락의 충격을 받았던 에너지 업종도 달러 약세에 따른 유가 반등으로 상승이 예상된다. 또한 2018년 하반기부터 정보기술(IT) 업종이 흔들리면서 헬스케어 업종이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적 우려가 짙어진 IT 업종과 달리 실적 상향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추가 상승을 예상한다.

흔들리는 IT주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와 페이스북 등 신규 가입자 증가를 기반으로 상승했던 종목은 아직도 불안해 보인다. 반면 사업 포트폴리오가 비교적 균형 있게 짜여 있고 펀더멘털이 견고한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등은 최근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간의 가파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오랜만에 생긴 가격 매력으로 충분히 접근해 볼 만하다.

(이 기고문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KB증권의 투자 의견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8호(2019.01.21 ~ 2019.01.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