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 회장 승진하며 3세 경영 본격화
- 석유화학·에너지 분야 디벨로퍼로 변신 예상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대림그룹 오너 3세인 이해욱 대림그룹 부회장이 1월 14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회장은 사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명예회장님과 선배님들이 이뤄 놓으신 대림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절대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라는 간단한 공식 취임 메시지를 전했다.

이 회장은 대림산업에 입사한 지 24년, 부회장에 오른 이후 9년 만에 그룹 경영권을 움켜쥐게 됐다. 이 회장은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자인 고(故) 이재준 회장의 손자로 3세 경영인이다.

1992년 미국 덴버대 경영통계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응용통계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곧바로 대림에 입사했다. 이후 대림그룹에서 대리·과장·부장·상무·전무·부사장 등을 거쳐 2010년 대림산업 부회장에 올랐고 2011년 대림산업 대표를 맡다가 지난해 3월 대표에서 내려온 이력을 가지고 있다.

◆ 경영 능력 쌓으며 만들어 온 경영 승계

이 회장은 그동안 대림그룹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 사업 체질 개선과 원가 혁신을 주도하며 19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극복을 이끌어 왔다.

입사 후 4년간 경영기획 부서에 몸담았던 그는 1998년 그룹 구조조정실로 자리를 옮겼다. 외환 위기로 회사가 흔들리던 시기에 옮긴 어려운 자리였지만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00년 1월 이 회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되는 브랜드 아파트화도 추진했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대림산업의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으로 이 회장이 사업을 주도했다. 소비자의 니즈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 이 회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이 아이디어는 현대건설·삼성물산을 시작으로 국내의 모든 건설사들이 따라했다. 국내 아파트 시장을 개별 상품 브랜드의 시대로 바꿔 놓은 셈이다. 선제적으로 브랜드를 도입했던 대림산업은 이후 국가고객만족도 평가(NCSI) 1위에 올랐고 소비자가 뽑은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 대상 4년 연속 수상 등 국내를 대표하는 아파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후 이 회장은 아파트 브랜드의 2차 혁명을 주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발했고 그 여파로 국내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다. 이때 이 회장은 ‘e-편한세상 2.0’ 개발에 나섰다. e-편한세상 2.0은 결로가 없는 아파트, 소음을 줄이는 아파트를 표방했다. 실용적인 부분을 강화해 설계에 반영했다.

이 회장은 이러한 일련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면서 비교적 순탄하게 경영권을 확보하고 지분 승계를 마무리 지었다. e-편한세상 브랜드 성공으로 2003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고 2005년 부사장 자리에 올랐으며 대림산업의 지분 21%를 보유한 대림코퍼레이션의 공동대표에도 취임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당시 대림그룹의 지주회사였으니 사실상 이때부터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진 셈이다.

2008년 들어 승계 작업이 한 단계 더 이뤄졌다. 이때까지 이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이 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대림H&L과 대림코퍼레이션의 합병으로 대림코퍼레이션 2대 주주(32.12%)에 올랐다.

이후 이 회장은 지분 99.2%를 가진 대림I&S를 합병하면서 대림코퍼레이션 최대 주주에 올랐다. 두 차례의 합병을 통해 사실상 대림을 지배하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이 대림I&S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싼값에 주식을 이 회장에게 매도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2015년에는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을 52.3%까지 확보하면서 최대 주주에 오르는 동시에 사실상 후계 승계를 끝냈다.

◆ 겹겹이 쌓인 과제,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하지만 경영 승계가 이뤄졌다고 해서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이 회장이 걸어야 할 길이 편하지만은 않다. 불확실한 시장 환경 돌파, 미래 먹거리 발굴, 오너 경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희석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당장 급선무는 사업 구조의 변화다.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디벨로퍼’로의 도약을 목표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을 바탕으로 석유화학과 에너지 분야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과 투자를 진행 중이다.

디벨로퍼는 시행사에서 발주 받아 단순 공사만 담당하는 시공사와 달리 용지 매입부터 공사의 전 과정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회사를 말한다.

현재 ‘서울숲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와 세계 최장 현수교가 될 ‘터키 차나칼레 대교’ 건설 사업을 디벨로퍼로 추진하고 있고 태국 PTT글로벌케미컬과 함께 미국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 개발에 대한 투자도 추진 중이다.

미래 먹거리인 고부가가치 사업도 키워야 한다. 사실 이 회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대림그룹의 미래를 이끌어 갈 사업으로 석유화학을 점찍었다. 석유화학 기술 개발을 위해 10년 전부터 투자를 이어 왔고 이를 바탕으로 2010년 독일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셋째로 고반응성 폴리부텐 제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부에서 선정한 ‘광복 70주년 과학기술 대표 성과 70선’에 오르기도 했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5년 국내 최초로 석유화학의 본고장인 미국에 석유화학 제조 기술을 수출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기술을 바탕으로 대림산업은 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2018년 3분기 누적 기준 8.2%)을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 이 회장은 에너지 디벨로퍼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포천의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를 포함해 호주·칠레·요르단 등 7개 국가에서 진행하고 있다. 석탄화력·LNG·풍력·태양광·바이오매스 발전소까지 총 4GW의 발전 용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림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디벨로퍼 전환은 국내 주택 사업이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 회장의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국내 부동산 시장 전망은 어둡다. 10년 전 건설 경기 침체 상황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엔 2015년 이후 3년 만에 미분양 물량 6만 가구를 넘어섰다.

사업과 별개로 이 회장은 오너 경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신경 써야 한다. 2016년 초 문제가 됐던 자신의 운전사 폭행과 갑질 논란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여기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골칫거리다.

아직 진행 중인 사건으로 공정위는 대림코퍼레이션을 포함한 에이플러스디 등에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며 부당 지원한 혐의로 이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대림코퍼레이션은 이 회장의 지분 소유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가장 최근에 공시된 2017년 기준 대림코퍼레이션의 국내 계열사 매출액 비율은 17.8%로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8호(2019.01.21 ~ 2019.01.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