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자본시장법 10년…다시 그리는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꿈]
-SK·리딩·골든브릿지 등 매물로, 핀테크 기업의 증권업 진출도 ‘촉각’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자본시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07년 7월 전후로 증권업계에 인수·합병(M&A) 붐이 일었다.

2006년 5월 당시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본시장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 증권사들은 선진국 투자은행(IB)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여야 한다”며 “주식시장이 좋을 때 M&A와 매각 등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M&A, 자본시장법 제정과 함께 속도

업계는 이에 화답하듯 구조조정에 속도를 냈다. 2007년 3월 유진그룹이 서울증권의 지분 24%를 1800억원에 인수해 유진투자증권을 출범시킨 후 2008년 11월까지 1년여에 걸쳐 총 8건의 M&A가 숨 가쁘게 이어졌다.

2007년 11월 국민은행이 한누리투자증권 지분 95.8%를 2663억원에 사들이며 KB투자증권(현 KB증권)을 출범시켰다. 2089억원을 들여 신흥증권을 인수한 현대차그룹도 2008년 3월 HMC투자증권(현 현대차증권)을 출범시키며 증권업에 진출했다.
다시 들썩이는 M&A 시장…우리금융, 인수 증권사 탐색 중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2009년 2월 이후 초대형 IB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형사 간 합종연횡이 시작됐다.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으로 출범한 미래에셋대우,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한 KB증권이 대표적이다.

LG투자증권은 2003년 카드대란 여파로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2005년 4월 우리증권과의 합병으로 우리투자증권이 정식 출범했다. 2013년 우리금융 민영화 방침이 구체화되면서 2014년 12월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해 NH투자증권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합병 당시 자기자본금과 임직원 수 등을 기준으로 국내 최대 증권사의 탄생이었다.

통합 출범 이후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2014년 말 연결 기준 4조3780억원에서 2018년 3분기 5조228억원으로 증가했다. 2017년 11월에는 자기자본 4조원의 요건을 갖춰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지정됐다. 2018년 5월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했고 7월 주택도시기금 전담 운용사로 선정돼 4년 동안 약 19조원의 자금을 위탁 운용하게 됐다.

◆우리금융그룹, 중형 증권사 인수 전망

2016년 12월에는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 법인인 미래에셋대우가 탄생하면서 국내 증권업계의 판도가 또다시 바뀐다. 미래에셋대우는 통합 당시 고객 자산 209조원, 자기자본 6조6000억원의 국내 최대 증권사로 출범했다. 금융 투자업계를 넘어 은행을 포함한 금융업 전체로 5위권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2018년 9월을 기준으로 미래에셋대우의 고객 자산은 총 255조7000억원으로 늘었고 자기자본도 연결 기준 8조27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미래에셋대우는 현재 세계 10개국에 14개 거점(현지법인 11개, 사무소 3개)을 운영하며 국내 증권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 중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해외 현지법인의 자기자본 규모만 해도 지난해 9월 기준 약 2조6000억원에 달한다”며 “700여 명의 현지 직원들이 다양한 사업을 각 법인의 특성에 맞게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이 2016년 6월 현대증권을 인수하며 새롭게 출범한 KB증권도 자기자본을 4조원대로 키우며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등과 함께 ‘빅5’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KB증권은 올해 통합 출범 3년 차를 맞아 ‘시장 지배력 강화를 통한 수익 기반 확대’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증권업계의 몸집 불리기 경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몇 년간 M&A를 통해 초대형 IB로 거듭난 대형 증권사들은 내실을 다지는 등 숨 고르기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 대신 핀테크 기업이 소형 증권사 인수를 바탕으로 증권업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종속회사인 온라인 간편 결제·송금 서비스 업체 카카오페이는 소형 증권사인 바로투자증권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이다.

최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우리금융그룹도 향후 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다시 들썩이는 M&A 시장…우리금융, 인수 증권사 탐색 중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1월 14일 우리금융지주 출범식 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비은행 금융사 M&A를 통해 1등 금융그룹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부동산신탁사·저축은행 등 소규모 매물에 대한 M&A를 우선 검토한 뒤 증권사와 보험사를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리딩투자증권·골든브릿지투자증권·SK증권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지만 1등 금융그룹 도약을 목표로 하는 우리금융그룹에선 이들 소형 증권사보다 잠재적 매물로 자주 거론되는 유안타증권 등의 중형 증권사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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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9호(2019.01.28 ~ 2019.02.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