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제주·티웨이 등 신형 장거리 항공기 도입…가격보다 ‘서비스’가 관건
차세대 항공기로 ‘더 멀리’ 비행하는 LCC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급성장하던 저비용 항공사(LCC) 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다. LCC들의 공급과잉이 제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분주히 나서고 있다.

LCC가 찾은 해답은 비행시간이 6시간 이상인 ‘중거리 노선’이다. 물론 기존 단거리에 집중하던 LCC들이 중거리 노선에 취항하려면 기종 확보와 서비스 강화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항공기 확보로 중거리 취항 ‘준비 중’

가장 빠르게 움직인 것은 이스타항공이다. 지난해 이스타항공은 국내 항공사 최초로 보잉737맥스8을 도입해 2기를 운영 중이며 올해 추가로 4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보잉737맥스8은 연료 효율성이 14% 증가해 운항 거리가 6750km로 주력기인 737-800에 비해 1000km 이상 비행이 가능해 쿠왈라룸푸르·싱가포르·자카르타 등 주요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할 수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737맥스8은 주력 기종인 737-800 기종과 70% 이상 동일한 부품을 사용해 정비 효율성도 높다”고 말했다. 향후 737맥스8은 동남아·동북아 등 국제선에 투입되면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도 737맥스8 항공기 50대를 도입한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1월 보잉사 최신 기종인 737맥스8 50대를 2020년부터 인도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확정 구매 40대와 옵션 구매 10대로 이뤄진다.

이번 제주항공의 신규 항공기 도입은 그동안 제주항공이 보잉737-800의 단일 기종을 운영해 왔다는 점에서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앞서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지난해 3월 기자 간담회에서 737맥스로의 기종 업그레이드를 예고하며 중거리 노선으로의 확대를 시사한 바 있다.

티웨이항공도 올해 6월부터 보잉737맥스8 4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보잉 737맥스8은 기존 보잉 737-800 기종과 크기는 동일하지만 항속거리가 길어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다”며 “싱가포르 등 현재 운항 중인 도시보다 더 먼 다양한 노선에 취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올해 10월과 12월 에어버스321네오LR 항공기를 1대씩 도입하며 2020년 에어버스321네오 2대를 신규 도입한다. 해당 항공기를 도입하면 싱가포르와 자카르타의 취항이 가능하다는 게 에어부산 측의 설명이다.

네오LR항공기는 항속거리 4000마일(7400km)까지 운항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항속거리 4000마일 이내의 도시는 싱가포르·타슈켄트·발리·자카르타·뭄바이·델리 등이 있다.

LCC의 이와 같은 ‘노선 연장’은 현재 직면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인천공항을 기준으로 LCC들의 월별 국제 여객 수송량 점유율은 2017년 하반기의 21% 수준에 멈춰 있다. 국내 전 공항 기준으로 LCC의 국제선 점유율도 2018년 30% 내외에서 정체됐다.

이는 LCC들의 공격적인 기단 확대로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슬롯’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2016년만 해도 인기 시간대인 아침과 저녁 출발을 제외하면 슬롯 확보가 가능했지만 LCC들의 공격적인 기단 확대로 2년 만에 포화됐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2월 1~2곳의 LCC가 운항 허가를 더 받게 되면 향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차세대 항공기로 ‘더 멀리’ 비행하는 LCC
◆FSC와 경쟁 불가피…‘서비스’가 관건

따라서 LCC들은 신규 전략으로 ‘노선 차별화’를 택하고 8시간 이상 운항이 가능한 항공기를 들여오는 등 중거리 노선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부산~싱가포르 노선은 ‘노다지 노선’으로 각광받는다.

올해 2월 국토교통부가 부산~싱가포르 운수권 배분 신청을 접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LCC들이 대거 참여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국토부는 부정기 노선을 운항한 항공사의 기여도를 인정해 줄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에어부산은 1월 4일부터 부산~싱가포르에 부정기 항공편을 띄웠고 이스타항공도 1월 16일부터 2월 7일까지 총 14회 부정기편을 운항한다. 부산~싱가포르 노선은 인천~싱가포르처럼 수요가 많아 이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부산 지역 여행객들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LCC의 중거리 노선 취항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기존 대형 항공사(FSC)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당장 ‘서비스’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단거리 노선은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저렴한 항공기를 선호하는 니즈가 있었지만 중장거리에선 과연 비행의 ‘질’을 포기하는 여행객들이 얼마나 생길지가 관건이다.

이스타항공은 서비스 강화를 위해 787맥스8에 대형기에 적용되던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이 기종은 엔진 성능이 향상돼 소음이 적어 승객들의 편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좌석보다 부피를 줄인 ‘슬림 시트’를 적용해 좌석 간 거리도 넓혔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유선형으로 디자인 된 이른바 ‘스카이 인테리어’를 적용했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넓은 수납공간으로 승객들에게 쾌적한 분위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중거리 노선이 확대된다면 항공기 운영비용 부담으로 독립형보다 FSC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LCC가 보다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애널리스트는 “장거리를 운행하면 다른 종류의 항공기를 들여와야 하는데 교육비나 정비비 등 추가적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형기 4기를 추가로 운용하면 1기는 예비기로 도입해야 하는데 LCC의 이익과 직결되는 공기 가동률(하루 중 항공기를 운항하는 시간)도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FSC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진에어와 같은 LCC는 대한항공의 정비 능력과 예비기를 활용할 수 있어 다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9호(2019.01.28 ~ 2019.02.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