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태양광 중심에서 도시개발·바이오 등 신사업 본격 진출
“험한 일 하겠다” 이우현 OCI 부회장의 새 도전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석유화학·태양광 기업 OCI의 이우현 부회장이 고품질 폴리실리콘 비중 확대와 원가절감을 통해 업황 부진을 타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이 부회장은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바이오 사업과 도시 개발 사업 등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OCI는 3월 26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백우석 부회장을 회장에, 이우현 사장을 부회장에 각각 승진시켰다. 또한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김택중 사장을 최고경영자(CEO)에 신규 선임했다. 이들 세 명은 앞으로 각자 대표를 맡아 OCI 대표이사직을 수행한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OCI에서 고(故) 이회림 명예회장, 고 이수영 회장에 이어 세 번째 회장이 된 백우석 회장은 1975년 OCI 전신인 동양화학공업에 입사한 뒤 44년간 근무한 전문 경영인이다. 2005년 사장에 취임한 후 국내 최초로 폴리실리콘 개발과 태양광발전 사업 진출, 매출 3조원 달성 등 경영 성과를 올렸고 2013년부터 OCI와 계열사를 아우르는 그룹 차원의 경영을 총괄하는 부회장을 맡아 왔다.

고 이수영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부회장은 2013년 사장에 취임한 뒤 태양광 시장의 장기 불황을 극복하고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또한 현대오일뱅크와 카본블랙 합작사를 설립하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각종 카본 사업을 확대하면서 기존 석유화학과 카본 소재 사업에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

CEO로 발탁된 김택중 사장은 1986년 동양제철화학(현 OCI)에 입사해 OCI 중앙연구소장과 신재생에너지(RE) 사업본부장을 지냈고 2017년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사업장인 OCIMSB 사장으로 임명돼 조기에 공장을 가동하고 안정화를 성공시켰다. 지난해부터 COO를 맡아 왔다.



◆전문경영인 백우석, 회장으로 승진

“이제부턴 험한 일 하러 다녀야죠.”(이우현 OCI 부회장) 특히 주목할 것은 오너 경영인인 이 부회장의 주주총회 발언이다. 김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이 부회장의 경영 밑그림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고수를 모셔온 만큼 어찌 보면 롤이 많이 바뀔 것”이라며 “공장 관리부터 이런 건 (김 사장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즉 안살림을 백 회장과 김 사장에게 맡기고 자신은 외부에서 신사업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OCI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14% 줄어든 3조1200억원, 영업이익이 44% 줄어든 1590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55% 감소한 104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총자산순이익률(ROA)은 같은 기간 3.8%에서 1.8%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6.8%에서 3%로 축소됐다.

이유는 태양광 산업 업황 하락 때문이다. OCI 관계자는 “태양광 시장은 지난해 5월 31일 중국 정부가 갑자기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바람에 롤러코스터를 탔다”며 “지난해 중국 내 수요 30GW, 해외 기타 시장 20GW를 예상했는데 중국 시장만 20GW 이하로 5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연초 kg당 16달러 안팎을 유지하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해 6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10월 10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가 결국 올 초 9달러대로 내려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OCI를 비롯한 글로벌 태양광 업체들이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특히 줄어든 폴리실리콘 수요가 해외 저가 덤핑 시장으로 바뀌면서 급격한 가격 하락과 공급과잉으로 업계가 혼란에 빠졌고 90% 선을 유지하던 폴리실리콘 가동률이 70% 이하로 떨어졌다.

OCI는 크게 네 가지 사업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폴리실리콘을 중심으로 하는 ‘베이직 케미컬’, 석유화학과 카본 소재, 에너지 솔루션, 기타 부문이 그것이다. 이 중 베이직 케미컬 부문의 매출은 1조4000억원(2018년 기준)으로 OCI 전체 매출의 3조1121억원 중 약 42%를 차지한다. 폴리실리콘 매출이 OCI의 실적을 크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존의 폴리실리콘 사업과 함께 신사업을 강화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으로 성장하겠다는 게 이 부회장이 “험한 일 하겠다”는 말의 의미다.

OCI가 주목하는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바이오 사업, 다른 하나는 부동산 개발 사업이다.

OCI는 지난해 7월 바이오사업부를 신설하고 바이오 의약품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대웅제약 연구소장을 지낸 최수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 신산업MD를 제약바이오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특히 지난 3월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에 50억원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지분 29.3%를 보유하게 됐다.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가 보유한 파이프라인 ‘SNB-101’은 췌장암 항암 후보 물질로 올해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양한 부작용 때문에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문제를 해소하고 대량생산 검증 단계를 통과했다.

이 회사는 신규 약물 전달 기술인 ‘이중나노미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난용성 약물을 고분자 물질로 이중으로 둘러싸 암세포에 직접 도달하는 확률을 높이는 기술이다. 2037년까지 특허권을 독점한 기술이다. OCI는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와 관련해 향후 약 100억~200억원 정도의 연구·개발(R&D)비용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OCI는 재무적 투자를 통해 바이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부광약품과 50 대 50 비율로 공동 설립한 합작사 비앤비바이오에 향후 5년간 연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신약 개발, 유망 벤처 지분 투자 등 신약 개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 다른 신사업은 도시 개발 사업이다. OCI는 자회사 DCRE를 통해 인천 용현 학익 부지의 도시 개발 사업도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이 사업은 OCI의 전신 회사인 구 동양제철화학 공장 터155만㎡ 부지에서 총 1만3149가구가 입주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사업비는 1조8000억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DCRE는 2009년 사업 시행사로 지정돼 업무를 추진해 왔다. 2013년 인천광역시로부터 도시 개발 실시 계획을 인가받고 지형 도면을 고시하기도 했다. 또 중대형 위주의 아파트 주택형을 중소형으로 변경하고 2019년 개통 예정인 수인선 학익역을 중심으로 한 도보 중심의 상업지구 개발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2016년께 개발 계획이 조정됐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된 국내외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민간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10년 가까이 지연됐다. OCI 관계자는 “2013년에 5000억원 가까운 세금을 물었던 것도 4년 반 동안 소송을 거쳐 승소해 세금을 돌려받았다. 도시 개발 사업의 가장 큰 리스크를 없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OCI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OCI는 대규모 개발을 위해 파트너사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형 건설사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트너사 선정까지만 약 3개월 정도 걸릴 예정이지만 연내 첫삽을 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바이오와 도시 개발 등의 신사업이 당장 OCI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CI는 주력인 태양광 사업에 대한 효율화도 진행 중이다.
“험한 일 하겠다” 이우현 OCI 부회장의 새 도전
“험한 일 하겠다” 이우현 OCI 부회장의 새 도전
◆고부가 제품 비율 높여 수익성 확보

이 부회장은 올해 모노 웨이퍼·반도체 웨이퍼 업체발 고순도 폴리실리콘 생산을 늘리며 고부가 제품 비율을 높이는 동시에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을 가동하며 원가 경쟁력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OCI의 모노 웨이퍼 업체발 고순도 폴리실리콘 판매 비율은 2017년 42%에서 지난해 70%로 늘렸다. OCI는 이를 올해 70~80%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반도체 업체발 물량 역시 생산량의 1%만이 가고 있는데 이 부분을 올해 10%까지 올릴 계획이다.

모노 웨이퍼발 폴리실리콘은 일반적인 멀티 웨이퍼에 적용되는 폴리실리콘보다 가격이 30% 이상 비싸다. 멀티 웨이퍼발 폴리실리콘은 현재 시장 참여 업체가 많아 가격을 떨어뜨려서라도 판매하는 실정이다. 반도체 역시 슈퍼 호황에 힘입어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관련한 고순도 폴리실리콘 시장도 성장 중이다.

이에 따라 OCI는 고순도 폴리실리콘 비율을 확대하는 고부가 전략을 취하는 동시에 폴리실리콘 원가를 절감하며 추세적인 제품 가격 하락을 방어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 2월 가진 사업 설명회에서 “폴리실리콘 가격은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원가를 절감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말레이시아 공장이 가동되면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이 6만9000톤에서 7만9000톤으로 1만 톤 늘어나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작년 계획대로라면 2017년 대비 10% 이상의 비용을 절감했어야 하는데 지난해 11월 군산 P3.7 공장의 사고가 나면서 비용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올해는 작년 대비 20%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OCI는 이에 대비해 말레이시아 법인의 생산능력 증설도 추진 중이다. 1만 톤 증설로 국내외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연 7만9000톤까지 늘릴 방침이다.
“험한 일 하겠다” 이우현 OCI 부회장의 새 도전

◆올해 태양광 산업 두 자릿수 성장 예상


이 부회장은 “말레이시아는 부지를 (정부가) 공짜로 제공해 주고 전기요금도 한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제조업을 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폴리실리콘 생산의 무게중심이 말레이시아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이 여파로 지난해 군산 공장에서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다 (국내 사업장을) 문 닫고 갈 수는 없다”며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군산 공장의 추가적 인력 구조조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인건비가 부담된다기보다 제조업 특성상 공장 운영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라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정부가 전기요금을 또 올린다고 하는데 우리가 1년에 전기요금만 3000억원을 쓰는 상황에서 5%가 올라가면 영업이익이 150억원 줄어든다”고 말했다. 제반 비용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내 사업을 확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설명이다.

OCI에 다행스러운 것은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중국 중심에서 인도와 아프리카 등으로 다변화되면서 다소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태양광 수요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108GW를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00GW를 넘어섰다. 사실 업계에선 앞서 언급한 중국의 제도 변경으로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역성장을 전망해 왔다. 중국의 태양광 수요가 전 세계의 53%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태양광 수요가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세계 태양광 수요는 120GW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140GW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올해와 내년에 전년 대비 각각 16%, 15% 이상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OCI는 또 석유화학·카본 소재 부문과 에너지 솔루션 사업 등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실적 개선을 추구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OCI파워가 인수한 독일 태양광 회사 카코의 자회사인 카코 뉴 에너지 코리아를 통해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현대오일뱅크와 합작한 카본 블랙 사업도 생산능력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OCI 관계자는 “카코사와 지금까지 ESS 관련 기술인 PCS의 기술을 개발해 왔다”며 “ESS에서 삼성과 LG의 배터리만 있는 게 아니고 PCS 역시 20% 정도 차지하므로 올해 성과는 모르겠지만 (관련 분야 사업 확대를) 조금씩 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오일뱅크와 합작한 회사의 카본블랙 생산능력을 5만 톤 늘린 15만 톤으로 늘리는 것도 목표”라고 말했다.
hawlling@hankyung.com


[돋보기] 이우현 부회장은 누구

이우현 OCI 부회장은 재계의 오너 일가로서는 이례적으로 그간 OCI의 기업설명회나 주총에 직접 참석해 회사 경영 성과와 향후 목표들을 직접 발표하는 등 ‘오너 경영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 왔다. 이 때문에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며 책임 경영을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재무 전문가로서의 면모도 인정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언론과 투자자 질문을 피하는 법이 없다”며 “끝까지 설명하고 의견을 밝힌다”고 말했다. 기자와 투자자가 기업설명회 때 그에게 몰려 가 질문하면 끝까지 답변해 주려고 해 수행원이 곤혹스러워 할 정도라고 한다.

1968년생인 이 부회장은 고 이수영 OCI그룹 회장과 김경자 송암문화재단 이사장 사이에서 태어났다.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인터내셔널로머티리얼에 입사한 뒤 BT울펜손, 홍콩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 부사장을 거쳐 서울Z파트너스와 동양제철화학 전략기획본부장 전무를 역임했다. 동양제철화학그룹이 OCI그룹으로 이름을 바꾼 뒤 OCI 사업총괄부사장을 맡았고 OCI 사장을 거쳐 부회장에 올랐다.

그는 인수·합병(M&A)에서도 경력을 쌓아 왔다. 과거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의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발전부문 인수, 브리지스톤의 금호타이어 중국 공장 M&A 작업에 관여했다.
이 부회장은 2013년 3월 OCI의 대표를 맡은 후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강한 추진력을 보여줬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9호(2019.04.08 ~ 2019.04.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