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치 판에선]
-‘정치 1번지’ 상징성 때문 여야 유력 잠룡들 하마평 무성…‘대선 예비시험장’ 될 듯
‘불붙는 종로’ 이낙연·임종석·황교안 총선 출마설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1년 앞으로 다가온 ‘4·15 국회의원 총선’은 유력 잠룡들의 2022년 대선 전초전 성격을 갖는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총선에 직접 출마하거나 당에서 선거 승리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총선 성적표에 따라 이들의 대권 명운이 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승리를 이끈다면 대선 가도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범여권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행정자치부 전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이 총리는 5월 말 임기 3년 차에 접어든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임기 반환점을 도는 10월 또는 11월쯤 총리직을 내려놓고 대권 가도에 올라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 국정을 무난하게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단숨에 여권 내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4선 의원 출신에 총리까지 지내 정치력과 행정력을 겸비한 것은 큰 강점이다.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내년 총선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내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 총리도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식사를 하면서 총선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가 당에 돌아온다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거나 직접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 총선 성적표에 따라 대권 명운 달려

2016년 총선에서 적지인 대구 수성갑 도전에 성공한 4선의 김부겸 의원도 내년 총선이 정치 인생에서 분기점이다. 그가 이 지역 수성에 다시 성공한다면 당내 입지는 한층 더 넓어질 것이다. 행정안전부 장관직을 마치고 당에 복귀한 김 의원은 지역구에 머무르며 지역 챙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도권 지역에서 중책을 맡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범보수 진영 대선 주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황 대표의 임기는 2021년 2월까지다. 특별한 과오가 없는 한 내년 총선을 지휘한다. 지역구 출마도 예상된다. 승리한다면 대선 주자의 입지는 더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자신과 자유한국당이 패배한다면 책임론에 직면해 대표직을 수행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은 물론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의 총선 도전 여부도 주목된다.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와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활동을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해 꾸준히 논평을 내놓으면서 존재감을 이어 가고 있다. 그는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단순히 의원 한 번 더 하는 것이 의미 있는 게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경선에서 황교안 대표에게 고배를 마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을 누비고 있다. 그가 여당 중진인 추 전 대표를 누르고 원내에 재입성한다면 유력 대선 주자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관심사는 유력 대선 주자들의 출마 지역이다. 전통의 정치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 주자들 간 빅매치 가능성이 점쳐지면서다. 현재 종로 지역구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2016년 6월~2018년 5월) 국회의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세균 의원이다.

정 의원은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 의원은 “전직 국회의장이라고 해서 불출마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며 “구민의 의견을 들어보고 당과도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을 지내면 다음 총선에서 출마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따른다면 이곳은 ‘무주공산’이 된다.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내에선 유력 대권 주자를 내세워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예전부터 종로는 ‘스윙 보터(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들에게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종로는 소득 상위 1%와 하위 1%가 공존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는 특징도 갖고 있다.

여야에서 벌써부터 대선 주자들의 출마 하마평이 무성하다. 이 때문에 종로가 ‘대선 예비 시험장’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권에선 이낙연 총리 출마설이 제기된다. 이 총리는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서 내리 4선을 했다. 차기 대선을 노린다면 호남보다 서울을 택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는 지적이 당내에서 적지 않다. 만약 이 총리가 출마한다면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총선이 문재인 정부 심판 성격도 있기 때문에 청와대와 이 총리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임종석 전 실장의 종로 출마설도 나온다.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호남·운동권 출신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종로는 임 전 비서실장에게 매력적인 지역구다. 임 전 비서실장이 종로 지역구를 물려받고 정세균 의원이 대선에 출마한다는 밀약설도 돌았지만 양측 모두 강하게 부인했다. 경기 안양만안이 지역구인 5선의 이종걸 의원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도 종로 출마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에선 황교안 대표를 종로에 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선으로 가기 전 상징성이 큰 지역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 당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측근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패배 땐 상당한 정치적 손상을 입을 수 있지만 대권을 노리는 대표가 어려운 지역에 직접 출마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당을 결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자유한국당 일각에선 무소속인 원희룡 제주지사를 입당시켜 종로에 내보내 대권 주자로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종로는 총선 때마다 거물급들이 각축전을 벌였다. 대선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도 했다. 이 지역구에서 의원을 지낸 윤보선·노무현·이명박 등 3명이 대통령이 됐다. 종로가 정치 1번지의 서막을 연 것은 1948년 1대 총선에서 장면 전 총리가 당선되면서다. 3대 총선에서는 윤보선 전 대통령(종로갑)과 주먹계 거물인 김두한 전 의원(종로을)이 당선됐다. 윤 전 대통령은 종로에서 당선된 지 6년 만에 대통령이 됐다.
‘불붙는 종로’ 이낙연·임종석·황교안 총선 출마설

◆ 종로 출마 통해 정계 거물로 성장

이민우 신민당 전 총재, 장기영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정대철 전 의원, 이종찬 전 의원 등 정계 거물들이 종로에서 배지를 달았다. 1996년 15대 총선 때 이명박 전 대통령(당시 신한국당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당시 통합민주당 의원) 간 대결 등 숱한 빅매치가 이곳에서 이뤄졌다. ‘현대건설 신화’를 내세운 이명박 후보가 이겼으나 1년도 안 돼 이 후보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었다. 1998년 치러진 보궐선거에선 노무현 후보가 승리하면서 대권의 길목을 닦았다.

16대 보궐선거에서는 박진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선돼 내리 3선을 했다. 18대 총선 때 박진 전 의원 대 손학규 현 바른미래당 대표 간 대결도 주목받았다. 19대 총선 땐 홍사덕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정세균 의원이 맞붙어 정 의원이 이겼다.

종로는 12대 총선부터 18대 총선까지 민정당과 신한국당, 한나라당 등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이 승리했다. 하지만 19대와 20대는 더불어민주당 계열이 이겼다. 12대 이전엔 진보 보수 특정 정당이 지속적으로 승리를 거머쥐지 못했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종로의 상징성을 감안한다면 여야가 전략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1호(2019.04.22 ~ 2019.04.28) 기사입니다.]